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원장 융커 지명'
장-클로드 융커(59) 전 룩셈부르크 총리가 차기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으로 지명됐습니다.
EU 28개 회원국 정상들은 2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조제 마누엘 바호주 현 집행위원장 후임에 융커 전 총리를 지명했다고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밝혔습니다.
융커는 지난 19년간 룩셈부르크 총리를 역임하고 지난해까지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협의체) 의장직을 수행한 대표적인 EU 인사입니다.
이 때문에 융커는 차기 EU 집행위원장으로 적임자란 평가와 동시에 개혁성이 부족한 구시대적 인물이라는 지적도 받았습니다.
이날 정상회의 표결에서 융커는 독일과 프랑스 등 28개 회원국 가운데 26개국 정상으로부터 찬성표를 얻었습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만이 지명에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EU 행정권력의 수장인 집행위원장을 표결로 지명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동안 EU 집행위원장은 회원국 정상들 간 합의로 정했습니다.
그러나 캐머런 영국 총리가 유럽에서 반EU 정서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EU 통합을 주장하는 구시대 인물인 융커가 EU 수장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논리로 지명에 반대하면서 표결이 이뤄졌습니다.
표결 결과 중도우파 진영의 독일을 비롯해 중도좌파 성향의 프랑스와 이탈리아까지 지지를 선언한 융커가 결국 지명을 받았습니다.
EU 헌법 격인 리스본조약은 집행위원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고려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융커가 대표로 있는 중도우파의 유럽국민당그룹(EPP)은 지난달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전체 751석 중 213석을 얻어 최대 정파의 지위를 유지했습니다.
유럽의회가 다음 달 새로 개원해 융커 지명 안을 통과시키면 최종적으로 EU 집행위원장으로 선출됩니다.
공개적으로 융커 지명에 반대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정치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영국 정부는 개혁에 소극적인 융커 후보가 집행위원장이 되면 EU 협정 개정과 국민투표를 거쳐 EU에 잔류한다는 장기 전략이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해 왔습니다.
영국에서는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에서 EU 탈퇴를 주장하는 극우성향의 영국독립당(UKIP)이 1위에 오르는 등 반 EU 여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편, EU 정상들은 다음 달 16일 다시 정상회의를 열고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후임을 정할 예정입니다.
신임 정상회의 상임의장에는 여성인 헬레 토르닝-슈미트 덴마크 총리가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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