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대한 국제사회 경제제재 해제가 임박하면서 중동정세 변화와 유가 하방압박 등 다양한 정치·경제적 격동을 예고하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방대학교 연설에서 “이란 외무장관이 핵 합의에 따라 원자로 핵심시설을 폭파할 것이라고 알려왔다”며 “몇일이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7월 타결된 이란 핵합의 포괄적 행동계획(JCPOA)에 따르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핵시설 폐기를 확인하는 즉시 국제사회 제재가 풀리게 된다. IAEA 최종 보고서는 15일 공개될 예정이므로 관련국들이 이를 확인하는대로 이란에 대한 제재가 무효화된다. 때문에 제재 해제일이 이르면 15일 또는 16일이 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케리 장관은 이와 관련해 13~15일 영국 런던을 방문해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 등과 회동하고 이란 핵합의 이행과 제재해제, 사우디아라비아·이란 갈등 등에 대해 협의한다.
경제제재가 풀리면 이란은 곧바로 500억~1000억 달러로 추정되는 해외 동결 자금 회수에 나서는 등 국제금융시장에서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에 대한 투자기회가 확대되면서 중동은 물론 인근지역 자금이 이란으로 대거 유입될수도 있다. 또 이란은 곧바로 원유 증산에 나설 계획이다. 원유 수출이 이란 국가재정에서 큰 몫을 차지하고 있기때문에 원유 증산이 불가피하다. 이란은 전세계 원유 매장량의 9.3%, 원유 생산량의 4%를 차지하는 ‘원유 대국’이다.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경제제재 해제 즉시 50만배럴, 2016년말까지는 100만배럴 규모 추가 원유생산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란 원유 증산은 가뜩이나 공급과잉 우려로 연일 떨어지고 있는 유가 하락을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국제무대 등장은 경제분야 뿐만 아니라 정치·외교 분야에서도 큰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아파를 대표하는 이란이 부상하면서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에 맞서 중동지역 양대 맹주 자격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사우디와 이란간 갈등은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군사적으로도 이란이 세력을 회복하면 수니파 급진 이슬람국가(IS)가 세력 확장을 저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동지역에서 사우디를 제외하면 IS를 견제할 수 있는 국가는 이란이 사실상 유일하다. 이란 영해를 침범한 미해군 경비정 2척과 병사 10명을 억류하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직접 전화통화를 통해 해결하는 등 미·이란간 해빙기류는 중동 화약고 걸프해역의 평화와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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