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투저’ 시대를 이끈 KBO 타자들의 고도성장 동력, 그 세 번째 가설로 생각해본 것은 타자들의 파워 증가다. 기초 체력훈련과 근력 강화에 중점을 둔 전문적인 트레이닝에 몰두하면서 타자들이 만들어낸 근력과 파워의 증가가 타구속도와 비거리를 향상시킴으로써 타율과 장타율이 높아졌고, 리그 전체의 득점력이 높아졌다는 가정이다.
지난해 2월 넥센의 베테랑 야수 이택근은 한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보통 나이를 먹으면 살을 빼면서 근육량을 늘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체중을 불리면서 근육량을 늘렸다. 지방에서 나오는 파워가 결국 스피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최종 체중은 한 6~7kg정도 불었다”고 밝힌 바 있다.
2011년 이후 최근 6년동안 300타석 이상 나선 각 팀의 주전급 선수들의 체중변화를 살펴봤다.
88.3kg의 최대 체중을 기록했던 2014시즌의 BABIP, 장타율 지표가 가장 높이 나왔지만, 이 자료만 가지고 타자들의 파워증가, 득점력 향상을 단언할 수는 없다. 정확한 관련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체중보다 선수들의 근육량을 체크해봐야 하는데 이는 쉽게 얻기 어려운 자료다. 다만 체중이 늘어나면 힘이 붙었을 확률도 높다는 정도로 짐작해볼만 하다.
‘타고투저’ 흐름 속에 투수들의 변화는 어떠했는지도 살펴봤다.
아래 표의 결과에서 보면 KBO 리그 투수들의 속구 구속, 무브먼트 및 회전수에는 수년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피안타율과 피OPS를 보면 이전에 비해 큰 차이가 있었다. 타자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투수들은 정체돼있다는 느낌을 주는 숫자들이다.
투수들이 어떻게 승부를 해야 강해진 타자들을 버텨낼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으로 올해의 포스트시즌(PS)이 힌트를 줄 수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WC) 2경기에서 KIA는 4득점, LG는 3득점에 그쳤다. 경기당 득점은 와카 결정전이 3.5점, 준플레이오프(준PO)가 6.8점, 플레이오프(PO)는 시리즈 최저치인 5.3점에 그쳤다. 한국시리즈(KS)에선 NC가 4경기에서 딱 2점만 내는 극심한 타격 난조 끝에 경기당 5.5점이 나왔다. 포스트시즌 전체 경기당 득점과 같은 수치다. 전체 14경기 중 완봉승만 다섯 차례 나왔다. 두산은 역대 KS 최저 평균자책점(0.47)과 최소 실점(2점) 기록을 새로 썼다.
2016 KBO 한국시리즈에 등판한 두산 선발투수(니퍼트, 장원준, 보우덴, 유희관)의 좌/우타자별 로케이션을 정규시즌 NC전과 비교한 결과, 좌타자에 대한 몸쪽 투구는 18.4%에서 27.4%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우타자 상대로는 오히려 몸쪽 투구가 31.2%에서 20.0%로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판타스틱4’라고 까지 극찬을 받은 두산 투수들의 개인적인 기량도 있겠지만, 몸쪽 승부에 대한 과감한 승부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라고 생각된다. 타자들의 몸쪽 볼에 대한 대처 능력이 많이 향상되긴 했지만, 잘 제구된 몸쪽 공은 여전히 투수들에게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기록으로 나온 데이터는 타자들의 기량 향상 속도에 비해 투수들의 기량 향상 속도가 더딘 상태로 보인다. 타자들은 타석에서 더 공격적이고 콘택트 능력이 향상되고 있으며 몸쪽 코스에 대한 타율과 홈런이 늘어나고 있다. 벌크업(웨이트트레이닝), 공격적인 배팅, 투구 대처 능력 향상 등 타자들이 리드하고 있는 KBO의 트렌드 변화에 맞서 투수들도 새로운 변화,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현재의 리그에 대해 아직 ‘타고투저’ 보다는 ‘타고투중’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투수들은 여전히 반격의 불씨를 갖고 있다. 다만 지금 절실한 투수들의 변화가 이제 ‘생존의 영역’이 됐음은 분명하다. <끝>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해 2월 넥센의 베테랑 야수 이택근은 한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보통 나이를 먹으면 살을 빼면서 근육량을 늘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체중을 불리면서 근육량을 늘렸다. 지방에서 나오는 파워가 결국 스피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최종 체중은 한 6~7kg정도 불었다”고 밝힌 바 있다.
2011년 이후 최근 6년동안 300타석 이상 나선 각 팀의 주전급 선수들의 체중변화를 살펴봤다.
88.3kg의 최대 체중을 기록했던 2014시즌의 BABIP, 장타율 지표가 가장 높이 나왔지만, 이 자료만 가지고 타자들의 파워증가, 득점력 향상을 단언할 수는 없다. 정확한 관련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체중보다 선수들의 근육량을 체크해봐야 하는데 이는 쉽게 얻기 어려운 자료다. 다만 체중이 늘어나면 힘이 붙었을 확률도 높다는 정도로 짐작해볼만 하다.
‘타고투저’ 흐름 속에 투수들의 변화는 어떠했는지도 살펴봤다.
아래 표의 결과에서 보면 KBO 리그 투수들의 속구 구속, 무브먼트 및 회전수에는 수년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피안타율과 피OPS를 보면 이전에 비해 큰 차이가 있었다. 타자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투수들은 정체돼있다는 느낌을 주는 숫자들이다.
투수들이 어떻게 승부를 해야 강해진 타자들을 버텨낼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으로 올해의 포스트시즌(PS)이 힌트를 줄 수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WC) 2경기에서 KIA는 4득점, LG는 3득점에 그쳤다. 경기당 득점은 와카 결정전이 3.5점, 준플레이오프(준PO)가 6.8점, 플레이오프(PO)는 시리즈 최저치인 5.3점에 그쳤다. 한국시리즈(KS)에선 NC가 4경기에서 딱 2점만 내는 극심한 타격 난조 끝에 경기당 5.5점이 나왔다. 포스트시즌 전체 경기당 득점과 같은 수치다. 전체 14경기 중 완봉승만 다섯 차례 나왔다. 두산은 역대 KS 최저 평균자책점(0.47)과 최소 실점(2점) 기록을 새로 썼다.
2016 KBO 한국시리즈에 등판한 두산 선발투수(니퍼트, 장원준, 보우덴, 유희관)의 좌/우타자별 로케이션을 정규시즌 NC전과 비교한 결과, 좌타자에 대한 몸쪽 투구는 18.4%에서 27.4%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우타자 상대로는 오히려 몸쪽 투구가 31.2%에서 20.0%로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판타스틱4’라고 까지 극찬을 받은 두산 투수들의 개인적인 기량도 있겠지만, 몸쪽 승부에 대한 과감한 승부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라고 생각된다. 타자들의 몸쪽 볼에 대한 대처 능력이 많이 향상되긴 했지만, 잘 제구된 몸쪽 공은 여전히 투수들에게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기록으로 나온 데이터는 타자들의 기량 향상 속도에 비해 투수들의 기량 향상 속도가 더딘 상태로 보인다. 타자들은 타석에서 더 공격적이고 콘택트 능력이 향상되고 있으며 몸쪽 코스에 대한 타율과 홈런이 늘어나고 있다. 벌크업(웨이트트레이닝), 공격적인 배팅, 투구 대처 능력 향상 등 타자들이 리드하고 있는 KBO의 트렌드 변화에 맞서 투수들도 새로운 변화,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현재의 리그에 대해 아직 ‘타고투저’ 보다는 ‘타고투중’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투수들은 여전히 반격의 불씨를 갖고 있다. 다만 지금 절실한 투수들의 변화가 이제 ‘생존의 영역’이 됐음은 분명하다. <끝>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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