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어느 정도 예상은 됐지만 이 정도 한파일 것이라 생각하기는 쉽지 않았다. 베테랑 혹은 소위 특A급 선수들이 아닌 FA 선수들의 올 겨울은 상상 이상으로 춥다. 이제 ‘대어급’만 남고 ‘준척급’이라는 표현은 사라지는 분위기. FA제도 전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구단과 선수, 심지어 팬들 사이에서도 밀고 당기기가 펼쳐지는 현실이다.
김현수(LG), 황재균(kt), 손아섭(롯데) 등 거물급 FA들의 잭팟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 현재다. 100억 시대가 열린데 이어 80억원 계약도 어느덧 익숙해질 정도로 잦은 일이 됐다. FA 황금시대가 열린 게 분명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소외 받는 그늘도 있는 법. 22일 현재 FA 신청자 중 9명이 아직 미계약 상태다.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해도 바뀌어 가는데 이렇다 할 소식이 없다. 더한 문제는 앞으로도 계약이 그다지 수월해보이지 않는다는 점.
그나마 지난 18일 NC의 베테랑 선수 세 명(손시헌-이종욱-지석훈)이 재계약에 성공하며 활로를 뚫어내는 듯했으나 모든 FA 대상자의 상황이 똑같을 수는 없는 법이다. 결국 원소속팀 복귀, 헐값 계약 등 여러 선택지 중 한 쪽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이를 통해 이번 FA시장 흐름이 예사롭지는 않다는 걱정 어린 시선은 더욱 많아지게 됐다.
구단들의 리빌딩 기조, 예상을 넘는 다수의 FA신청자들, 두드러지는 부익부 빈익빈까지. 베테랑 혹은 특급이 아닌 대상자들은 구단과 팬들의 계륵 취급을 받고 있고 반면 구단들은 전략적이고 정말 필요한 작업을 해내기 힘들어지는 서로가 곤란한 상황이 모두에게 반복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새로운 흐름도 생겼다. 일부 구단들이 자발적으로 소속팀 FA대상자들에 대한 보상선수를 받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 돈도 돈이지만 선수 유출에 민감한 구단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선수의 계약도 자연스럽게 밀어주는 새로운 흐름이지만 현재까지 큰 효용성은 없는 듯하다. 보상선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구단의 목표가 완전 다른 방향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10개 구단 중 리빌딩, 혹은 육성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는 구단은 사실상 없다. 속도와 외형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가 이와 같은 흐름을 강조하며 FA시장 특히 베테랑, 혹은 A급 선수가 아닌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 “우리는 외부 FA시장에 관심 없다.” 올 겨울 구단관계자들이 가장 많이 부르짖은 단어이기도 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제도를 떠나 선수들의 다소 무리한 FA신청에 대해 아쉬워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개인성적과 팀 사정, 이런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간 공헌과 헌신만 생각해 스스로 험로를 자초한다거나 프랜차이즈 스타 혹은 베테랑으로서 돈 아닌 팀에 대한 자부심으로 FA 이상의 가슴 뛰는 장면을 보여줄 수는 없는가 하는 기대다. 이 경우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이기에 해당되는 이야기지 일반인들에게도 적용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전자의 경우는 비즈니스가 강조되는 프로사회에서 굳이 필요한 포지션이 아니라면 젊은 선수들을 키우고 싶어 하는 구단들의 사정을 알지 못한 채 다소 무모한 도전을 펼치고 있다는 시각이다. 후자의 경우 사회적으로 꿈과 희망을 안기는 스포츠스타가 돈 이상의 무엇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섞여 있다. 물론 이는 일부의 시각이다.
반대로 살펴보면 FA는 선수들의 개인권리이고 연봉은 프로선수의 자존심이다. 똑같이 비즈니스라는 개념에서 프랜차이즈라고 양보해야 할, 노장이라고 포기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선수협 김선웅 사무총장은 “구단에 있을 때 대우를 못 받는다 느끼거나 주전 자리를 확보하지 못해 팀을 옮기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다”며 FA 신청이 선수 본인의 야구인생을 위한 도전의 성격도 있다며 단순하게 돈 때문으로 정의되는 것을 경계했다.

등급제가 실시되고 보상선수가 줄어든다면(사라진다면) 소위 특급 FA가 아닌 대상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생길까. 활발한 팀별 이동, 껄끄럽지 않은 비시즌이 만들어질까.
보수적인 시각의 야구인들은 약간의 변화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구단의 움직임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며 팬들 또한 유망주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지는 상황이라 흐름을 되돌리는 것은 어렵다고 강변한다. 선수들이 나서서 전략적인 FA신청 및 냉정한 자기분석 등을 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반면 제도가 허물어지면 잠깐은 쉽지 않아도 궁극적으로 자유로운 경쟁, 선수들의 기회 확충, 프로야구 질적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
해마다 겨울이면 FA에 관한 푸념과 논쟁,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팬들 또한 갈리는데 빅마켓 구단의 팬들은 향후 리스크와 질투 어린 시선에 대해 조심스러워하고, 스몰마켓 구단 팬들은 매번 FA시장과 동 떨어진 야구를 봐야한다. 선수가 권익을 지키는 게 당연하다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좀 더 신중할 수는 없었는지, 무작정 도전만이 능사였는지 헷갈려하는 팬들 또한 존재한다.
아무리 수요가 있어서라고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현재 FA시장의 금액이 너무 커져버렸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하는 편이다. 계약금이 지나치게 많으니 전체 연봉이 높아져 준척급이 나올 수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사라져가는 준척급이라는 표현을 살리기 위한 진일보한 발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제가 있는 제도는 과감히 고치돼 시장흐름 같은 예측하기 쉽지 않은 요소에 대한 선수들의 이해도 더욱 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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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LG), 황재균(kt), 손아섭(롯데) 등 거물급 FA들의 잭팟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 현재다. 100억 시대가 열린데 이어 80억원 계약도 어느덧 익숙해질 정도로 잦은 일이 됐다. FA 황금시대가 열린 게 분명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소외 받는 그늘도 있는 법. 22일 현재 FA 신청자 중 9명이 아직 미계약 상태다.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해도 바뀌어 가는데 이렇다 할 소식이 없다. 더한 문제는 앞으로도 계약이 그다지 수월해보이지 않는다는 점.
그나마 지난 18일 NC의 베테랑 선수 세 명(손시헌-이종욱-지석훈)이 재계약에 성공하며 활로를 뚫어내는 듯했으나 모든 FA 대상자의 상황이 똑같을 수는 없는 법이다. 결국 원소속팀 복귀, 헐값 계약 등 여러 선택지 중 한 쪽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이를 통해 이번 FA시장 흐름이 예사롭지는 않다는 걱정 어린 시선은 더욱 많아지게 됐다.
구단들의 리빌딩 기조, 예상을 넘는 다수의 FA신청자들, 두드러지는 부익부 빈익빈까지. 베테랑 혹은 특급이 아닌 대상자들은 구단과 팬들의 계륵 취급을 받고 있고 반면 구단들은 전략적이고 정말 필요한 작업을 해내기 힘들어지는 서로가 곤란한 상황이 모두에게 반복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새로운 흐름도 생겼다. 일부 구단들이 자발적으로 소속팀 FA대상자들에 대한 보상선수를 받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 돈도 돈이지만 선수 유출에 민감한 구단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선수의 계약도 자연스럽게 밀어주는 새로운 흐름이지만 현재까지 큰 효용성은 없는 듯하다. 보상선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구단의 목표가 완전 다른 방향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10개 구단 중 리빌딩, 혹은 육성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는 구단은 사실상 없다. 속도와 외형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가 이와 같은 흐름을 강조하며 FA시장 특히 베테랑, 혹은 A급 선수가 아닌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 “우리는 외부 FA시장에 관심 없다.” 올 겨울 구단관계자들이 가장 많이 부르짖은 단어이기도 하다.

채태인(사진) 역시 준척급 FA로 불리지 못하는 신세다. 사진=김영구 기자
이에 KBO단장들 사이에서 FA제도 개선에 대한 움직임이 엿보이는 중이다. 이전과는 다르게 확실한 액션이 예상된다. 제도의 문제점 혹은 육성흐름 속 불가피한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분석. 선수별 등급에 따른 차등 보상 규정이 핵심이다. 전면적인 개선까지는 이뤄지기 힘들겠지만 베테랑들의 발목을 잡는 분위기가 아닌 자유로운 계약을 더 장려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흐르는 분위기다.다만 일각에서는 제도를 떠나 선수들의 다소 무리한 FA신청에 대해 아쉬워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개인성적과 팀 사정, 이런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간 공헌과 헌신만 생각해 스스로 험로를 자초한다거나 프랜차이즈 스타 혹은 베테랑으로서 돈 아닌 팀에 대한 자부심으로 FA 이상의 가슴 뛰는 장면을 보여줄 수는 없는가 하는 기대다. 이 경우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이기에 해당되는 이야기지 일반인들에게도 적용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전자의 경우는 비즈니스가 강조되는 프로사회에서 굳이 필요한 포지션이 아니라면 젊은 선수들을 키우고 싶어 하는 구단들의 사정을 알지 못한 채 다소 무모한 도전을 펼치고 있다는 시각이다. 후자의 경우 사회적으로 꿈과 희망을 안기는 스포츠스타가 돈 이상의 무엇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섞여 있다. 물론 이는 일부의 시각이다.
반대로 살펴보면 FA는 선수들의 개인권리이고 연봉은 프로선수의 자존심이다. 똑같이 비즈니스라는 개념에서 프랜차이즈라고 양보해야 할, 노장이라고 포기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선수협 김선웅 사무총장은 “구단에 있을 때 대우를 못 받는다 느끼거나 주전 자리를 확보하지 못해 팀을 옮기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다”며 FA 신청이 선수 본인의 야구인생을 위한 도전의 성격도 있다며 단순하게 돈 때문으로 정의되는 것을 경계했다.

김승회(사진) 등 베테랑 FA자원들의 겨울이 쌀쌀하기만 하다. 사진=김재현 기자
이웃나라 일본은 이번 시즌 종료 후 거취가 궁금했던 거포 자원 나카타 쇼가 FA신청을 하지 않고 닛폰햄에 잔류하는 깜짝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물론 나카타의 올 시즌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지만 이미 시즌 중 한신 등 일부 구단들의 유력 영입대상으로 떠오르는 등 일본을 대표하는 거포 중 한 명이기에 구단 간 경쟁이 불가피하고 몸값도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렇기에 선택은 파격으로 꼽혔다. 또한 일본의 FA신청이 한국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숫자인 것도 이례적인 사실. 이는 문화적인 차이, FA를 대하는 자세 등에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등급제가 실시되고 보상선수가 줄어든다면(사라진다면) 소위 특급 FA가 아닌 대상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생길까. 활발한 팀별 이동, 껄끄럽지 않은 비시즌이 만들어질까.
보수적인 시각의 야구인들은 약간의 변화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구단의 움직임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며 팬들 또한 유망주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지는 상황이라 흐름을 되돌리는 것은 어렵다고 강변한다. 선수들이 나서서 전략적인 FA신청 및 냉정한 자기분석 등을 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반면 제도가 허물어지면 잠깐은 쉽지 않아도 궁극적으로 자유로운 경쟁, 선수들의 기회 확충, 프로야구 질적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
해마다 겨울이면 FA에 관한 푸념과 논쟁,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팬들 또한 갈리는데 빅마켓 구단의 팬들은 향후 리스크와 질투 어린 시선에 대해 조심스러워하고, 스몰마켓 구단 팬들은 매번 FA시장과 동 떨어진 야구를 봐야한다. 선수가 권익을 지키는 게 당연하다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좀 더 신중할 수는 없었는지, 무작정 도전만이 능사였는지 헷갈려하는 팬들 또한 존재한다.
아무리 수요가 있어서라고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현재 FA시장의 금액이 너무 커져버렸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하는 편이다. 계약금이 지나치게 많으니 전체 연봉이 높아져 준척급이 나올 수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사라져가는 준척급이라는 표현을 살리기 위한 진일보한 발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제가 있는 제도는 과감히 고치돼 시장흐름 같은 예측하기 쉽지 않은 요소에 대한 선수들의 이해도 더욱 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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