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에 대해 중국과 일본, 미국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중국 전문가들은 6일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을 했다고 발표한데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북한의 기술력을 감안할 때 아직 수소폭탄을 개발할 수준에 못미쳤다는 것이다. 중국 군사과학원 두원롱 연구위원은 이날 관영 CCTV와 인터뷰에서 “인공지진 규모가 4.9인 것을 고려할 때 TNT 수만톤 정도의 위력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보통 수소속탄 폭발력이 TNT 10만톤에서 최대 100만톤 규모이기 때문에 (이번 핵실험과)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수소폭탄을 소형화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런 기술은 매우 고난도라 개발이 쉽지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폭탄 위력보다 핵실험 의도에 더 주목하고 있다. 중국 군사전문가 자이더취앤은 6일 관영 환구시보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실험한 핵폭탄은 원자탄급에 해당된다”며 “(핵기술 과시보다) 세계를 놀라게 해 이목을 끌기 위한 목적”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원자탄과 수소폭탄의 기술격차는 하늘과 땅차이”라며 “외부 지원없이 그와같은 기술 격차를 좁혔다고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핵실험에 따른 환경오염 가능성을 제기했다. 북한과 접경한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뤼차오 연구위원은 환구시보에 북한의 핵실험이 중국 변경지역 주민들에게 불안감을 키워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방사능 물질이 유출됐다면 접경지역 공기와 수질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제3차 핵실험이 있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인근으로, 중국 접경지역과 100㎞ 거리에 있다. 뤼 연구원은 또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실험이 휴면중인 백두산의 화산폭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며 “빈번한 인공지진으로 인한 화산폭발 가능성이 근거없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미국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것은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타협보다는 위협을 통한 ‘관심끌기’ 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동문제 기후변화대책 등으로 미국의 관심사는 유럽과 중동에 쏠려 있었으며 한국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핵실험 시기에 대해서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갈등이 불거진 직후에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한 것을 두고 치밀한 사전 계획에 의해 움직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핵실험을 통해 상당한 여론의 질타를 받더라도 북한으로서는 당장 자국의 입지를 굳히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조선중앙TV를 통해 핵실험 사실을 발표하면서도 공격대상을 특정하거나 핵무기 능력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 스스로의 자신감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핵무기 전문가들은 북한이 수소폭탄의 아주 초기단계의 실험을 감행한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완전한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북한의 위협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38노스 사이트를 운영하는 전직 외교관 출신의 조엘 위트는 워싱턴포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실험 목적이 아직 불분명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북한이 분명 한단계씩 핵기술을 발전시키고 있고 국제사회는 커지는 위협에 좀 더 효율적으로 대처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전문가들도 북한이 핵기술을 과시하고 향후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핵실험을 단행했다고 보고 있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NNN방송에 “북한의 핵개발은 지금까지 계속돼 왔지만 지금까지 플루토늄 원폭이나 우라늄 농축이 아니라 수소폭탄 수준까지 왔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려는 것”이라며 “북한은 군사력이 곧 외교수단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의 핵교섭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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