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높은 세율을 피하기 위해 세율이 낮은 해외로 본사를 이전하거나 해외에 새롭게 법인을 설립하는 미국기업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의회 요청으로 세금회피 미국기업 실태파악에 나선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7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 83년 이후 20년간 세금회피성 본사 해외 이전.해외법인 설립에 나선 미국기업은 29개사였다.
그런데 지난해말 현재 지난 10년간 해외로 본사를 이전한 미국기업은 47개사에 달해 갈수록 세금회피성 해외이전 미국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들어서도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은 유럽으로 본사를 옮기거나 본사를 미국에 두더라도 유럽에 신설법인을 만들어 세금을 회피하는 이른바 세금도치(倒置·tax inversion)에 나선 미국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미국 미니애폴리스 소재 의료기기 제조업체 메드트로닉은 경쟁사인 아일랜드 소재 코비디언사 인수 계획을 발표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메드트로닉의 M&A시도 배경과 관련,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로 본사를 옮기기 위한 꼼수로 보고 있다. 미국 법인세 최고세율은 39.2%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아일랜드 세율은 12.5%에 불과하다. 비아그라로 유명한 세계최대 제약사 화이자는 영국 제약업체 아스트라제네카를 무려 1,190억달러(120조원)에 사들이겠다고 제안했다. 아스트라제네카를 인수한뒤 영국에 신설합병법인을 설립,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다.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화이자는 법인세율이 1% 떨어질때마다 2억달러 절세효과를 얻는다. 세율이 10%만 떨어져도 20억달러(2조원)를 앉은 자리에서 벌게 되는 셈이다. 영국 법인세율은 21%로 미국 절반수준이다. 의회는 자국 기업들의 세금도치 전략과 관련,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부당한 시도로 보고 대책마련에 들어간 상태다. 칼 레빈(민주당·미시건주)등 민주당 상원의원 14명은 앞으로 2년간 세금도치를 위한 M&A를 잠정금지(모라토리엄)시키는 법안을 제출했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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