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시민구단 인천유나이티드는 시즌 전 베트남 대표 르엉 쑤언 쯔엉을 영입하며 불모지인 동남아를 공략했다. VVIP 고객용 1000만원 짜리 시즌권도 내놨다. 여기저기 발로 뛰며 계약서에 서명도 열심히 했다. 일종의 ‘생존 마케팅’으로 비치며 ‘인천이 마케팅 하난 잘한다’는 칭찬을 제법 들었다.
하지만 가면을 벗기면 인천의 진짜 얼굴이 드러난다. 민낯은 요란한 소릴 내는 빈 수레다. 마케팅 뒤에 숨은 진실을 파헤쳐보도록 하자.
지난주 한 지역 신문의 단독보도로 알려진 ‘한 직원의 전지훈련지 공금 횡령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인천을 잘 아는 대다수 관계자의 증언이다. 한두 명을 내친다고 곪아 터진 문제가 개선하지 않는다는 거다.
인천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 A씨는 “마케팅이란 이름으로 겉은 그럴싸하게 포장한다. 하지만 정작 속은 비었다. 중요한 후원금이 예년 대비 전혀 늘지 않았다고 들었다. 여기저기서 양해각서를 체결한 걸 보며 스폰서를 많이 끌어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헌데 성과가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인천은 현재 수익은 그대로인데, 지출이 늘어난 ‘마이너스 경영’을 하는 중이다.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도 모자랄 판에 상대적으로 몸값 비싼 외국인 선수 4명을 모두 채우고, 스쿼드 규모를 늘렸으며, R리그에도 참가하는 중이다. 선수단, 사무국 월급만 작년 대비 1.5배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했다. 감당하기 벅찬 수준이다.
과거 행보를 돌아보면 더욱 기가 찰 노릇이다. 인천은 종종 사무국 직원의 월급을 몇 달씩 미뤘다. 지난해 선수들이 응당 받아야 하는 승리 수당은 아직 미지급 상태다. 고위층은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겉치장에만 신경 쓰는 모양새였다. 선수단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 B씨는 “(선수들이 구단을)좋게 볼 수가 있겠느냐. 아르바이트생도 사장이 돈을 안 주면 난리를 치는 판국에 프로 선수들이 계약서에 명시된 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선수단 분위기를 전했다.
선수측 관계자 C씨는 “돈은 안 주면서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고, R리그에도 참가하는 모습에 분통을 터뜨린 선수도 있는 걸로 안다”고 했다. 15일에는 전현직 인천 선수 10명이 구단을 상대로 체불 수당 2억여원을 달라며 고소한 사실이 한 방송사의 보도로 알려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해결할 일이 산더미다. 과거 인천에서 뛴 번즈건이 대표적이다. 번즈는 지난해 8월 일부 급여와 계약금을 수령하지 못했다며 국제축구연맹에 제소해 승소했다. 인천이 지불해야 할 금액은 80만불 정도다. 10만불을 선지급하여 급한 불은 껐지만, 잔여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 한 해외 에이전트에 따르면 주앙파울로도 월급을 못 받았다며 구단에 내용증명을 보낸 상태이고, 외국인 선수 D는 대리인이 대신 지출한 주택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에이전트 E씨는 “내가 알기론 정당한 수당을 받지 못했다며 인천 구단을 고소한 에이전트사도 몇몇 있는 걸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름이 거론된 에이전트사는 이와 관련 언급을 꺼렸다. 돈의 문제만은 아니다. 인천, 나아가 K리그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구단 측은 “수당 부분은 미리 세운 계획 하에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중파 방송까지 나서 적극 홍보하는 1000만원짜리 시즌권 ‘플래티늄11’도 돋보기를 들이대면 군데군데 파인 구멍을 발견할 수 있다.
구단이 발매한 11장 중 첫 구매자라고 나선 이는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가 아닌 나은병원 하헌영 원장이다. 일반 시민인 양 전파를 탔지만, 실은 2011년부터 ‘나은병원장배’ 유소년 축구대회를 열며 구단과 5년 넘게 인연을 맺은 ‘한 식구’다. 올해도 양측은 홈경기에서 건강 검진권 이벤트를 진행하는 중이다. 구단이 밝힌 구매자 6인 중에는 병원 관계자가 여럿이다.
‘플래티늄11’ 관련 아마추어 일 처리 방식은 또 다른 문제도 낳았다. 구단은 인천 선수단의 일상을 담은 모바일 채널 ‘인유TV’를 통해 영상 홍보도 해주겠다며 호텔, 골프 등 스폰서 업체를 유치했다. 인유TV가 시즌 초반 높은 수준의 영상으로 팬들로부터 큰 화제를 모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인유TV를 제작하는 외주 업체는 아직 계약서를 받지 못했다. 해당 업체는 2월부터 약 두 달 가까이 계약 약속을 한 상태에서 영상 촬영을 했으나 현재는 영상 제작을 중단했다. 인천이 비용 지급은 물론 계약서조차 내밀고 있지 않아서다. 이에 따라 스폰서들에게 약속했던 ‘영상 노출’을 지킬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영상 제작이 계속해서 이어지지 않는다면 거짓 정보로 스폰서를 유치한 셈이 된다.
한 영상분석업체는 지난 시즌 1년 가까이 인천 경기를 분석했으나 최근에야 임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는 더 있는 걸로 전해졌지만, 그들은 인천과의 관계 때문인지 언급을 꺼리고 있다. 이쯤 되면 상습적이다. VVIP를 유치하려면 구단도 VVIP급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과연 그러한가, 묻고 싶다.
구단은 지난해 여름 ‘경영 정상화의 비전을 제시할 전문성과 역량을 보유한 전문경영인’을 찾다가 정의석 현 단장을 영입했다. 기대치가 높았고, 지금도 일각에선 큰 기대를 건다. 하지만 구단 이미지와 같은 요소는 배제하고, 순수하게 ‘경영 정상화’ 측면에서만 보자면 그가 부임한 이후에도 구단 경영은 누가 봐도 정상적이지 않다. 매년 반복된 임금 체불 사태는 올해도 반복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인천 배인성 홍보팀장은 “R리그 참가로 선수단 규모가 커지면서 지출이 늘어난 것은 맞다. 하지만 수익이 작년과 큰 차이가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 파이를 키우기 위해 ‘키핑’한 스폰서가 여럿 있다. 앞으로 금전적으로 더 좋아질 거라 믿는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A씨는 “과연 그럴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했고, E씨는 “바라건대 구단을 정치에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은 올바른 길로 나아가고 있는 걸까. 그렇지 않다면 언제 정상 궤도에 진입할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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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면을 벗기면 인천의 진짜 얼굴이 드러난다. 민낯은 요란한 소릴 내는 빈 수레다. 마케팅 뒤에 숨은 진실을 파헤쳐보도록 하자.
지난주 한 지역 신문의 단독보도로 알려진 ‘한 직원의 전지훈련지 공금 횡령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인천을 잘 아는 대다수 관계자의 증언이다. 한두 명을 내친다고 곪아 터진 문제가 개선하지 않는다는 거다.
인천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 A씨는 “마케팅이란 이름으로 겉은 그럴싸하게 포장한다. 하지만 정작 속은 비었다. 중요한 후원금이 예년 대비 전혀 늘지 않았다고 들었다. 여기저기서 양해각서를 체결한 걸 보며 스폰서를 많이 끌어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헌데 성과가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인천은 현재 수익은 그대로인데, 지출이 늘어난 ‘마이너스 경영’을 하는 중이다.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도 모자랄 판에 상대적으로 몸값 비싼 외국인 선수 4명을 모두 채우고, 스쿼드 규모를 늘렸으며, R리그에도 참가하는 중이다. 선수단, 사무국 월급만 작년 대비 1.5배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했다. 감당하기 벅찬 수준이다.
과거 행보를 돌아보면 더욱 기가 찰 노릇이다. 인천은 종종 사무국 직원의 월급을 몇 달씩 미뤘다. 지난해 선수들이 응당 받아야 하는 승리 수당은 아직 미지급 상태다. 고위층은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겉치장에만 신경 쓰는 모양새였다. 선수단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 B씨는 “(선수들이 구단을)좋게 볼 수가 있겠느냐. 아르바이트생도 사장이 돈을 안 주면 난리를 치는 판국에 프로 선수들이 계약서에 명시된 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선수단 분위기를 전했다.
선수측 관계자 C씨는 “돈은 안 주면서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고, R리그에도 참가하는 모습에 분통을 터뜨린 선수도 있는 걸로 안다”고 했다. 15일에는 전현직 인천 선수 10명이 구단을 상대로 체불 수당 2억여원을 달라며 고소한 사실이 한 방송사의 보도로 알려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해결할 일이 산더미다. 과거 인천에서 뛴 번즈건이 대표적이다. 번즈는 지난해 8월 일부 급여와 계약금을 수령하지 못했다며 국제축구연맹에 제소해 승소했다. 인천이 지불해야 할 금액은 80만불 정도다. 10만불을 선지급하여 급한 불은 껐지만, 잔여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 한 해외 에이전트에 따르면 주앙파울로도 월급을 못 받았다며 구단에 내용증명을 보낸 상태이고, 외국인 선수 D는 대리인이 대신 지출한 주택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에이전트 E씨는 “내가 알기론 정당한 수당을 받지 못했다며 인천 구단을 고소한 에이전트사도 몇몇 있는 걸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름이 거론된 에이전트사는 이와 관련 언급을 꺼렸다. 돈의 문제만은 아니다. 인천, 나아가 K리그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구단 측은 “수당 부분은 미리 세운 계획 하에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플래티늄 11 1호 구매자는 "한 식구"나 다름 없는 나은병원장이었다. 구단은 나은병원의 후원을 받아 "나은병원장배" 축구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인천유나이티드
공중파 방송까지 나서 적극 홍보하는 1000만원짜리 시즌권 ‘플래티늄11’도 돋보기를 들이대면 군데군데 파인 구멍을 발견할 수 있다.
구단이 발매한 11장 중 첫 구매자라고 나선 이는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가 아닌 나은병원 하헌영 원장이다. 일반 시민인 양 전파를 탔지만, 실은 2011년부터 ‘나은병원장배’ 유소년 축구대회를 열며 구단과 5년 넘게 인연을 맺은 ‘한 식구’다. 올해도 양측은 홈경기에서 건강 검진권 이벤트를 진행하는 중이다. 구단이 밝힌 구매자 6인 중에는 병원 관계자가 여럿이다.
‘플래티늄11’ 관련 아마추어 일 처리 방식은 또 다른 문제도 낳았다. 구단은 인천 선수단의 일상을 담은 모바일 채널 ‘인유TV’를 통해 영상 홍보도 해주겠다며 호텔, 골프 등 스폰서 업체를 유치했다. 인유TV가 시즌 초반 높은 수준의 영상으로 팬들로부터 큰 화제를 모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인유TV를 제작하는 외주 업체는 아직 계약서를 받지 못했다. 해당 업체는 2월부터 약 두 달 가까이 계약 약속을 한 상태에서 영상 촬영을 했으나 현재는 영상 제작을 중단했다. 인천이 비용 지급은 물론 계약서조차 내밀고 있지 않아서다. 이에 따라 스폰서들에게 약속했던 ‘영상 노출’을 지킬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영상 제작이 계속해서 이어지지 않는다면 거짓 정보로 스폰서를 유치한 셈이 된다.
한 영상분석업체는 지난 시즌 1년 가까이 인천 경기를 분석했으나 최근에야 임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는 더 있는 걸로 전해졌지만, 그들은 인천과의 관계 때문인지 언급을 꺼리고 있다. 이쯤 되면 상습적이다. VVIP를 유치하려면 구단도 VVIP급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과연 그러한가, 묻고 싶다.
뜻대로 풀리는게 없네. 시즌 초 선수단이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홈 경기 도중 관중이 난입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총체적 난국이다. 사진=MK스포츠 DB
지난시즌 열악한 환경에서 돌풍을 일으킨 김도훈 감독은 구두 계약 상태로 동계훈련을 했고, 시즌 직전인 3월 11일이 되어서야 재계약을 맺었다. 사진=MK스포츠 DB
구단은 지난해 여름 ‘경영 정상화의 비전을 제시할 전문성과 역량을 보유한 전문경영인’을 찾다가 정의석 현 단장을 영입했다. 기대치가 높았고, 지금도 일각에선 큰 기대를 건다. 하지만 구단 이미지와 같은 요소는 배제하고, 순수하게 ‘경영 정상화’ 측면에서만 보자면 그가 부임한 이후에도 구단 경영은 누가 봐도 정상적이지 않다. 매년 반복된 임금 체불 사태는 올해도 반복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인천 배인성 홍보팀장은 “R리그 참가로 선수단 규모가 커지면서 지출이 늘어난 것은 맞다. 하지만 수익이 작년과 큰 차이가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 파이를 키우기 위해 ‘키핑’한 스폰서가 여럿 있다. 앞으로 금전적으로 더 좋아질 거라 믿는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A씨는 “과연 그럴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했고, E씨는 “바라건대 구단을 정치에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은 올바른 길로 나아가고 있는 걸까. 그렇지 않다면 언제 정상 궤도에 진입할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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