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영국 정부가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 의미로 제작한 ‘마우마우 독립투쟁’ 기념 조형물이 제막됐다. 식민통치국이 과거의 가혹행위를 스스로 인정하고 자신들에 맞선 피지배국 독립운동 단체의 동상까지 세워주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11일(현지시간) AFP통신은 나이로비 우후루 공원에서 열린 ‘사죄의 동상’ 제막식에서 크리스천 터너 케냐 주재 영국 대사가 “영국과 케냐 양국 과거사 중 발생했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함께 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제는 70대가 된 마우마우 독립투사 수천명은 터너 대사의 진심 어린 사죄에 감사하다며 크게 반겼다.
1950년대 케냐인들은 50여년간 이어진 영국의 식민지배에 항거하기 위해 산발적인 무장봉기인 마우마우 독립투쟁을 전개했다. 이에 영국군은 1952~1960년 케냐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진압에 나서 그 과정에서 가혹한 고문과 함께 케냐인 최소 1만여명이 사망했다. 영국인 사망자는 32명에 불과해했다.
터너 대사는 “생존자들을 위해 조형물 설치는 바람직한 일”이라며 “미래로 나가려면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 2013년 “식민통치 피해국인 케냐에 저지른 고문과 가혹행위를 인정한다”며 “가혹행위로 인해 케냐 독립운동에 차질을 준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당시 영국 정부는 5228명의 피해자에게 총 1990만파운드(약 364억원) 배상금을 지불하고, 조형물 설치를 약속했다.
기투 W. 카헹게리 마무마우 독립투사 전우회 사무총장은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전우회 회원들이 화해의 길을 택했다”라고 강조했했다. 아미나 모하메드 케냐 외무장관도 “조형물이 양국간 화해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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