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극단주의 이슬람세력 이슬람국가(IS) 테러 이후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작은 도시 솔로시가 ‘테러리스트 소굴’로 지목받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당시 테러범 다수의 본거지로 지목받은 벨기에 몰렌비크 처럼 이번 테러의 배후조종 핵심인물을 비롯해 범인 다수가 이 곳에서 극단화되는 과정을 거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카르타 폭탄테러 주모자 바흐룬 나임(33)과 여러 공범들이 ‘극단주의 세례’를 받은 자바 섬 중부 솔로 시(수라카트라)가 동남아판 ‘제2의 몰렌비크’로 꼽히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벨기에 몰렌비크는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당시 테러범 다수의 본거지였던 사실이 드러나 ‘유럽의 지하디 수도’로 불렸던 곳이다.
가장 대표적 인물이 나임이다. 그는 이번 테러를 시작단계에서부터 실행까지 총지휘한 총책이다.
중산층 가정 출신의 나임은 2000년대 초 솔로 시에 있는 사립 이슬람 고등학교 ‘SMA 알 이슬람 1’에 다니면서 극단주의를 접했다. 매일 저녁 기도시간마다 드나든 교내 이슬람 사원(모스크)은 당시 아프가니스탄까지 다녀온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장악돼 있었다. IS 못잖게 국내에서 유명한 알카에다 계열 무장단체 ‘제마 이슬라미야’의 정신적 지도자 아부 바크르 바시르도 이곳서 이맘(성직자)으로 있었다. 청년 나임은 리트머스시험지처럼 금방 이들에게 물들어 극단주의에 심취했다.
나임은 바시르가 이끄는 무장단체에 가입했고, 지난해에는 아예 시리아로 떠나 IS와 접촉해 전문 테러교육을 받았다.
솔로 출신 테러 공범 중에는 이번 테러 전 체포된 아리프 히다야툴라도 끼어 있다. 히다야툴라는 나임과 테러자금 송금 문제로 연락을 주고받다 지난 12월 테러시도 의심자로 먼저 경찰에 체포됐다.
이번 외에도 솔로 시 출신 극단주의자가 벌인 테러는 지난 2002년 발생해 총 202명의 목숨을 앗아간 발리 폭탄테러를 비롯해 지난 2011년 이슬람 사원 테러와 기독교 교회 테러 등 수두룩 하다.
몰렌비크와 마찬가지로 솔로 시 역시 만연한 곤궁함이 주민들의 발길을 극단주의로 이끄는 원인이 됐다. 한때 번창했던 솔로 시 직물산업은 글로벌 경쟁 심화로 옛날의 경쟁력을 잃고 페허로 몰락했다. 실직자가 거리로 쏟아졌고 그나마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겨우 입에 풀칠하고 살 정도다. 아니스 바스웨단 인도네시아 교육부장관은 “(솔로 등지에서) 늘어나는 경제적 문제가 극단주의에 기름을 붓는 원천이 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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