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예상하지 못한 7연패 수모에 롯데 자이언츠 팀 분위기는 가라 앉아있었다.
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NC다이노스와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롯데 선수들은 1루 더그아웃 앞에 모였다. 전날(31일) 2만5000명 만원 홈팬들 앞에서 충격적인 7연패를 당했고, 타격 부진에 빠진 주장 이대호(36)는 퇴근길에 신원불상의 팬이 던진 치킨박스를 맞는 봉변을 당했다.
7연패 중인데 이날 경기 내용도 꼬였다. 선발 브룩스 레일리(30)의 7이닝 2실점 호투에도 8회말 2사까지 1-2로 끌려 다녔다. 연패 기간 중 팀타율이 1할(0.196)에 그쳤기에 1점 차는 더 커보였다. 8회부터 올라온 NC투수 김진성을 상대로 이대호와 채태인이 모두 뜬공을 물러나 2아웃, 경기는 그대로 끝나듯 했다. 하지만 앤디 번즈가 좌측 담장을 원바운드로 맞히는 2루타로 출루하며 꺼져가는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그리고 타석에는 올해 경남고를 졸업하고 신인 1차지명으로 입단한 한동희(19)가 들어섰다. 앞선 6회말 중전안타를 때렸던 한동희는 초구 떨어지는 포크볼을 지켜본 뒤 2구째 직구를 힘껏 밀어쳤다. 다소 앞에서 수비를 하던 NC 우익수 나성범(29)이 급하게 타구를 따라갔지만, 타구는 우측담장을 때렸다. 번즈가 홈으로 들어오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NC는 급하게 마무리 투수 임창민(34)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임창민은 신본기(29)에 좌측 적시 2루타를 허용했다. 슬라이딩 과정에서 오른쪽 발목을 삐긋한 한동희가 여유롭게 홈을 밟았다. 9회초에는 전날 수모를 당한 손승락이 다시 올라와 1이닝 퍼펙트 피칭으로 설욕했다. 롯데의 시즌 첫 승과 7연패 탈출은 이렇게 짜릿하게 만들어졌다.
승리 후 사직구장 관중석은 “한동희! 한동희!”라는 외침으로 가득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역전이 이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신인의 방망이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슈퍼베이비의 등장이다. 롯데는 1990년 부산고-고려대 출신의 우완투수 박동희(2007년 작고)를 뽑았다. 아마시절 최고 156km를 던진 박동희는 신인시절 10승7패7세이브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사람들을 그를 두고 슈퍼베이비라 불렀다. 1991년 14승9패를 기록한 박동희는 이듬해에는 팀에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기며 한국시리즈 MVP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한동희와 이름이 같다.
그러나 4연패 중이던 2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한동희는 뼈아픈 실책을 범했다. 롯데는 8회말 4-3으로 앞서 있었다. 연패 탈출이 눈앞에 있었다. 하지만 한동희의 실책이 빌미가 됐다. 선두타자 오재일의 평범한 내야 뜬공을 놓쳤다. 이후 3실점했고, 결국 5-6으로 패했다. 주전 3루수를 꿰찬 신인에게 찾아온 첫 시련이었다. 그래서인지 첫 승리 후 한동희는 “정말 이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삐끗한 발목도 아프지 않았다. 한동희는 “살짝 부었지만, 괜찮을 것 같습니다. 3루에서 세이프가 된 뒤 1루 관중석을 바라보며 아픈지도 몰랐습니다”라며 웃었다.
뼈아픈 실책 이후 선배들은 한동희를 질책하기 보다는 격려했다. 역시 경남고 선배로 룸메이트인 유격수 신본기가 내야 뜬공 상황에서는 한동희를 커버한다. 한동희는 “제가 트라우마가 있을까봐 선배님께 부탁드렸습니다”라며 “실책 후에는 정말 힘들었는데, 선배님들이 ‘다 같이 못해서 진 것’이라 말씀해주셔서 위로가 됐습니다. 감독님도 타석에서 자신있게 스윙하라고 말씀해주셨는데,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연패 탈출을 이끈 신인은 그제야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취재진에 둘러쌓인 한동희를 바라보는 롯데 프런트들의 표정도 아빠 미소로 가득했다. 슈퍼베이비가 롯데를 웃게 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NC다이노스와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롯데 선수들은 1루 더그아웃 앞에 모였다. 전날(31일) 2만5000명 만원 홈팬들 앞에서 충격적인 7연패를 당했고, 타격 부진에 빠진 주장 이대호(36)는 퇴근길에 신원불상의 팬이 던진 치킨박스를 맞는 봉변을 당했다.
7연패 중인데 이날 경기 내용도 꼬였다. 선발 브룩스 레일리(30)의 7이닝 2실점 호투에도 8회말 2사까지 1-2로 끌려 다녔다. 연패 기간 중 팀타율이 1할(0.196)에 그쳤기에 1점 차는 더 커보였다. 8회부터 올라온 NC투수 김진성을 상대로 이대호와 채태인이 모두 뜬공을 물러나 2아웃, 경기는 그대로 끝나듯 했다. 하지만 앤디 번즈가 좌측 담장을 원바운드로 맞히는 2루타로 출루하며 꺼져가는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그리고 타석에는 올해 경남고를 졸업하고 신인 1차지명으로 입단한 한동희(19)가 들어섰다. 앞선 6회말 중전안타를 때렸던 한동희는 초구 떨어지는 포크볼을 지켜본 뒤 2구째 직구를 힘껏 밀어쳤다. 다소 앞에서 수비를 하던 NC 우익수 나성범(29)이 급하게 타구를 따라갔지만, 타구는 우측담장을 때렸다. 번즈가 홈으로 들어오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1일 사직 NC전에서 8회말 2-2동점을 만드는 3루타를 때리는 롯데 신인 한동희.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관건은 한동희가 어디까지 가느냐였다. 한동희는 2루를 돌아 뒤도 안돌아보고 3루까지 내달렸다. NC수비가 뒤늦게 3루로 던졌지만, 슬라이딩 한 한동희의 발이 더 빨랐다. 2-2 동점에서 분위기는 롯데 쪽으로 넘어왔다.NC는 급하게 마무리 투수 임창민(34)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임창민은 신본기(29)에 좌측 적시 2루타를 허용했다. 슬라이딩 과정에서 오른쪽 발목을 삐긋한 한동희가 여유롭게 홈을 밟았다. 9회초에는 전날 수모를 당한 손승락이 다시 올라와 1이닝 퍼펙트 피칭으로 설욕했다. 롯데의 시즌 첫 승과 7연패 탈출은 이렇게 짜릿하게 만들어졌다.
승리 후 사직구장 관중석은 “한동희! 한동희!”라는 외침으로 가득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역전이 이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신인의 방망이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슈퍼베이비의 등장이다. 롯데는 1990년 부산고-고려대 출신의 우완투수 박동희(2007년 작고)를 뽑았다. 아마시절 최고 156km를 던진 박동희는 신인시절 10승7패7세이브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사람들을 그를 두고 슈퍼베이비라 불렀다. 1991년 14승9패를 기록한 박동희는 이듬해에는 팀에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기며 한국시리즈 MVP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한동희와 이름이 같다.
1일 사직 NC전에서 8회말 3루에 안착하는 롯데 한동희.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한동희는 고교시절부터 대형 타자감이라고 평가를 받았다. 같은 학교 출신인 이대호의 후계자가 될 수있다는 조심스런 예상도 나왔다. 이례적으로 신인으로는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됐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한동희의 뛰어난 수비를 높이 평가했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도 안정감 있는 수비와 부드러운 스윙으로 관계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공석이던 3루의 주인은 앳된 티를 벗지 못한 신인의 차지가 됐다. 지난달 24일 인천에서 열린 SK와이번스와의 개막전에서도 한동희는 첫 타석부터 2루타를 때리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그러나 4연패 중이던 2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한동희는 뼈아픈 실책을 범했다. 롯데는 8회말 4-3으로 앞서 있었다. 연패 탈출이 눈앞에 있었다. 하지만 한동희의 실책이 빌미가 됐다. 선두타자 오재일의 평범한 내야 뜬공을 놓쳤다. 이후 3실점했고, 결국 5-6으로 패했다. 주전 3루수를 꿰찬 신인에게 찾아온 첫 시련이었다. 그래서인지 첫 승리 후 한동희는 “정말 이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삐끗한 발목도 아프지 않았다. 한동희는 “살짝 부었지만, 괜찮을 것 같습니다. 3루에서 세이프가 된 뒤 1루 관중석을 바라보며 아픈지도 몰랐습니다”라며 웃었다.
뼈아픈 실책 이후 선배들은 한동희를 질책하기 보다는 격려했다. 역시 경남고 선배로 룸메이트인 유격수 신본기가 내야 뜬공 상황에서는 한동희를 커버한다. 한동희는 “제가 트라우마가 있을까봐 선배님께 부탁드렸습니다”라며 “실책 후에는 정말 힘들었는데, 선배님들이 ‘다 같이 못해서 진 것’이라 말씀해주셔서 위로가 됐습니다. 감독님도 타석에서 자신있게 스윙하라고 말씀해주셨는데,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연패 탈출을 이끈 신인은 그제야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취재진에 둘러쌓인 한동희를 바라보는 롯데 프런트들의 표정도 아빠 미소로 가득했다. 슈퍼베이비가 롯데를 웃게 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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