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과거 빙하기가 이런 모습이었을까? 메이저리그 이적시장이 미쳐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지구온난화'는 이곳에서 먼나라 얘기다.
이미 수차례 여러 기사를 통해 언급됐지만, 이번 메이저리그 이적 시장은 정상이 아니다. 이제 2월이 코앞인데 100명이 넘는 FA 선수들이 손가락만 빨고 있다.
보통 FA 시장은 정상급 선수들부터 계약이 이뤄지고 그 다음 단계로 내려가기 마련인데, 정상급 FA 선수들부터 꽉 막혔다. 지금까지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이 밀워키 브루어스와 계약한 외야수 로렌조 케인으로 5년 8000만 달러다. 그 이외에는 보장 계약이 3년을 넘기는 선수가 한 명도 없다.
'ESPN' 칼럼니스트 제이슨 스타크에 따르면, 메이저리그에서 4년 이상 계약을 맺은 선수가 이렇게 늦게 나온 것은 지난 30년동안 처음이다. 1988-89시즌에는 아예 계약 기간이 3년을 넘기는 선수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는데 그때로 돌아가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다.
간간히 마이너리그 계약, 혹은 준주전급 선수들의 계약 소식만 들려올뿐, 나머지 선수들은 루머조차 뜸하다. 윈터미팅 기간 뜨겁게 달아올랐던 불펜 시장도 지금은 찬바람만 불고 있다. 그나마 우완 다르빗슈 유 정도가 여러 팀의 오퍼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그정도면 행복한 편에 속한다.
메이저리그 이적시장에 이같은 '빙하기'가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구단들이 돈을 안쓰기 때문이다.
일단 틀이 잘못 짜여졌다. 1년전 메이저리그 노사가 새로운 노사 협약에 합의할 당시 균형 경쟁 세금, 이른바 사치세 제도를 손봤다. 한도를 2017년 1억 9500만 달러, 2018년 1억 9700만 달러, 2019년 2억 600만 달러, 2020년 2억 800만 달러, 2021년 2억 1000만 달러로 '조금씩' 늘리기로 했다. 한도는 별로 높아지지 않았는데 징계는 세졌다. 사치세 한도를 넘기면 드래프트, 퀄리파잉 오퍼 선수 영입 등 여러 과정에서 불이익이 주어진다. 때문에 많은 팀들이 사치세 한도를 넘기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이다.
사치세를 두려워하지 않던 리그의 '큰 손' LA다저스와 뉴욕 양키스가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브라이스 하퍼, 매니 마차도, 조시 도널드슨 등 엄청난 대어급 선수들이 쏟아져 나올 내년 FA 시장에 대비, 올해 사치세 한도를 넘기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고 있다. 이번 시즌 사치세를 넘기지 않으면 앞으로 사치세 한도 초과에 대한 징계가 상대적으로 가벼워지기 때문에 내년 시장에 대비해 '리셋'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제리 디포토 시애틀 매리너스 단장은 "월드시리즈 우승을 원하는 팀들보다 드래프트에서 첫번째 지명권을 얻기를 원하는 팀들이 더 많아보인다"는 말로 현재 구단들의 움직임을 평가했다. 앞서 시카고 컵스,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수년에 걸친 '탱킹'으로 수준 높은 유망주들을 드래프트에서 끌어모아 팀을 다시 정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이 많은 팀들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요인들로 구단들의 씀씀이가 줄어들면서 메이저리그 이적시장에는 유례없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가장 피해를 볼 이들은 선수들, 그리고 에이전트들이다. 이들이 화가 난 것은 당연한 얘기.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경쟁을 포기한 암세포들이 이 스포츠의 구조를 망치고 있다"며 이같은 구단들의 움직임이 리그의 근본을 흔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LA다저스 마무리 켄리 잰슨은 "파업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했다. 1994년 이후 '파업'이라는 단어를 모르고 살았던 메이저리그다. 선수들의 입에서 '파업'이라는 단어가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분위기가 험악함을 의미한다.
쌓여있던 눈이 갑작스럽게 녹으면 홍수가 되듯, 갑작스럽게 해동된 FA 시장은 또 다른 혼란을 가져 올 것이다. 자이디는 "많은 구단들이 처음에 영입을 생각하지 않았던 선수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선수의 자리를 만들기 위한 트레이드를 생각하는 구단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연쇄 이동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번 이적시장의 추위는 엄청난 여파를 몰고 올 것이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미 수차례 여러 기사를 통해 언급됐지만, 이번 메이저리그 이적 시장은 정상이 아니다. 이제 2월이 코앞인데 100명이 넘는 FA 선수들이 손가락만 빨고 있다.
보통 FA 시장은 정상급 선수들부터 계약이 이뤄지고 그 다음 단계로 내려가기 마련인데, 정상급 FA 선수들부터 꽉 막혔다. 지금까지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이 밀워키 브루어스와 계약한 외야수 로렌조 케인으로 5년 8000만 달러다. 그 이외에는 보장 계약이 3년을 넘기는 선수가 한 명도 없다.
'ESPN' 칼럼니스트 제이슨 스타크에 따르면, 메이저리그에서 4년 이상 계약을 맺은 선수가 이렇게 늦게 나온 것은 지난 30년동안 처음이다. 1988-89시즌에는 아예 계약 기간이 3년을 넘기는 선수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는데 그때로 돌아가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다.
간간히 마이너리그 계약, 혹은 준주전급 선수들의 계약 소식만 들려올뿐, 나머지 선수들은 루머조차 뜸하다. 윈터미팅 기간 뜨겁게 달아올랐던 불펜 시장도 지금은 찬바람만 불고 있다. 그나마 우완 다르빗슈 유 정도가 여러 팀의 오퍼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그정도면 행복한 편에 속한다.
메이저리그 이적시장에 이같은 '빙하기'가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구단들이 돈을 안쓰기 때문이다.
일단 틀이 잘못 짜여졌다. 1년전 메이저리그 노사가 새로운 노사 협약에 합의할 당시 균형 경쟁 세금, 이른바 사치세 제도를 손봤다. 한도를 2017년 1억 9500만 달러, 2018년 1억 9700만 달러, 2019년 2억 600만 달러, 2020년 2억 800만 달러, 2021년 2억 1000만 달러로 '조금씩' 늘리기로 했다. 한도는 별로 높아지지 않았는데 징계는 세졌다. 사치세 한도를 넘기면 드래프트, 퀄리파잉 오퍼 선수 영입 등 여러 과정에서 불이익이 주어진다. 때문에 많은 팀들이 사치세 한도를 넘기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이다.
사치세를 두려워하지 않던 리그의 '큰 손' LA다저스와 뉴욕 양키스가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브라이스 하퍼, 매니 마차도, 조시 도널드슨 등 엄청난 대어급 선수들이 쏟아져 나올 내년 FA 시장에 대비, 올해 사치세 한도를 넘기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고 있다. 이번 시즌 사치세를 넘기지 않으면 앞으로 사치세 한도 초과에 대한 징계가 상대적으로 가벼워지기 때문에 내년 시장에 대비해 '리셋'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지난 2015년 스프링캠프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밥 너팅 피츠버그 구단주(오른쪽). 최근 가장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구단주 중 한 명이다. 사진= MK스포츠 DB
사치세 걱정이 없는 팀들도 돈을 쓰지 않고 있다. 마이애미 말린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은 주전들을 연달아 처분하며 대놓고 '시즌 포기'를 선언했다. 밖에 있는 선수를 사오기는커녕 안에 있는 주전급 선수들을 팔아치우기에 바쁘다. 여기에 신시내티 레즈,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등 최근 성적을 내지 못한 팀들도 '리빌딩'이라 쓰고 '탱킹'이라 말하는 과정을 고려중이다.제리 디포토 시애틀 매리너스 단장은 "월드시리즈 우승을 원하는 팀들보다 드래프트에서 첫번째 지명권을 얻기를 원하는 팀들이 더 많아보인다"는 말로 현재 구단들의 움직임을 평가했다. 앞서 시카고 컵스,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수년에 걸친 '탱킹'으로 수준 높은 유망주들을 드래프트에서 끌어모아 팀을 다시 정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이 많은 팀들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요인들로 구단들의 씀씀이가 줄어들면서 메이저리그 이적시장에는 유례없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가장 피해를 볼 이들은 선수들, 그리고 에이전트들이다. 이들이 화가 난 것은 당연한 얘기.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경쟁을 포기한 암세포들이 이 스포츠의 구조를 망치고 있다"며 이같은 구단들의 움직임이 리그의 근본을 흔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LA다저스 마무리 켄리 잰슨은 "파업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했다. 1994년 이후 '파업'이라는 단어를 모르고 살았던 메이저리그다. 선수들의 입에서 '파업'이라는 단어가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분위기가 험악함을 의미한다.
다저스 마무리 켄리 잰슨은 지난 주말 팬페스트 행사에서 파업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사진= MK스포츠 DB
현재 팀을 찾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은 결국 어떤 형태로든 팀을 찾게 될 것이다. 파한 자이디 다저스 단장은 "연봉 조정 협상이 마감 15분전에 타결되거나 드래프트 협상이 데드라인 1시간 전에 이뤄지기도 한다. 우리는 그런 '막판 협상'의 프리에이전트 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스프링캠프 개막을 앞두고 시장이 갑자기 녹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쌓여있던 눈이 갑작스럽게 녹으면 홍수가 되듯, 갑작스럽게 해동된 FA 시장은 또 다른 혼란을 가져 올 것이다. 자이디는 "많은 구단들이 처음에 영입을 생각하지 않았던 선수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선수의 자리를 만들기 위한 트레이드를 생각하는 구단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연쇄 이동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번 이적시장의 추위는 엄청난 여파를 몰고 올 것이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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