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이 주요 경제부처와 중앙은행까지 참여하는 새로운 경제협의체를 연내 신설하기로 했다. 중일 협력틀에 중앙은행까지 포함된 것은 이례적인 것이다.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간 스와프 재개 등 양국 경제·산업분야 협력관계를 한층 포괄적이고 깊이있게 논의하겠다는 의도로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전격적인 중일 경제협의체 신설 소식에 일각에서는 한중일 경제협력 구도에서 한국이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26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중일은 오는 3월 도쿄에서 열리는 ‘각료급 경제대화’에서 새로운 경제협의체 창설에 합의할 예정이다. 이와관련해 외무성, 재무성, 경제산업성, 내각부 등 경제·외교부처와 일본은행이, 중국에서는 외무성, 재무성,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인민은행 실무급들이 새로운 협의체에 참여하는 안이 유력하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또 양국 재무장관 대화에 중앙은행이 참가하는 안도 검토되고 있다.
중일 경제협의체가 발족하면 미국과 중국이 매년 ‘전략경제대화’를 열어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하고 갈등은 적절히 관리하는 것과 유사한 경제협력 틀이 중일간에 만들어지게 된다. 양국이 서둘러 경제협의체 구성에 들어간것과 관련, 일본과 중국이 각각 올해 G7, G20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은 상태에서 전세계에 지도력을 발휘하려면 양국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국은 신설되는 경제협의체를 통해 향후 5년을 내다보고 경제·금융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중국은 포괄적인 협의를 통해 영토·역사문제때문에 최근 몇 년새 급감한 일본 기업의 대(對)중국 투자를 늘리고, 위안화 안정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더 많은 일본 기관투자자들을 중국 주식과 채권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위안화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RQFII)’로 지정해줄 것을 요구하는 한편 중국 철강, 화학 과잉설비 해소와 국유기업 재편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위안 스와프 재개와 다국적 기업 과세 회피 방지, 환경·에너지 분야 협력을 통한 대기오염 대책 등 포괄적인 분야도 논의 대상이다.
한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남중국해 인공섬 등 영토문제와 역사인식 문제로 수시로 갈등을 빚는 중일이 중앙은행까지 참여한 심도있는 경제협의체 구성에 전격 합의하면서 한중일 구도에서조차 한국 외교가 실익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 전망이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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