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듬뿍’ 김현수, 옅어지는 루키 향기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사라소타) 김근한 기자] 외야수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는 분명히 꿈의 무대에 첫 발을 딛는 도전자다. 하지만 현지 캠프에서 단순히 ‘루키’의 향기만 나지는 않는다.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을 포함해 팀 동료들 모두 김현수에 대해 탄탄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캡틴’ 아담 존스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외야진 리빌딩의 한 축을 확고히 차지하는 모양새다.
김현수는 2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사라소타 애드 스미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팀의 스프링 캠프 공식 소집 첫 날 훈련에 임했다. 팀 로스터 전원이 모인 가운데 야수조 훈련도 공식적으로 막을 올린 것. 3주 전 플로리다 캠프에 합류해 구슬땀을 흘려 온 김현수 역시 본격적인 경쟁에 나섰다.
김현수는 지난 10년간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격 기계’였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루키’로서 치열한 생존 싸움에 뛰어드는 것이 당연한 상황. 김현수는 한 달 전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목표다. 주전 자리를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 메이저리그에서 루키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자주 출전하는 것이 목표”라며 각오를 다졌다.
이후 한 달이 지난 현재의 김현수는 루키 향기가 옅어진 상태다. 그만큼 여유가 있고 도전에 대한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이에는 쇼월터 감독의 전폭전인 지지와 동료들의 믿음도 한몫하고 있다. ‘언제’ 나갈 수 있을지 대한 조급함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어떻게’ 할지가 더 중요해진 상황이다.
이날 훈련 전 만난 김현수는 쇼월터 감독이 자신에게 전한 이야기를 꺼냈다. 메이저리그 ‘루키’인 김현수가 위축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김현수는 “구단한테 말만 하면 내가 원하는 걸 다 해주더라. 이곳이 메이저리그고 정말 좋은 곳이라고 느꼈다. 감독님도 ‘이곳에 적응하려고 하지 말아라. 이곳 사람들이 너에게 적응할 것이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불편한 거 다 이야기해라’라고 말씀해주셨다”고 전했다.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 사진=MK스포츠 DB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아담 존스와 매니 마차도가 김현수에게 적극적으로 친근하게 다가오고 있다. 이렇게 감독과 동료들의 사려 깊은 배려가 있지만 긴장감을 놓지는 않고 있다. ‘루키’로서 긴장감은 아니다. 김현수는 “저도 한국에서 야구를 10년 간 했다. 루키라서 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야구장에 나간다면 어느 정도 긴장감을 가지고 가야한다고 생각 한다. 감독님 말씀은 편하게 하고 평소와 다르게 하려고 하지 말라는 의미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경쟁에 대한 부담감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여유와 재미, 그리고 즐거움을 가지고 경쟁에 임하고자 한다. 김현수는 “다른 분들이 저를 보면 항상 적응을 잘 한다고 생각하신다. 솔직히 먹는 거는 적응 잘 한다.(웃음) 하지만 야구에 대한 적응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깐 사실 부담감이 있다. 한국에서도 항상 부담감을 갖고 야구를 했다. 여기서는 재밌게 즐기려고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현수는 팀에서 신뢰를 듬뿍 받고 있다. 동시에 루키의 향기 역시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forevertoss@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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