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구글의 2차 '플랫폼' 대전이 임박했다. 스마트폰을 두고 벌어진 1차 플랫폼 대전에 이어 이번 대전은 정보통신(IT) 분야의 첨단 부문에서 전방위로 행해질 전망이다. 양사가 맞부닥칠 부문으로는 헬스케어, 스마트홈, TV, 웨어러블, 자동차 등이 꼽힌다.
◆ 애플, 헬스케어·스마트홈 시장 공략 나서
2차 대전의 전조는 애플과 구글이 이달 각각 개최한 개발자 회의에서 시작됐다. 애플은 지난 2일(현지시간) 전세계 개발자 회의(WWDC)를 개최하고 스마트폰 이후의 IT 산업에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야심을 드러냈다.
WWDC에서 발표된 내용 중 스마트폰 이후 IT 시장에 관한 것으로는 '헬스'와 '홈킷'이 꼽힌다. 헬스는 사용자의 건강 정보를 저장,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홈킷은 다양한 가전기기를 아이폰을 통해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다.
헬스는 애플의 헬스케어 시장에 대한 야심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사용자의 건강 정보를 수집, 저장, 관리하는 것을 넘어 병원 등과 연계해 헬스케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플랫폼이라는 특성상 다른 업체들도 참여가 가능하다. 애플은 WWDC에서 마요 클리닉 등 유명 병원들과 제휴를 체결했다고 밝힌 상태다. 나이키와 같이 건강 정보를 수집하는 업체도 헬스 플랫폼과 연계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홈킷은 애플이 스마트홈 시장에 드디어 진출했음을 보여주는 도구다. iOS 8이 구동되는 아이폰에서 음성 인식 기능인 '시리'를 통해 가전기기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위해 하니웰,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등과 협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홈킷이 제대로 구현되면 "시리 불 꺼" "시리 문 열어줘" 등과 같은 음성 명령으로 집안의 여러 기기를 제어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두드러진 것은 애플이 그간의 폐쇄적인 형태에서 개발자, 관련 업체들과 협력하는 형태로 전략을 전환한 것이다. 애플은 직접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헬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나 서비스 업체들이 편하게 헬스케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기존 헬스케어 업체들에게 경쟁자라기보다는 동반자라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세를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홈킷도 마찬가지다.
◆ 구글 "안드로이드를 모든 곳에"
애플의 공세에 구글도 전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개최된 구글 개발자 회의(I/O)에서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스마트폰 이외에 다른 모든 곳에 적용하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안드로이드 플랫폼은 IT 분야 전방위에 걸쳐져 있다. 먼저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되는 '안드로이드 웨어'가 발표됐으며 실제품으로 삼성 기어라이브, LG전자 G워치 등이 시연됐다. TV 시장을 겨냥한 '안드로이드 TV'와 자동차에 탑재되는 '안드로이드 오토'도 함께 공개됐다.
구글은 웨어러블 기기, TV, 자동차 등에 안드로이드를 탑재시키고 음성 인식 기능을 활용한 '구글 나우'로 이들을 제어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즉 스마트폰과 함께 다양한 IT 기반 기기에서 '구글 나우'라는 동일한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세를 넓힌다는 전략이다.
해당 분야 관련 업체들도 각 기기들이 동일한 플랫폼인 안드로이드로 구동되는 만큼 서비스 구현 등에서 보다 용이하게 진행할 수 있다. 이는 사용자도 마찬가지다. 자동차의 시동을 걸 때도 "오케이 구글 시동걸어" TV를 켤 때도 "오케이 구글 TV를 켜" 스마트워치를 통해 메일을 확인할 때도 "오케이 구글 메일 확인해줘" 등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구글은 헬스케어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구글핏'을 발표했다. 애플의 '헬스'와 마찬가지로 헬스케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구동된다. 사용자의 건강 정보를 취합하고 저장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 총성없는 전쟁서 승자는 누가?
이달 잇달아 열린 애플과 구글의 개발자 회의에서 양사는 스마트폰 이후의 IT 시장에 대한 전략을 대다수 공개했다는 평가다. 특히 구글은 첨단 IT 전 분야에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공략하겠다는 속내를 모두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각 시장별로 양사의 현 입지는 조금씩 다르다. TV 부문에서는 애플이 애플 TV로 먼저 진출한 가운데 구글이 크롬캐스트와 안드로이드 TV로 공략에 나선 상태다. 애플도 셋톱박스 형태를 넘어 완제품 TV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 부문에서도 애플은 구글에 한발 앞서 있다. 자동차용 IT 플랫폼은 이미 애플이 지난해 'iOS in the car'라는 명칭으로 내놨으며 올해 카플레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선보인 바 있다. 이를 통해 자동차에서 아이폰용 앱을 음성으로 구동하고 이용할 수 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가 이에 대응하는 제품이다.
반면 웨어러블 기기에서는 구글이 앞선 상태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웨어'는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라는 아군을 등에 업고 개발자 회의에서 모습을 드러낸 반면 애플의 아이워치는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양사의 진검승부는 헬스케어 시장에서 갈릴 전망이다. 현 상태로 볼 때 애플과 구글이 동일선상에서 출발하는 첨단 IT 각축장이 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애플의 '헬스'는 올 하반기 나올 iOS8을 통해 구현될 예정이며 구글도 이번에 공개한 '구글핏'으로 헬스케어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양사가 다시 제대로 맞붙을 헬스케어 분야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전세계 IT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매경닷컴 김용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