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애플도 3연타석 홈런을 쳐내진 못했다. 스티브 잡스의 유산인 아이팟과 아이폰의 고속성장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한 애플이었지만 아이폰 성장이 정체 상태에 다다르면서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충격적인 상황으로 내몰렸다. 애플은 2016 회계연도 1분기(2015년 10~12월)에 아이폰을 7478만대 팔았다고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보다 0.4% 증가한데 그친 것으로 아이폰 출시후 가장 낮은 판매증가율이다. 애플 전체 매출은 759억달러(91조원)로 전년 동기(746억달러) 보다 1.7% 늘어나는데 그쳤다. 2014 회계연도 4분기 이후 매 분기마다 10~30%대 고도 성장을 지속해온 애플로서는 당혹스런 실적에 직면한 셈이다.
특히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분기(2016년 1~3월)매출 전망치로 500억~530억달러를 제시,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히자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제시한 매출 전망치 중간값(515억달러)은 작년 동기 대비 11% 감소한 수치”라며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애플 분기 매출이 역성장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 아이폰 성장 시대가 종언을 고했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실적 둔화는 애플 매출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아이폰 신화가 흔들린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9월 선보인 아이폰6S와 아이폰6S플러스는 한때 기록적인 주말 판매고를 올렸지만 스마트폰 교체 수요를 대대적으로 견인하는데는 실패했다. 2014년 출시한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가 삼성 갤럭시노트와 같은 대화면을 채택해 판매 돌풍을 일으킨데 반해 그 후속작은 별다른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니얼 이브 FBR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들 자신의 성공이 애플의 무덤을 판 꼴이 됐다”고 평가했다. 많은 소비자들이 값싸고 오래된 아이폰6를 찾거나 아이폰7을 기다리는 상황이 되면서 아이폰 판매가 정체기를 맞았다는 얘기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올 1~3월 아이폰 판매량은 5460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전년 동기(6120만대) 보다 10.8%나 감소한 숫자다. 전자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이 소비자 기대를 충족할 아이폰7을 내놓기 전까지는 성장 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직면한 상태로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올해 글로벌 휴대폰 출하량이 2.6%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아이폰 이후 애플 성장을 이끌어갈 걸출한 후속작이 안보이는 점도 애플 신화가 흔들리는 이유다. TV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애플 TV를 선보였지만 아이팟이나 아이폰과 같은 파괴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애플워치 등 다른 제품들도 마찬가지다.
애플측은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은 달러강세라는 요인 때문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달러강세로 올 1분기 매출이 50억달러 가량 줄었다는점에서 환율 변수가 없었다면 매출은 808억달러(97조원)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애플 신화가 흔들리면서 지난해 2월 133달러에 정점을 찍었던 애플 주가도 휘청거리고 있다. 애플 주가가 100달러선 아래로 추락하면서 시가총액이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26일 현재 애플 시가총액은 5550억달러(670조원)로 여전히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4989억달러)과의 격차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자칫하다가는 1위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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