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2.5단계로 호텔 레스토랑은 연말특수를 누리지만, 작은 골목식당은 끙끙 앓고 있다. 옆 나라 일본에서 코로나로 인해 식당 폐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2만엔(약 21만 원) 짜리 고급 오마카세가 오히려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아사히TV 계열 ANN(아사히뉴스네트워크)이 27일 보도했다. ANN은 해외여행을 할 수 없게 되자, 고급 음식점으로 소비 흐름이 옮겨진 것 같다며 도쿄 중심가 롯폰기 고급 음식점 매상이 늘었다고 소개했다. 주 고객층은 20~30대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다를까? 서울 시내 중심가 5성급 호텔 A의 38층에 있는 일식당은 연말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 포털사이트 예약에서 이 식당은 올해 마지막 날인 31일 저녁 시간대 예약을 이틀 전부터 이미 끝났다. 가격은 일 인당 9만 원~24만 원이다. 2명에서 4명까지만 예약할 수 있고, 직계가족을 증명할 수 있는 경우 5명까지 가능하다.
강남에 있는 호텔 B의 1층 일식집도 사정은 비슷했다. 메뉴에 따라 코스요리는 한 사람당 10만 5천 원에서 30만 원이다. 좌석은 총 130석이 있지만,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에 따라 1m 간격으로 좌석 간 거리를 띄어서 50석 정도만 손님을 받고 있다. 이곳도 50여 석의 자리는 모두 예약이 잡혀 있었다.
오마카세. 해당 사진은 본 기사에 언급된 업체와 무관함. / 매경DB
서울 시내 다른 5성급 호텔 C 내부 일식당도 사정은 비슷했다. C 호텔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 시대인데 아무래도 호텔은 방역이 더 잘되어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뷔페를 제외하고는 호텔 안 레스토랑을 찾으시는 분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C 호텔 내부 레스토랑도 연말 자리가 거의 다 찼다.호텔 식당가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28일 저녁 서울의 대표적 먹자골목인 을지로 노가리 골목 일대는 한산했다. 정부 방역지침에 따른 좌석 간 거리 두기가 무의미할 정도로 손님이 없었다. 식당에서는 연말특수는커녕 임대료 걱정을 하소연했다. 한 호프집 주인은 “원래는 겨울에도 늘 만석이었다”라며 “찾아와 주시는 손님들이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이곳은 3500원인 500cc 생맥주와 1000원짜리 노가리 안주로 박리다매 장사를 해오던 곳이라 손님이 줄어들면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착한 임대인에게 세액공제를 해준다고 하자 “건물주가 임대료를 깎아줄지 알 수 없다”라고 했다.
28일 저녁 을지로 노가리 골목은 손님이 없고 한산했다. 일대 호프집 종사자는 평소 연말엔 빈 자리를 찾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고용노동부가 29일 발표한 '2020년 11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숙박·음식업의 종사자는 111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만6000명(14.3%) 감소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9년 6월 이후 역대 최대의 감소 폭이다. 올해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한 2월 이후로 3월만 빼고 계속 식당업 종사자 숫자는 줄었다. 같은 날 정부는 소상공인에게 최대 300만 원을 추가로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집합제한업종인 식당은 200만 원을 지원받게 된다.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호프집 사장은 “봄까지 최대한 버텨야죠”라고 말했다.[권오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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