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전 '윈나우 트레이드'를 감행했던 미국 메이저리그(MLB) LA 에인절스가 시즌을 포기했습니다. 에인절스는 우리 시간 오늘(30일) 선발 루카스 지올리토(29), 불펜 레이날도 로페즈(29), 불펜 맷 무어(34), 외야수 헌터 렌프로(31), 외야수 랜달 그리척(32) 등 FA(자유계약선수)를 앞둔 베테랑 5명을 웨이버 공시했습니다. 더 이상 팀에서 이들을 쓰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다른 팀이 이들을 8월이 지나기 전에 영입하면 포스트시즌에 쓸 수 있습니다. 트레이드할 필요 없이 남은 연봉만 지급하면 데려갈 수 있어서 가을야구 가능성이 큰 팀들의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에인절스 입장에선,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상황에서 올 시즌을 마치고 팀을 떠날 가능성이 큰 선수들을 조금이라도 빨리 정리해 연봉을 최대한 줄이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런 상황이 닥치기까지 안타까운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이들을 영입하기 위해 에인절스가 치른 희생이 너무나도 컸기 때문입니다.
페리 미나시안 에인절스 단장은 지난달 말 슈퍼스타인 오타니 쇼헤이(29)를 트레이드하지 않고 함께 가을야구에 도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트레이드 시장에서 '바이어'(구매자)로 변신했습니다.
가장 먼저 진행한 트레이드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우완 선발 지올리토와 필승조 우완 로페즈를 데려오는 딜이었습니다. 이들을 얻기 위해 에인절스는 당시 팀 내 2위 유망주인 포수 에드가 쿠에로(20)와 3위 유망주 좌완 카이 부시(23)를 넘겨줘야 했습니다. 쿠에로는 리그 전체 65위의 특급 유망주였습니다. 지난 달 27일의 일이었습니다.
포스트시즌을 향한 에인절스의 트레이드는 계속됐습니다. 지난 달 31일에는 콜로라도 로키스의 외야수 그리척과 1루수 CJ 크론(33)을 영입했습니다.
당연히 공짜는 아니었습니다. 에인절스는 이들을 데려오는 대가로 팀 내 8위 유망주였던 우완 제이크 매든(21)과 28위 유망주인 좌완 메이슨 올브라이트(20)를 콜로라도에 내줘야 했습니다.
이번 웨이버 명단에 빠진 크론도 사실 같은 처지가 될 운명이었지만, 허리 염증으로 지난 18일 10일 짜리 부상자명단(IL)으로 이동한 뒤 돌아오지 못하고 있어서 웨이버 신세를 면했습니다.
그러니까 한 달 전 팀 내 2·3·8·28위 유망주라는 나름의 비싼 값을 치르고 데려온 선수 모두를 한 달 만에 사실상 '용도폐기'한 셈입니다.
렌프로까지 포함하면 에인절스의 손해는 더욱 커집니다. 에인절스는 지난해 11월 23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3대 1 트레이드로 렌프로를 데려왔습니다.
당시 넘어간 유망주들은 팀 16위 유망주 우완 잰슨 정크(27), 우완 엘비스 페게로(26), 좌완 아담 세미나리스(24)였습니다. 큰 타격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팀 내 톱30 유망주가 포함된 딜이었습니다. 특히 페게로는 올시즌 54.1이닝 ERA(평균자책점) 3.48, 18홀드로 밀워키 불펜에 큰 힘이 돼 주고 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무어는 올해 2월 FA로 영입한 선수여서 선수 유출은 없었습니다.
현지에선 에인절스가 이들 5명을 웨이버하면서 사치세를 피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올해의 사치세 기준은 2억 3,300만 달러인데, 에인절스의 페이롤(선수 연봉 총합)은 2억 3,526만 달러입니다. 현재 226만 달러 정도 기준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에인절스 페이롤에 적용되는 이들 5명의 연봉은 렌프로(1,190만 달러), 그리척(1,033만 달러), 무어(755만 달러), 지올리토(349만 달러), 로페즈(128만 달러) 등의 순입니다.
5명 모두 다른 팀에서 데려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들의 잔여연봉이 사라진다면 에인절스는 충분히 사치세 납부를 피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금전적으로는 분명 이득인 셈입니다.
트레이드 데드라인 당시 셀러(판매자)가 예상되던 에인절스가 바이어가 된 건 오타니의 영향이 컸습니다. 오타니를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보내지 않기로 하면서 오타니와 마이크 트라웃(32)이 함께 하는 가을야구를 꿈꿨습니다.
하지만 바이어 선언 당시 52승 49패로 아메리칸리그(AL) 와일드카드 3위팀을 4게임 차로 추격 중이던 에인절스는 전력 보강을 했음에도 오히려 63승 70패로 더 추락하는 성적표를 받아들고야 말았습니다.
전력이 더 약해진 에인절스와 포스트시즌에 오를 수 있는 강팀에서 뛰고 싶다는 오타니의 평소 바람을 감안하면, 이번 시즌 후 에인절스와 오타니의 이별은 기정사실인 듯합니다.
모레노 구단주와 함께 하는 에인절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저도 정말 궁금합니다.
◆ 김한준 기자는?
=> MBN 문화스포츠부 스포츠팀장
2005년부터 기자 생활을 시작해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등에서 일했습니다. 야구는 유일한 취미와 특기입니다.
[ 김한준 기자 ]
다른 팀이 이들을 8월이 지나기 전에 영입하면 포스트시즌에 쓸 수 있습니다. 트레이드할 필요 없이 남은 연봉만 지급하면 데려갈 수 있어서 가을야구 가능성이 큰 팀들의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에인절스 입장에선,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상황에서 올 시즌을 마치고 팀을 떠날 가능성이 큰 선수들을 조금이라도 빨리 정리해 연봉을 최대한 줄이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런 상황이 닥치기까지 안타까운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이들을 영입하기 위해 에인절스가 치른 희생이 너무나도 컸기 때문입니다.
한 달만에 웨이버된 루카스 지올리토.
사진 = AP 연합뉴스
사진 = AP 연합뉴스
팀 2·3·8·28위 유망주들 희생하고 데려왔는데…한 달 만에 웨이버
페리 미나시안 에인절스 단장은 지난달 말 슈퍼스타인 오타니 쇼헤이(29)를 트레이드하지 않고 함께 가을야구에 도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트레이드 시장에서 '바이어'(구매자)로 변신했습니다.
가장 먼저 진행한 트레이드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우완 선발 지올리토와 필승조 우완 로페즈를 데려오는 딜이었습니다. 이들을 얻기 위해 에인절스는 당시 팀 내 2위 유망주인 포수 에드가 쿠에로(20)와 3위 유망주 좌완 카이 부시(23)를 넘겨줘야 했습니다. 쿠에로는 리그 전체 65위의 특급 유망주였습니다. 지난 달 27일의 일이었습니다.
포스트시즌을 향한 에인절스의 트레이드는 계속됐습니다. 지난 달 31일에는 콜로라도 로키스의 외야수 그리척과 1루수 CJ 크론(33)을 영입했습니다.
당연히 공짜는 아니었습니다. 에인절스는 이들을 데려오는 대가로 팀 내 8위 유망주였던 우완 제이크 매든(21)과 28위 유망주인 좌완 메이슨 올브라이트(20)를 콜로라도에 내줘야 했습니다.
이번 웨이버 명단에 빠진 크론도 사실 같은 처지가 될 운명이었지만, 허리 염증으로 지난 18일 10일 짜리 부상자명단(IL)으로 이동한 뒤 돌아오지 못하고 있어서 웨이버 신세를 면했습니다.
그러니까 한 달 전 팀 내 2·3·8·28위 유망주라는 나름의 비싼 값을 치르고 데려온 선수 모두를 한 달 만에 사실상 '용도폐기'한 셈입니다.
한 달 만에 팀을 떠나게 된 랜달 그리척.
사진 = AP 연합뉴스
사진 = AP 연합뉴스
렌프로·무어와도 1년도 안 돼 '굿바이'
렌프로까지 포함하면 에인절스의 손해는 더욱 커집니다. 에인절스는 지난해 11월 23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3대 1 트레이드로 렌프로를 데려왔습니다.
당시 넘어간 유망주들은 팀 16위 유망주 우완 잰슨 정크(27), 우완 엘비스 페게로(26), 좌완 아담 세미나리스(24)였습니다. 큰 타격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팀 내 톱30 유망주가 포함된 딜이었습니다. 특히 페게로는 올시즌 54.1이닝 ERA(평균자책점) 3.48, 18홀드로 밀워키 불펜에 큰 힘이 돼 주고 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무어는 올해 2월 FA로 영입한 선수여서 선수 유출은 없었습니다.
헌터 렌프로(왼쪽)와 오타니 쇼헤이.
사진 = AP 연합뉴스
사진 = AP 연합뉴스
확실히 피할 수 있는 사치세 납부…금전적으로는 최고의 선택
현지에선 에인절스가 이들 5명을 웨이버하면서 사치세를 피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올해의 사치세 기준은 2억 3,300만 달러인데, 에인절스의 페이롤(선수 연봉 총합)은 2억 3,526만 달러입니다. 현재 226만 달러 정도 기준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에인절스 페이롤에 적용되는 이들 5명의 연봉은 렌프로(1,190만 달러), 그리척(1,033만 달러), 무어(755만 달러), 지올리토(349만 달러), 로페즈(128만 달러) 등의 순입니다.
5명 모두 다른 팀에서 데려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들의 잔여연봉이 사라진다면 에인절스는 충분히 사치세 납부를 피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금전적으로는 분명 이득인 셈입니다.
에인절스와 결별이 유력해 보이는 오타니 쇼헤이.
사진 = AP 연합뉴스
사진 = AP 연합뉴스
마지막 승부수 실패한 에인절스…오타니와 결별할 듯
트레이드 데드라인 당시 셀러(판매자)가 예상되던 에인절스가 바이어가 된 건 오타니의 영향이 컸습니다. 오타니를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보내지 않기로 하면서 오타니와 마이크 트라웃(32)이 함께 하는 가을야구를 꿈꿨습니다.
하지만 바이어 선언 당시 52승 49패로 아메리칸리그(AL) 와일드카드 3위팀을 4게임 차로 추격 중이던 에인절스는 전력 보강을 했음에도 오히려 63승 70패로 더 추락하는 성적표를 받아들고야 말았습니다.
전력이 더 약해진 에인절스와 포스트시즌에 오를 수 있는 강팀에서 뛰고 싶다는 오타니의 평소 바람을 감안하면, 이번 시즌 후 에인절스와 오타니의 이별은 기정사실인 듯합니다.
에인절스 아르테 모레노 구단주.
사진 = LA에인절스 SNS
이 모든 책임은 아르테 모레노 구단주에게 귀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모레노 구단주는 그간 에인절스를 운영하면서 팀의 미래보다는 현재에 천착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 왔는데, 결국 올해도 잘못된 판단으로 '농사'를 완전히 망쳐 버렸습니다. 게다가 팀 내 유망주들을 무더기로 그것도 사실상 '무료로' 보냈다는 점에서 미래 농사까지 장담할 수 없게 됐습니다.사진 = LA에인절스 SNS
모레노 구단주와 함께 하는 에인절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저도 정말 궁금합니다.
◆ 김한준 기자는?
=> MBN 문화스포츠부 스포츠팀장
2005년부터 기자 생활을 시작해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등에서 일했습니다. 야구는 유일한 취미와 특기입니다.
[ 김한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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