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2016년 한국 축구는 시옷(ㅅ)으로 통한다.
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까지 구름 위를 걷다가 올해 추락을 거듭했다. 2018러시아월드컵 예선에서 중국에 간신히 승리하고 시리아와 비기고 이란에 패한 뒤로 ‘갓틸리케’ 대신 ‘슈팅영개’와 같은 비아냥조 별명이 따라붙었다. 정해진 인원을 모두 뽑지 않고, 경기에 뛰지 못하는 선수들을 뽑는 이해할 수 없는 판단도 점차 잦아졌다.
결정적으로 소리아 발언은 팬뿐 아니라 선수들의 신뢰까지 저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는 이란전을 0-1 패배로 마치고 “한국에는 카타르의 소리아와 같은 공격수가 없어서 졌다”고 했다. 선수들은 이 소식을 언론 보도로 접하고 지인들에게 ‘정말 그랬냐?’고 되물었다.
거취를 결정할 ‘단두대 매치’가 되리라 예상된 11월15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2-1 승리하며 ‘생명 연장’의 꿈을 이뤘지만, 최종예선에 들어 드러난 전술 부재, 선수들과 소통 문제 등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다. 상처가 곪은 걸 알면서도 협회 기술위원회는 코치 자격을 아직 갖추지 못한 차두리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 와중에 손흥민은 제 몫 이상을 해냈다. 2016년 역년(1월1일~12월31일) 기준 한국 선수를 통틀어 가장 많이 뛰었다.(57경기) 10월6일 카타르와의 홈경기에서 3-2를 만드는 결승골을 넣었고, 아시아인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상을 타며 한국 축구의 위상도 높였다.
신태용 전 올림픽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아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로 2016리우올림픽에 참가해 팀을 8강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온두라스와의 8강전에선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며 팀 탈락의 원흉이 됐다. 그 자리에서 목 놓아 울었고, 한동안 ‘멘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K리그에선 리딩클럽 전북현대의 주가가 별안간 큰 폭으로 추락했다.
차모 스카우트가 심판들에게 뒷돈을 건넨 심판 매수 사태가 불거지면서 타구단 팬들의 비난이 폭주했다. 전북은 지난 5월 언론 보도가 나간 뒤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개인 일탈’로 치부해버려 더 큰 비난을 받았다.
전북 일부 홈팬들조차 “제대로 털고 가자”고 소리쳤지만,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러한 목소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았다. 전북과 FC서울의 리그 우승 경쟁이 한창인 11월 4개월여만에 징계위원회를 열고 해당시즌 승점 9점 삭감 징계를 내렸다. 사건의 규모, 매수금의 출처나 액수, 괘씸죄,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한 결과가 9점이라고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댔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이 9점 삭감으로 전북과 2위 서울의 승점차는 급격히 줄었다. 급기야 스플릿라운드 최종전에서 FC서울이 전북을 1-0으로 물리치며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한 쪽이나 우승을 내준 쪽이나 찝찝하긴 매한가지였다. ‘드라마’로 포장되는 일은 없어야 했다.
그나저나 스카우트의 심판매수 사건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책임지겠다’던 전북 이철근 단장과 최강희 감독은 어물쩍 넘어가려는 건가보다. 최 감독은 “내가 다 데려온 선수들을 뒤도 안 보고 어떻게 가고, 심판 사건으로 멘붕이 온 우리 팬들을 어떻게 놔두고 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은 FA컵 우승으로 2연패에 도전했지만, 슈퍼매치 라이벌 수원삼성에 가로막혔다. 강등권 언저리까지 추락할 정도로 최악의 시즌을 보낸 수원은 시즌 최종일에 우승컵을 들면서 성난 팬심을 겨우 달랠 수 있었다. 수원 서정원 감독은 감독 데뷔 이래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며 사퇴를 고민했노라 털어놓기도 했다.
서 감독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때, 성남FC 김학범 전 감독은 실행에 옮겼다. 9월12일 구단은 성적 부진에 책임을 느낀 김 전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뒤늦게 밝혀진 사실은 달랐다. 김 감독은 “운동장에 갔더니 다 결정됐다”며 경질당한 것이라고 말해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다.
성남은 유소년 팀을 맡아온 구상범 감독대행에게 지휘봉을 맡겼지만, 프로 지도자 경험이 전무한 구 대행(그리고 변성환 대행) 체제에서 성남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창단 이래 첫 2부 강등이 된 이후 성남은 팬 간담회에서 “이별 방식의 문제인데 김 전 감독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하고자 함이었다”고 했다. 자진 사퇴의 사전적 의미가 ‘스스로 물러난다’인걸 모르는 걸까.
공교롭게도 현역 시절 한 가닥 했던 최용수, 김도훈, 최진철 등 세 명은 김 전 감독과 더불어 시즌 중 팀을 떠났다. 최용수 전 서울 감독은 중국 장쑤쑤닝 사령탑으로 부임했고, 김도훈 전 인천 감독과 최진철 전 포항 감독은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떠났다. 서울은 보도자료에 ‘도전’ 인천은 ‘경질’ 포항은 ‘사임’이란 상황에 맞는 단어를 삽입했다.
배려 아닌 배려,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 사과하는 방식 모두 어른답지 못했던 2016년 한국 축구였다. 2017년에는 달라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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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까지 구름 위를 걷다가 올해 추락을 거듭했다. 2018러시아월드컵 예선에서 중국에 간신히 승리하고 시리아와 비기고 이란에 패한 뒤로 ‘갓틸리케’ 대신 ‘슈팅영개’와 같은 비아냥조 별명이 따라붙었다. 정해진 인원을 모두 뽑지 않고, 경기에 뛰지 못하는 선수들을 뽑는 이해할 수 없는 판단도 점차 잦아졌다.
결정적으로 소리아 발언은 팬뿐 아니라 선수들의 신뢰까지 저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는 이란전을 0-1 패배로 마치고 “한국에는 카타르의 소리아와 같은 공격수가 없어서 졌다”고 했다. 선수들은 이 소식을 언론 보도로 접하고 지인들에게 ‘정말 그랬냐?’고 되물었다.
거취를 결정할 ‘단두대 매치’가 되리라 예상된 11월15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2-1 승리하며 ‘생명 연장’의 꿈을 이뤘지만, 최종예선에 들어 드러난 전술 부재, 선수들과 소통 문제 등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다. 상처가 곪은 걸 알면서도 협회 기술위원회는 코치 자격을 아직 갖추지 못한 차두리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 와중에 손흥민은 제 몫 이상을 해냈다. 2016년 역년(1월1일~12월31일) 기준 한국 선수를 통틀어 가장 많이 뛰었다.(57경기) 10월6일 카타르와의 홈경기에서 3-2를 만드는 결승골을 넣었고, 아시아인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상을 타며 한국 축구의 위상도 높였다.
신태용 전 올림픽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아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로 2016리우올림픽에 참가해 팀을 8강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온두라스와의 8강전에선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며 팀 탈락의 원흉이 됐다. 그 자리에서 목 놓아 울었고, 한동안 ‘멘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철근 전북 단장과 최강희 감독은 5월24일 멜버른빅토리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마치고 심판 매수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이 자리에서 둘은 무거운 표정으로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K리그에선 리딩클럽 전북현대의 주가가 별안간 큰 폭으로 추락했다.
차모 스카우트가 심판들에게 뒷돈을 건넨 심판 매수 사태가 불거지면서 타구단 팬들의 비난이 폭주했다. 전북은 지난 5월 언론 보도가 나간 뒤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개인 일탈’로 치부해버려 더 큰 비난을 받았다.
전북 일부 홈팬들조차 “제대로 털고 가자”고 소리쳤지만,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러한 목소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았다. 전북과 FC서울의 리그 우승 경쟁이 한창인 11월 4개월여만에 징계위원회를 열고 해당시즌 승점 9점 삭감 징계를 내렸다. 사건의 규모, 매수금의 출처나 액수, 괘씸죄,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한 결과가 9점이라고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댔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이 9점 삭감으로 전북과 2위 서울의 승점차는 급격히 줄었다. 급기야 스플릿라운드 최종전에서 FC서울이 전북을 1-0으로 물리치며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한 쪽이나 우승을 내준 쪽이나 찝찝하긴 매한가지였다. ‘드라마’로 포장되는 일은 없어야 했다.
그나저나 스카우트의 심판매수 사건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책임지겠다’던 전북 이철근 단장과 최강희 감독은 어물쩍 넘어가려는 건가보다. 최 감독은 “내가 다 데려온 선수들을 뒤도 안 보고 어떻게 가고, 심판 사건으로 멘붕이 온 우리 팬들을 어떻게 놔두고 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은 FA컵 우승으로 2연패에 도전했지만, 슈퍼매치 라이벌 수원삼성에 가로막혔다. 강등권 언저리까지 추락할 정도로 최악의 시즌을 보낸 수원은 시즌 최종일에 우승컵을 들면서 성난 팬심을 겨우 달랠 수 있었다. 수원 서정원 감독은 감독 데뷔 이래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며 사퇴를 고민했노라 털어놓기도 했다.
자진 사퇴의 의미는 스스로 물러난다,이다. 사진=김영구 기자
서 감독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때, 성남FC 김학범 전 감독은 실행에 옮겼다. 9월12일 구단은 성적 부진에 책임을 느낀 김 전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뒤늦게 밝혀진 사실은 달랐다. 김 감독은 “운동장에 갔더니 다 결정됐다”며 경질당한 것이라고 말해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다.
성남은 유소년 팀을 맡아온 구상범 감독대행에게 지휘봉을 맡겼지만, 프로 지도자 경험이 전무한 구 대행(그리고 변성환 대행) 체제에서 성남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창단 이래 첫 2부 강등이 된 이후 성남은 팬 간담회에서 “이별 방식의 문제인데 김 전 감독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하고자 함이었다”고 했다. 자진 사퇴의 사전적 의미가 ‘스스로 물러난다’인걸 모르는 걸까.
공교롭게도 현역 시절 한 가닥 했던 최용수, 김도훈, 최진철 등 세 명은 김 전 감독과 더불어 시즌 중 팀을 떠났다. 최용수 전 서울 감독은 중국 장쑤쑤닝 사령탑으로 부임했고, 김도훈 전 인천 감독과 최진철 전 포항 감독은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떠났다. 서울은 보도자료에 ‘도전’ 인천은 ‘경질’ 포항은 ‘사임’이란 상황에 맞는 단어를 삽입했다.
배려 아닌 배려,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 사과하는 방식 모두 어른답지 못했던 2016년 한국 축구였다. 2017년에는 달라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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