이라크에서 작년 8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화학무기 겨자가스 공격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사건에 대해 이라크 정부와 합동 조사를 벌이고 있는 화학무기금지지구(OPCW)의 한 소식통은 15일(현지시간) “일부 표본 조사의 결과에서 겨자가스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는 작년 8월 아르빌의 전방 2곳에 가해진 50차례의 박격포 공격을 분석한 결과, 37차례의 공격에서 포탄이 터졌을 때 흰색 먼지와 검은색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고 밝혔다. 여기에 KRG 군사조직 페쉬메르가 전투원 35명이 노출돼 일부가 입원 치료를 받았고 이들의 혈액 샘플에서 겨자가스가 검출됐다고 KRG는 설명했다.
이에 앞서 존 브레넌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미국 CBS뉴스 시사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IS가 전투 과정에서 수차례 화학무기를 사용해왔다는 증거가 있다”며 “IS가 적은 분량이지만 염소·겨자 가스 화학무기를 제조할 능력까지 갖췄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면서 브레넌 국장은 “IS가 전투 자금을 벌어들이고자 화학무기를 서방에 수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도 연방 하원에 출석해 비슷한 주장을 내놨다. 클래퍼 국장은 “IS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독성 화학무기를 사용해왔다”고 진술했다. 클래퍼 국장은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독성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은 1995년 일본 지하철에서 사린가스 테러가 있은 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우려했다.
지난달 영국 일간 데일리 익스프레스는 IS가 서방의 쇼핑센터와 축구장 등을 대상으로 한 화학무기 공격을 계획하고 있고 대규모 사상자를 유발할 수 있는 치명적이고 탐지가 불가능한 화학무기를 개발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겨자 또는 마늘 냄새를 풍기며 노란색을 띠는 겨자가스는 피부와 눈, 폐 등 장기에 손상을 일으키는 불법 화학무기다. 1915년 4월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벨기에의 이프르 지역 근처에서 처음 사용해 ‘이페리트’(Yperite)로 명명되기도 한다. 유엔은 1993년 겨자가스의 사용을 금지했지만 지난 88년 3월 당시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이 반정부 세력인 쿠르드족 게릴라 근거지인 할라브자에 신경가스 일종인 사린 등을 대량 살포해 5000여명이 사망한 바 있다.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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