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 그리스로 넘어가려다 익사한 세 살 아이의 죽음이 전세계에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터키 도안 통신은 2일(현지시간) 터키 휴양지 보드룸 해변에서 빨간색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얼굴을 모래에 파묻은 채 발견된 아이의 시신 사진을 공개했다. 또 이를 수습하는 터키 경찰의 사진도 언론에 함께 제공했다. 세 살 아이 죽음을 담은 이 사진은 ‘파도에 휩쓸린 인도주의’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통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전세계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터키 언론에 따르면 이 아이는 시리아 북부 코바니 출신의 에이란 쿠르디다. 쿠르디와 그의 가족은 올해 초부터 고향에서 이슬람국가(IS)가 쿠르드족과 잔혹한 전쟁을 벌이자 터키로 옮겨왔다. 터키에서 그들은 유럽으로 가기 위해 소형 보트를 타고 그리스 코스섬을 향해 떠났다. 하지만 보드룸 해변 인근 아크야라 지역에서 배가 뒤집혔다.
쿠르디 일행을 태운 소형 보트 2대는 23명을 태웠는데, 모두 전복돼 어린이 5명과 여성 1명 등 모두 12명이 숨졌다. 7명은 구조됐고, 2명은 구명조끼를 입어 해안에 닿았지만, 2명은 실종된 상태다. 다섯 살인 쿠르디 형도 익사한 것으로 외신들은 전했다.
저스틴 포시스 세이브더칠드런 대표는 “시리아에서 전쟁을 피해 도망치다 목숨을 잃은 꼬마의 비극적 사진은 너무 충격적”이라며 “더 나은 삶을 위해 떠나온 난민들이 처한 위험을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이 아이의 참혹한 죽음이 전세계인의 마음을 모으고, 유럽연합(EU)을 압박해 난민 위기 해결을 위한 방안을 도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유입된 난민은 35만명을 넘어섰다. 그리스와 발칸반도를 거쳐 서유럽으로 들어가는 ‘발칸루트’가 인기를 끌면서 그리스로 상륙한 난민이 23만5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탈리아가 11만4000명, 스페인이 2200명 순이었다. 이중 쿠르디처럼 지중해를 건너다 숨진 난민은 2643명에 달했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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