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위크다.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는 '4월의 마스터스'가 아니라 코스모스와 국화의 계절 '11월의 마스터스'다. 코로나 19 탓으로 가을에 열리는 마스터스는 동시에 '위기의 마스터스'이기도 하다. US오픈의 잔인한 코스 세팅을 보란듯이 허무러뜨린 '장타 헐크' 브라이슨 디섐보(미국)가 마스터스의 격전장 오거스타 내셔널GC를 작심하고 유린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400야드 장타를 보여주겠다"며 '48인치 드라이버'를 비장의 무기로 만들기 위해 두문불출 연습에 올인했던 디섐보의 베일이 대회 개막을 며칠 앞두고 하나둘씩 벗겨지고 있다.
미국 골프전문매체 골프채널은 9일(한국시간) 마스터스를 앞두고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연습 라운드를 한 디섐보가 어떻게 코스를 공략했는 지 자세히 소개했다. 디섐보와 같이 라운드한 1988년 마스터스 챔피언 샌디 라일(스코틀랜드)이 직접 본 내용이다. 라일은 한마디로 "입이 쩍 벌어질 정도였다"고 디섐보와 라운드를 평가했다.
디섐보는 대부분의 파4홀에서 두번째 샷을 피칭웨지 또는 샌드웨지로 공략했다.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가장 짧은 파4홀인 3번홀(350야드)에서는 3번 우드로 티샷한 공이 그린을 훌쩍 넘어가 버렸다. 이 홀은 그린이 페어웨이 보다 한참 솟아 있어 대부분 우드나 아이언으로 짧게 공략한 뒤 웨지로 두번째 샷을 하는 곳이다. 파4홀 중 다소 긴 11번홀(505야드)에서는 두번째 샷을 9번 아이언으로 했다. '아멘 코너'의 시작 홀인 11번홀은 그린 앞 쪽에 해저드까지 있어서 버디를 만들기가 아주 어렵기로 악명 높은 곳이다. 495야드 파4홀인 10번홀에서도 디섐보는 피칭웨지로 그린을 노렸다.
그린재킷을 입기 위해서 반드시 버디를 떨어 뜨려야 하는 파5홀에서도 디섐보의 장타는 진가를 발휘했다. 라일에 따르면 4곳의 파5홀에서 디섐보는 모두 아이언으로 2온 공략을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가장 길게 잡은 아이언이 '7번'이라는 점이다. 8번홀(570야드)과 아멘코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13번홀(510야드)에서 7번 아이언을 잡고 2온을 노렸는데, 13번홀에서는 티샷을 3번 우드로 했다. 2번 홀(575야드)에서는 8번 아이언으로 홀을 노렸고 15번 홀(530야드)에서는 9번 아이언으로 두번째 샷을 했다.
물론 디섐보가 얼마나 많은 버디를 잡았는지, 어떤 스코어를 쳤는 지, 그리고 마스터스에서 사용하겠다고 공언한 48인치 드라이버를 들고 나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오거스타 내셔널GC는 러프가 사실상 의미가 없는 곳이다. 페어웨이 잔디와 별로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스터스는 '그린 위의 승부'라고 불린다. 과연 350~400야드 장타로 무장한 디섐보가 어떻게 오거스타를 초토화시킬 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디섐보는 캐리로만 400야드가 찍힌 티샷 데이터를 공개하기도 했다. 확실히 '11월의 마스터스'는 '위기의 마스터스'다.
[오태식 스포츠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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