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투산) 이상철 기자] 김사율(36·kt 위즈)은 34세의 나이에 16년간 프로의 세계에 몸을 담고서야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했다. 그리고 부산을 떠났다. 처음으로 롯데 자이언츠가 아닌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었다. 계약기간 3+1년 총액 14억5000만원의 조건으로 ‘신생팀’ kt로 이적했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FA로 대박을 치기도 한다. 김사율도 연봉은 올랐다(2014년 1억5000만원→2015년 2억원). 그러나 돈이 전부가 아니다. 김사율은 오래 전부터 생각했다. FA 선수가 되면, ‘정말 잘 하고 싶다’고. 금액을 떠나 자신을 필요로 하는 팀에게 정말 필요한 존재가 되겠다고.
하지만 FA 계약 첫 해는 김사율이 상상했던 것과 너무 달랐다. 21경기에 등판해 25⅔이닝 28실점(24자책) 평균자책점 8.06을 기록했다. 2009년(8경기 13⅓이닝 평균자책점 9.45) 이후 최악의 성적표였다. kt의 수호신이 되어주길 바랐으나 김사율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리고 kt는 KBO리그 첫 시즌 초반부터 구멍 뚫린 뒷문을 메우는데 애를 먹어야 했다.
팀에 미안함이 컸다. 그리고 누구보다 더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김사율은 “지난해 익산 마무리캠프에 합류한 뒤 왜 부진했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를 놓고 생각했다. 곰곰이 돌이켜보니 ‘너무 잘 해야 한다’라는 마음이 가득했던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 그게 독이 됐다”라고 말했다.
김사율은 ‘쿨 가이’였다. 일희일비 하지 않는데, 특히 나쁜 건 빨리 잊는다. 그런데 지난해 김사율은 쫓겼다. 그리고 초조했다. 툭툭 털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김사율은 “그 동안 부진해도 크게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빨리 잊었다. 이번에 안 좋으면 다음에 좋으면 됐다. 그런데 kt 이적 후 그게 안 됐다. 부진이 길어지니 기회도 계속 얻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조급해졌다. (좋지 않았던)한 경기, 공 한 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니 마운드 위에서 타자와 대결하는데 여유가 없었다. 마치 신인처럼 공을 던지기에 바빴다”라고 이야기했다.
kt는 3명의 FA를 영입했다. 김사율 외에 박경수, 박기혁을 데려왔다. 그리고 그 둘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대조를 이뤘다. 김사율을 향한 비판은 적지 않았다. ‘먹튀’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하나같이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런데 김사율은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자신이 봐도 ‘정말 못했기 때문’이다. 김사율은 “지난해 제대로 보여준 게 없다”라며 “상처를 받은 적도 있었으나 개의치 않으려 한다. 앞으로 잘 하면 된다. 좋은 결과(성적)로 팀에 보탬이 된다면 더욱. 프로는 결국 결과다. 맏형으로 후배를 잘 이끄는 것도 중요하나, 투수로서 내 실력을 인정받는 게 우선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오랜 프로생활을 통해 고난을 이겨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김사율은 군 복무 전후인 2004년과 2007년 각각 1경기와 2경기를 뛰는데 그쳤다. 팀 내 입지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2010년부터 서서히 자리를 잡더니 2011년과 2012년 20세이브와 34세이브를 올렸다.
김사율은 “솔직히 내가 슈퍼스타는 아니지 않은가. 항상 어렵고 힘든 시기를 겪었다. 10여년 전에는 유니폼을 벗어야 할지도 몰랐다. 그때와 비교하면 현재는 결코 힘들지 않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그때의 경험처럼 지난해의 부진도 분명 내게 큰 도움(약)이 될 것이다. 난 유니폼을 입고 야구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 그리고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뛰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절치부심, 김사율은 명예회복을 꿈꾼다. 그는 “2016년은 앞으로 남은 내 야구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해다”라고 밝혔다. 그는 겨우내 구슬땀을 흘렸다. 훈련량도 예년보다 훨씬 늘었다. 개인 훈련을 위해 정대현, 홍성용, 윤근영, 홍성무 등 팀 후배들과 함께 일본 돗토리를 찾기도 했다. 팀 훈련이 아닌 개인 훈련을 위해 해외로 나간 건 프로 데뷔 이래 처음이었다.
김사율은 돗토리에서 송신영(한화 이글스)과 만남이 특별했다. 입단 동기(1999년)지만 송신영이 3살 위다. 그 역시 굴곡 진 야구인생을 살았다. 그러다 지난해 7승을 거뒀다. 프로 데뷔 이래 두 번째로 많은 승수다. 노장 부활의 좋은 예.
김사율은 “(송)신영 선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해 더 좋아질 수 있었던 배경으로 자기 관리를 이야기했다. 몸이 아니라 마인드다. 스스로 기대치를 낮추고 마운드에 오르는 것만으로 즐거워하니, 공도 더 좋아졌다더라. 많은 게 와 닿았다”라고 했다. 그는 송신영의 조언을 적극 받아들였다.
조범현 감독은 김사율의 공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그리고 마무리투수 후보 중 한 명으로 꼽고 있다. 김사율은 부진한 이유로 기술이 아닌 생각과 자세의 이유를 들었다. 때문에 다시 일어서기가 아주 어렵지 않다. 1년 전의 기대처럼 뒷문을 책임지는 김사율로서.
김사율은 현실적이다. kt 팬은 31세와 32세의 김사율을 기대한다. 그러나 현재 김사율은 36세의 김사율이다. 김사율은 “전성기가 아닌 현재를 생각해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내가 살아남고 경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옛 생각에 빠진다면 힘들어지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36세의 김사율에 맞는 방법으로 일어서겠다는 것이다.
김사율은 “보직은 신경 쓰지 않는다. 지금은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 그렇게 할 경우 성적, 보직 등이 자연스럽게 따라갈 것이다. 난 구속이 떨어진 게 아니다. 크게 아프지도 않았으며, 재활이 길지도 않았다. 마인드 콘트롤만 잘 하면 된다. 마음 편하게 먹고 팀에 보탬이 되자는 생각뿐이다. 주변에서도 기운을 불어넣어 큰 힘이 되고 있다. 올해는 달라진 김사율을 보여드리겠다”라고 웃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프로야구 선수들은 FA로 대박을 치기도 한다. 김사율도 연봉은 올랐다(2014년 1억5000만원→2015년 2억원). 그러나 돈이 전부가 아니다. 김사율은 오래 전부터 생각했다. FA 선수가 되면, ‘정말 잘 하고 싶다’고. 금액을 떠나 자신을 필요로 하는 팀에게 정말 필요한 존재가 되겠다고.
하지만 FA 계약 첫 해는 김사율이 상상했던 것과 너무 달랐다. 21경기에 등판해 25⅔이닝 28실점(24자책) 평균자책점 8.06을 기록했다. 2009년(8경기 13⅓이닝 평균자책점 9.45) 이후 최악의 성적표였다. kt의 수호신이 되어주길 바랐으나 김사율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리고 kt는 KBO리그 첫 시즌 초반부터 구멍 뚫린 뒷문을 메우는데 애를 먹어야 했다.
팀에 미안함이 컸다. 그리고 누구보다 더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김사율은 “지난해 익산 마무리캠프에 합류한 뒤 왜 부진했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를 놓고 생각했다. 곰곰이 돌이켜보니 ‘너무 잘 해야 한다’라는 마음이 가득했던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 그게 독이 됐다”라고 말했다.
김사율은 ‘쿨 가이’였다. 일희일비 하지 않는데, 특히 나쁜 건 빨리 잊는다. 그런데 지난해 김사율은 쫓겼다. 그리고 초조했다. 툭툭 털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김사율은 “그 동안 부진해도 크게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빨리 잊었다. 이번에 안 좋으면 다음에 좋으면 됐다. 그런데 kt 이적 후 그게 안 됐다. 부진이 길어지니 기회도 계속 얻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조급해졌다. (좋지 않았던)한 경기, 공 한 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니 마운드 위에서 타자와 대결하는데 여유가 없었다. 마치 신인처럼 공을 던지기에 바빴다”라고 이야기했다.
kt는 3명의 FA를 영입했다. 김사율 외에 박경수, 박기혁을 데려왔다. 그리고 그 둘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대조를 이뤘다. 김사율을 향한 비판은 적지 않았다. ‘먹튀’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하나같이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런데 김사율은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자신이 봐도 ‘정말 못했기 때문’이다. 김사율은 “지난해 제대로 보여준 게 없다”라며 “상처를 받은 적도 있었으나 개의치 않으려 한다. 앞으로 잘 하면 된다. 좋은 결과(성적)로 팀에 보탬이 된다면 더욱. 프로는 결국 결과다. 맏형으로 후배를 잘 이끄는 것도 중요하나, 투수로서 내 실력을 인정받는 게 우선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오랜 프로생활을 통해 고난을 이겨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김사율은 군 복무 전후인 2004년과 2007년 각각 1경기와 2경기를 뛰는데 그쳤다. 팀 내 입지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2010년부터 서서히 자리를 잡더니 2011년과 2012년 20세이브와 34세이브를 올렸다.
김사율은 “솔직히 내가 슈퍼스타는 아니지 않은가. 항상 어렵고 힘든 시기를 겪었다. 10여년 전에는 유니폼을 벗어야 할지도 몰랐다. 그때와 비교하면 현재는 결코 힘들지 않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그때의 경험처럼 지난해의 부진도 분명 내게 큰 도움(약)이 될 것이다. 난 유니폼을 입고 야구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 그리고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뛰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절치부심, 김사율은 명예회복을 꿈꾼다. 그는 “2016년은 앞으로 남은 내 야구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해다”라고 밝혔다. 그는 겨우내 구슬땀을 흘렸다. 훈련량도 예년보다 훨씬 늘었다. 개인 훈련을 위해 정대현, 홍성용, 윤근영, 홍성무 등 팀 후배들과 함께 일본 돗토리를 찾기도 했다. 팀 훈련이 아닌 개인 훈련을 위해 해외로 나간 건 프로 데뷔 이래 처음이었다.
김사율은 돗토리에서 송신영(한화 이글스)과 만남이 특별했다. 입단 동기(1999년)지만 송신영이 3살 위다. 그 역시 굴곡 진 야구인생을 살았다. 그러다 지난해 7승을 거뒀다. 프로 데뷔 이래 두 번째로 많은 승수다. 노장 부활의 좋은 예.
김사율은 “(송)신영 선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해 더 좋아질 수 있었던 배경으로 자기 관리를 이야기했다. 몸이 아니라 마인드다. 스스로 기대치를 낮추고 마운드에 오르는 것만으로 즐거워하니, 공도 더 좋아졌다더라. 많은 게 와 닿았다”라고 했다. 그는 송신영의 조언을 적극 받아들였다.
조범현 감독은 김사율의 공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그리고 마무리투수 후보 중 한 명으로 꼽고 있다. 김사율은 부진한 이유로 기술이 아닌 생각과 자세의 이유를 들었다. 때문에 다시 일어서기가 아주 어렵지 않다. 1년 전의 기대처럼 뒷문을 책임지는 김사율로서.
김사율은 현실적이다. kt 팬은 31세와 32세의 김사율을 기대한다. 그러나 현재 김사율은 36세의 김사율이다. 김사율은 “전성기가 아닌 현재를 생각해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내가 살아남고 경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옛 생각에 빠진다면 힘들어지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36세의 김사율에 맞는 방법으로 일어서겠다는 것이다.
김사율은 “보직은 신경 쓰지 않는다. 지금은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 그렇게 할 경우 성적, 보직 등이 자연스럽게 따라갈 것이다. 난 구속이 떨어진 게 아니다. 크게 아프지도 않았으며, 재활이 길지도 않았다. 마인드 콘트롤만 잘 하면 된다. 마음 편하게 먹고 팀에 보탬이 되자는 생각뿐이다. 주변에서도 기운을 불어넣어 큰 힘이 되고 있다. 올해는 달라진 김사율을 보여드리겠다”라고 웃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