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해커, 오바마 대통령 이메일도 읽었다

러시아 해커들이 지난해 10월 미국 백악관을 해킹하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메일까지 읽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 해커들이 백악관의 컴퓨터 시스템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이메일 내용을 빼냈다고 보도했다. 이들 해커가 침입한 시스템은 보안장치가 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이메일이 탈취된 사실 때문에 백악관은 해킹을 인지한 뒤 몇 주 동안 거의 매일 대책회의를 열 정도로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해커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사용하는 블랙베리의 메시지 보안 서버나 이메일 계정 자체를 해킹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정기적으로 교신하는 백악관 안팎 인사들의 이메일 저장소에 접근해 오바마 대통령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털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평소 관저에서 이메일을 통해 보좌관들에게 연설문 초안에 대한 의견을 묻거나 새로 쓴 연설문을 보내고, 골프나 이란 핵협상을 둘러싼 의회와의 갈등에 대해서도 얘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들은 이번에 탈취당한 오바마 대통령의 이메일 수나 내용의 민감성에 대해선 함구했다.

백악관 관리들이 사용하는 비보안 네트워크는 비밀이 아닌 내용을 외부와 교신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비보안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주요 일정이나 인사이동, 입법 현안에 대한 내용, 외국 주재 대사·외교관들과의 연락 등을 주고받는다. 이런 과정에서 정책에 관한 논의가 이메일 내용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관계자들은 시인했다.
뉴욕타임스는 해커들이 “러시아 정부 소속은 아니더라도 러시아 정부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해킹 시점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미국과 러시아의 긴장이 고도되던 때였다는 것에 주목했다.
[정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