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체육 예산의 뼈대' 국민체육진흥기금 3조 6,600억 원을 조성한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에 위험 신호가 감지됐다. 투표권 사업 수탁업자인 '스포츠토토코리아'의 핵심 인력들이 줄줄이 빠져나가고 있어서다. 2020년 7월부터 지난달까지 퇴사한 직원이 무려 43명이다. 대부분 스포츠토토 대상 경기 선정과 배당률 설정 등의 업무를 담당했고 시스템 운영 관리와 개발 등을 맡았던 '에이스들'이었다. 전문 핵심 인력의 무더기 이탈은 지난 2년간의 적자 탓에 직원 처우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고용 불안감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연 매출 6조 원의 스포츠토토와 적자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 도대체 스포츠토토코리아에는 무슨 일이 있는 걸까?
# 구조적 문제
스포츠토토는 5년마다 이뤄지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입찰에서 낙찰받은 업체가 운영한다. 현 사업자인 스포츠토토코리아는 2020년 입찰서류에 매출의 1.03% 비용으로 2020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연 매출 6조 원의 1.03%는 대략 600억 원이다. 직원 수는 공단 요구에 따라 200명을 유지해야 하는데 지난해 인건비만 136억 원이었다. 입찰 당시 책정한 인건비 예산 99억 원에서 37억 원이 초과된 금액이다. 결국 매출의 0.006%에 불과한 인건비가 영업적자를 불러온 것이다.
스포츠토토코리아는 이런 황당한 상황이 위탁 사업의 용처를 구체적으로 정해놓은 예산과목 지급기준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스포츠토토가 운영하는 스포츠단 운영비, 시스템 유지보수비 등 지출 항목에선 공단 승인액보다 적은 비용이 들어가 자금이 남았지만, 정산항목이라는 이유에서 해당 비용은 모두 공단으로 귀속됐다고 전한다. 반면 인건비, 사업운영비 등은 비정산 항목으로 이월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스포츠토토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계약된 인건비보다 5년 간의 수탁기간 내 추가로 인건비를 부담한다면 120억에서 150억 사이의 손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 사업 정상화 제안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발매액 정체‧하락세와 지난해 말 통과된 토토 공영화법 등으로 고용 불안감이 커지자 핵심 인력들의 줄퇴사가 이어졌고 결국 스포츠토토코리아 대표가 "경영난 가중으로 9월부터 임원 급여 일부를 자진 반납을 통해 삭감한다"는 비상경영 1단계 조치까지 발표했다.
위기감에 휩싸인 스포츠토토코리아는 최근 국민체육진흥공단에 지난 2년간 실제 집행 실적에 맞춰 현실화하는 비용 계획의 재조정을 요청했다. 위탁운영비율을 조정하자는 게 아니라 주요 비용 항목에 대해 실제 운영 실적에 맞춰 재조정하자고 제안했다. 스포츠토토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현 비용 집행계획에는 위탁 사업의 용처를 구체적으로 정해놓은 예산과목 지급기준이 있어 돈이 남아도 모자란 곳에 사용할 수 없다"며 "공단에 요청한 사업 정상화 제안이 거부될 경우 공단이 승인한 그대로 급여를 지급할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투표권 사업 파행으로 이어져 기금 조성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수 인력 유출이 계속된다면 2025년 스포츠토토 공영화 연착륙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투표권 사업 정상화 조치가 시급하다는 스포츠토토코리아의 주장에 대해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국가계약법상 조달청과 수탁업자 사이에 체결된 계약 내용을 수정하는 예산조정은 신중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공단의 한 관계자는 "스포츠토토코리아가 수탁업자가 된 건 기술평가보다는 가격평가에서 우위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입찰 조건에 명시된 정산 비용 항목을 고친다면 경쟁 입찰자와의 형평성 논란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미 스포츠토토코리아와 사업발전협의체를 구성해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인터넷 발매시스템 확대 허용 등 수익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GDP 대비 0.27%를 체육 예산으로 지출하고 있다. 유럽연합 27개국 평균이 0.7%인 걸 생각하면 상당히 낮은 비율이다. 체육 복지를 가능하게 하는 체육 예산의 젖줄이 체육진흥투표권 등으로 벌어들인 국민체육진흥기금이다. 체육기금의 안정적인 조성을 위한 솔로몬의 해법이 필요한 때다.
[전광열 기자 revelg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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