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이택근(35)은 지난 2003년 프로에 입문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두 차례(2011년·2015년) 취득했다. 그리고 두 번의 FA 계약으로 총 85억원의 ‘잭팟’을 터뜨렸다. 그에게 대박을 안긴 구단은 ‘하나’였다. 이택근이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구단과 악수를 나눈 그림은 4년 전과 같았다.
넥센 히어로즈. 이택근이 그 동안 뛰었던 팀이자 앞으로 뛰어야 할 팀이다. 이택근은 지난 11월 28일 총 35억원(계약금 10억원, 연봉 5억원, 옵션 5억원)에 계약했다. 계약기간은 4년으로 2019년까지 정든 등번호 29번이 새겨진, 척 맞는 유니폼을 입는다.
지난 2011년 11월 20일 ‘집’에 다시 돌아와 4년을 지냈다. 그리고 다시 4년을 지내게 된다. 입주 연장 계약이다. 지난 4년은 환상적이었다. 하지만 이택근은 새로운 4년을 더욱 멋지게 보낼 생각으로 가득하다.
▲가고 싶던, 그래서 떠나기 싫은 집
이택근은 올해 FA를 신청한 22명 중 1명이었다. 혹자는 대박을 노리는 만큼, 섭섭지 않은 대우를 원하기도 할 터. 하지만 이택근의 고민은 없었다. ‘넥센에 남는다’, 한 가지 생각과 선택뿐이었다. 넥센을 떠난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다른 팀으로 이적할 생각이 없었다. 계약규모가 줄었으나(50억원→35억원) 아쉬울 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내가 죄송했을 따름이다. 구단에서 시원하게 계약할 수 있도록 해야 했는데 올해 부상 등으로 잘 하지 못했다. 그런 나를 대우해줬다. 감사하기도 하나 죄송한 마음이 더 크다.”
순탄했다던 협상, 그런데 왜 그렇게 늦게 도장을 찍었을까. 이택근은 원 소속팀과 계약 마지막 날, 협상을 마쳤다. “줄다리기 협상은 아니다. 만남 횟수가 많지 않았을 뿐이다. ‘내년에도 이 팀에 남을 것이라고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목동에 나가)운동을 계속 했다. 협상 테이블에서도 FA라는 생각으로 임하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연봉 협상 하듯이 했다.(웃음)”
이택근은 넥센 잔류와 관련해 돈 이상의 뭔가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내 집’이라는 표현을 썼다. “넥센만의 편안한 분위기가 있다. 프런트와 사이가 다른 구단이 2층 정도의 높이와 두께라면, 넥센은 1층 정도다. 우애도 좋아 구단 내 벽이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게다가 현대 유니콘스 시절부터 시작해 이 팀이 창단돼 초반 어려움을 겪다가 정착하는 과정까지를 모두 경험했다. 힘든 시기(2009년 12월 30일)에는 LG 트윈스로 트레이드가 되기도 했다. 뭐랄까, 이 팀에서 아픔, 슬픔, 기쁨을 다 맛봤다. (그 희로애락 때문에)더욱 정이 가고 애착이 크다.”
‘잔류’라는 확신 가득한 두 번째 FA 계약은 4년 전의 첫 번째 FA 계약 영향도 있다. 이택근은 지난 2011년 11월 20일 넥센과 50억원에 계약했다. 당시로선 2004년의 심정수(현대→삼성 라이온즈)의 60억원에 이은 역대 2위의 고액이었다. ‘선수를 팔아 돈을 번다’는 비난에 시달렸던 넥센은 어느 정도 틀이 잡히자 이택근을 다시 품에 안았다. 이장석 대표는 리더가 필요했다면서 “이택근을 보내고 마음 편한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라고 했다. 이택근이 느낀 감정도 묘했다.
“4년 전 넥센과 첫 번째 FA 협상에서 나와 다른 선수는 다르다. 다시 나를 불러줬을 때 진심으로 고마웠다. 뭐랄까, 집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기분이었다. 이번 FA 계약을 할 때도 (그때처럼)마음이 찡하더라. 그 감정이 이어지고 있다. 난 잘 해야 한다. 넥센에서 계속 뛰는 동안 감사해 하며 야구를 하려 한다.”
넥센이 이번에도 이택근과 다시 계약한 건 그저 미안함 때문은 아닐 것이다. 기본적으로 잘 해줬기 때문이다. 이택근은 4년간 444경기를 뛰면서 480개의 안타, 48개의 홈런, 64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타율은 0.275→0.287→0.306→0.326으로 치솟았다. 게다가 주장으로 잘 이끌며 리더가 필요했던 넥센의 갈증을 해소시켰다. 또한, 2013년 창단 이래 첫 포스트시즌에 오른데 이어 3년 연속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넥센은 더 이상 약팀이 아니다.
“지난 4년을 돌이켜보니 잘 했던 해도 있으나 부상으로 보탬이 못된 해도 있었다. 역할 중 70%는 선수로서 한 것 같다. 남은 30%는 주장으로 채우지 않았을까. 선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넥센은 젊은 선수들이 많은 팀이다. 내 신인 시절을 떠올려 많은 신경 썼다. 프로야구 선수라면 야구장에서 모두가 동등한 위치여야 한다. 어리다고 부담을 느끼며 눈치를 받으면 안 된다. (주장으로서)야구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이제는 다들 선배 눈치를 안 보는 것 같다.(웃음)”
넥센과 첫 FA 계약, 4년은 다 끝났다. 이택근은 어떻게 자평할까. “아무래도 나도 사람이니 그때는 대우도 신경을 썼다. 그래도 금액이 더 적었더라도 넥센을 택했을 것 같다. 이 팀에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4년이 지나고 나니 그 판단을 잘 한 것 같다.” 덧붙여 그는 이지풍 트레이너 코치, 염경엽 감독, 심재학 타격 코치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지나간 4년, 그리고 새로 시작할 4년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 이번에는 지난번과 다른 게 많다. 당장 그의 유니폼에는 주장을 뜻하는 ‘C’가 새겨져 있지 않다. 4년간 맡았던 주장 직을 서건창에게 넘겼다. 중견 선수의 이적까지 더해지면서 세대교체가 빠른 넥센이다. 팀 내 선참이 많지 않으면서 주장 교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좀 더 젊은 선수가 가교 역할을 해야 했다. 이택근부터 지난 시즌 중반부터 C마크를 떼어 달라고 했을 정도.
“중간 선수들이 나가면서 젊은 선수들이 많다. 나를 비롯해 (마)정길이형, (오)재영이 정도가 선참이다. 그 바로 밑이 20대 중반이니까. 아무래도 이제는 뒤에서 후배들을 돕는 게 맞는 것 같다. 솔직히 (주장을 맡아)힘도 들었다.(웃음) 시원섭섭한 건 없다. 그래도 주장을 맡은 첫 해가 생각나기도 한다. 낯간지러워 C자도 유니폼에 안 붙였다. 그러다 포스트시즌에 처음 나갔을 때, 이제는 주장이라는 걸 티도 내고 싶었다. 그 첫 경기(2013년 10월 8일 준플레이오프 두산 베어스와 1차전)에서 끝내기 안타까지 때려 기분 좋았는데...”
유니폼에만 변화가 있는 건 아니다. 구장도 바뀐다. 넥센은 목동구장을 떠나 2016년부터 고척돔으로 이사를 간다. 이택근은 프로 생활을 하면서 수원구장, 목동구장, 잠실구장, 고척돔까지 홈구장만 네 번이나 바뀌었다.
“목동구장에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 섭섭한 면도 있다. 한편으로 더 좋은 환경 속에서 야구를 하는 것이니 설렘도 있다. 만감이 교차하는 것 같다.” 프로의 세계에서 변화야 자주 있긴 해도 설렘이 더 큰 것 같다. 그러면서 내심 각종 1호 기록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심’을 보이기도.
“고척돔에서의 첫 해라고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프로라면 언제든지 잘 해야 하는 게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의미 있는 기록은 한 번 세우고 싶다. 첫 안타, 첫 타점, 첫 홈런 등은 기억에 남지 않은가. 내년 KBO리그 개막전에서 1번타자로 나가 홈런을 치면 한 번에 다 이룰 수 있긴 한데, 과연 감독님께서 나를 1번 타순에 넣을까. 그렇지 않을 것 같은데.(웃음)”
과거의 이택근은 크게 욕심이 없었다고 했다. 특정 기록을 목표로 삼기 보다는 상황에 따라 자주 바뀌었다. 그러나 현재의 이택근은 미래의 이택근을 그려가고 있다.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아름답게 떠날 넥센의 선수로.
앞으로 4년간 많은 걸 이루고 싶다고 했다. 전 경기 출전에서 통산 2000안타까지. “선수 생활 막바지다. 지금에 와서야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좀 더 몸 관리를 잘 해서 더 많은 안타나 홈런을 쳤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선천적으로 몸이 강하지 않아 전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그러면서도 이지풍 트레이너 코치 덕분에 육체 및 정신적으로 많이 강해졌다고 했다). 예전에는 통산 홈런, 안타, 도루 등 기록이 크게 와 닿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그런 기록이 매우 중요하다고 인식한다. 홈런 타자는 아니니 2000안타라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1325개의 안타인데)4년간 150개 이상의 안타를 치면 가능하지 않을까. 꼭 하고 싶다. 그렇게 한다면, 적어도 ‘영웅 군단의 전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 말을 한 번 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든다.”
우승에 대한 열망도 크다. 지난 2014년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으나 삼성에 패했던 아쉬움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다.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말이 들리면, 과감하게 유니폼을 벗겠다는 이택근이다. 2020년은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 떠나기 전까지 정상 등극은 앞으로 4년 동안 이뤄야 할 또 하나의 목표다.
넥센은 올 겨울에만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밴헤켄(세이부 라이온즈), 손승락(롯데 자이언츠), 유한준(kt 위즈) 등이 떠났다. 이 때문에 외부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다. 그러나 이택근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넥센의 잠재력을 그는 알고 있다. 앞으로의 4년간 기회도 주어질 것이라고 믿으며.
“전력이 약해졌지, 넥센이 약한 건 아니다. 결코 쉽게 밀리지 않을 것이다. 팀 내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 이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구단에서 최근 팜 시스템에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는데,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 가운데 선의의 경쟁이 펼쳐질 텐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생각보다 넓고 우천순연이 없을 고척돔도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택근이 우승 경험이 없는 건 아니다. 2003년과 2004년 현대 시절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유니콘 군단이 아닌 영웅 군단을 이끌고 다시 정상을 밟고 싶다. “늘 목표는 1등이었다. 그리고 해마다 1등을 목표로 시즌을 준비했다. (예전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으나)현역 은퇴 전 넥센에서 우승을 하고 싶다. 그래야 은퇴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넥센 히어로즈. 이택근이 그 동안 뛰었던 팀이자 앞으로 뛰어야 할 팀이다. 이택근은 지난 11월 28일 총 35억원(계약금 10억원, 연봉 5억원, 옵션 5억원)에 계약했다. 계약기간은 4년으로 2019년까지 정든 등번호 29번이 새겨진, 척 맞는 유니폼을 입는다.
지난 2011년 11월 20일 ‘집’에 다시 돌아와 4년을 지냈다. 그리고 다시 4년을 지내게 된다. 입주 연장 계약이다. 지난 4년은 환상적이었다. 하지만 이택근은 새로운 4년을 더욱 멋지게 보낼 생각으로 가득하다.
▲가고 싶던, 그래서 떠나기 싫은 집
이택근은 올해 FA를 신청한 22명 중 1명이었다. 혹자는 대박을 노리는 만큼, 섭섭지 않은 대우를 원하기도 할 터. 하지만 이택근의 고민은 없었다. ‘넥센에 남는다’, 한 가지 생각과 선택뿐이었다. 넥센을 떠난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다른 팀으로 이적할 생각이 없었다. 계약규모가 줄었으나(50억원→35억원) 아쉬울 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내가 죄송했을 따름이다. 구단에서 시원하게 계약할 수 있도록 해야 했는데 올해 부상 등으로 잘 하지 못했다. 그런 나를 대우해줬다. 감사하기도 하나 죄송한 마음이 더 크다.”
순탄했다던 협상, 그런데 왜 그렇게 늦게 도장을 찍었을까. 이택근은 원 소속팀과 계약 마지막 날, 협상을 마쳤다. “줄다리기 협상은 아니다. 만남 횟수가 많지 않았을 뿐이다. ‘내년에도 이 팀에 남을 것이라고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목동에 나가)운동을 계속 했다. 협상 테이블에서도 FA라는 생각으로 임하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연봉 협상 하듯이 했다.(웃음)”
이택근은 넥센 잔류와 관련해 돈 이상의 뭔가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내 집’이라는 표현을 썼다. “넥센만의 편안한 분위기가 있다. 프런트와 사이가 다른 구단이 2층 정도의 높이와 두께라면, 넥센은 1층 정도다. 우애도 좋아 구단 내 벽이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게다가 현대 유니콘스 시절부터 시작해 이 팀이 창단돼 초반 어려움을 겪다가 정착하는 과정까지를 모두 경험했다. 힘든 시기(2009년 12월 30일)에는 LG 트윈스로 트레이드가 되기도 했다. 뭐랄까, 이 팀에서 아픔, 슬픔, 기쁨을 다 맛봤다. (그 희로애락 때문에)더욱 정이 가고 애착이 크다.”
이택근은 4년 전 넥센 히어로즈로 돌아간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현명한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평했다. 사진=MK스포츠 DB
▲최고의 선택‘잔류’라는 확신 가득한 두 번째 FA 계약은 4년 전의 첫 번째 FA 계약 영향도 있다. 이택근은 지난 2011년 11월 20일 넥센과 50억원에 계약했다. 당시로선 2004년의 심정수(현대→삼성 라이온즈)의 60억원에 이은 역대 2위의 고액이었다. ‘선수를 팔아 돈을 번다’는 비난에 시달렸던 넥센은 어느 정도 틀이 잡히자 이택근을 다시 품에 안았다. 이장석 대표는 리더가 필요했다면서 “이택근을 보내고 마음 편한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라고 했다. 이택근이 느낀 감정도 묘했다.
“4년 전 넥센과 첫 번째 FA 협상에서 나와 다른 선수는 다르다. 다시 나를 불러줬을 때 진심으로 고마웠다. 뭐랄까, 집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기분이었다. 이번 FA 계약을 할 때도 (그때처럼)마음이 찡하더라. 그 감정이 이어지고 있다. 난 잘 해야 한다. 넥센에서 계속 뛰는 동안 감사해 하며 야구를 하려 한다.”
넥센이 이번에도 이택근과 다시 계약한 건 그저 미안함 때문은 아닐 것이다. 기본적으로 잘 해줬기 때문이다. 이택근은 4년간 444경기를 뛰면서 480개의 안타, 48개의 홈런, 64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타율은 0.275→0.287→0.306→0.326으로 치솟았다. 게다가 주장으로 잘 이끌며 리더가 필요했던 넥센의 갈증을 해소시켰다. 또한, 2013년 창단 이래 첫 포스트시즌에 오른데 이어 3년 연속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넥센은 더 이상 약팀이 아니다.
“지난 4년을 돌이켜보니 잘 했던 해도 있으나 부상으로 보탬이 못된 해도 있었다. 역할 중 70%는 선수로서 한 것 같다. 남은 30%는 주장으로 채우지 않았을까. 선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넥센은 젊은 선수들이 많은 팀이다. 내 신인 시절을 떠올려 많은 신경 썼다. 프로야구 선수라면 야구장에서 모두가 동등한 위치여야 한다. 어리다고 부담을 느끼며 눈치를 받으면 안 된다. (주장으로서)야구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이제는 다들 선배 눈치를 안 보는 것 같다.(웃음)”
넥센과 첫 FA 계약, 4년은 다 끝났다. 이택근은 어떻게 자평할까. “아무래도 나도 사람이니 그때는 대우도 신경을 썼다. 그래도 금액이 더 적었더라도 넥센을 택했을 것 같다. 이 팀에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4년이 지나고 나니 그 판단을 잘 한 것 같다.” 덧붙여 그는 이지풍 트레이너 코치, 염경엽 감독, 심재학 타격 코치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넥센 히어로즈의 염경엽 감독(왼쪽)은 지난 4년간 주장 이택근을 믿고 지지했다. 사진=MK스포츠 DB
▲새로운 4년, 변화의 시작지나간 4년, 그리고 새로 시작할 4년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 이번에는 지난번과 다른 게 많다. 당장 그의 유니폼에는 주장을 뜻하는 ‘C’가 새겨져 있지 않다. 4년간 맡았던 주장 직을 서건창에게 넘겼다. 중견 선수의 이적까지 더해지면서 세대교체가 빠른 넥센이다. 팀 내 선참이 많지 않으면서 주장 교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좀 더 젊은 선수가 가교 역할을 해야 했다. 이택근부터 지난 시즌 중반부터 C마크를 떼어 달라고 했을 정도.
“중간 선수들이 나가면서 젊은 선수들이 많다. 나를 비롯해 (마)정길이형, (오)재영이 정도가 선참이다. 그 바로 밑이 20대 중반이니까. 아무래도 이제는 뒤에서 후배들을 돕는 게 맞는 것 같다. 솔직히 (주장을 맡아)힘도 들었다.(웃음) 시원섭섭한 건 없다. 그래도 주장을 맡은 첫 해가 생각나기도 한다. 낯간지러워 C자도 유니폼에 안 붙였다. 그러다 포스트시즌에 처음 나갔을 때, 이제는 주장이라는 걸 티도 내고 싶었다. 그 첫 경기(2013년 10월 8일 준플레이오프 두산 베어스와 1차전)에서 끝내기 안타까지 때려 기분 좋았는데...”
유니폼에만 변화가 있는 건 아니다. 구장도 바뀐다. 넥센은 목동구장을 떠나 2016년부터 고척돔으로 이사를 간다. 이택근은 프로 생활을 하면서 수원구장, 목동구장, 잠실구장, 고척돔까지 홈구장만 네 번이나 바뀌었다.
“목동구장에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 섭섭한 면도 있다. 한편으로 더 좋은 환경 속에서 야구를 하는 것이니 설렘도 있다. 만감이 교차하는 것 같다.” 프로의 세계에서 변화야 자주 있긴 해도 설렘이 더 큰 것 같다. 그러면서 내심 각종 1호 기록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심’을 보이기도.
“고척돔에서의 첫 해라고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프로라면 언제든지 잘 해야 하는 게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의미 있는 기록은 한 번 세우고 싶다. 첫 안타, 첫 타점, 첫 홈런 등은 기억에 남지 않은가. 내년 KBO리그 개막전에서 1번타자로 나가 홈런을 치면 한 번에 다 이룰 수 있긴 한데, 과연 감독님께서 나를 1번 타순에 넣을까. 그렇지 않을 것 같은데.(웃음)”
이택근(오른쪽)이 2014년 한국시리즈에서 강정호를 위로하고 있다. 우승의 적기라던 평가를 받았으나 준우승을 기록했다. 2004년을 끝으로 우승 경험이 없는 이택근은 현역 은퇴 전 한 번 더 정상에 오르고 싶어한다. 사진=MK스포츠 DB
▲영웅 군단의 전설과거의 이택근은 크게 욕심이 없었다고 했다. 특정 기록을 목표로 삼기 보다는 상황에 따라 자주 바뀌었다. 그러나 현재의 이택근은 미래의 이택근을 그려가고 있다.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아름답게 떠날 넥센의 선수로.
앞으로 4년간 많은 걸 이루고 싶다고 했다. 전 경기 출전에서 통산 2000안타까지. “선수 생활 막바지다. 지금에 와서야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좀 더 몸 관리를 잘 해서 더 많은 안타나 홈런을 쳤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선천적으로 몸이 강하지 않아 전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그러면서도 이지풍 트레이너 코치 덕분에 육체 및 정신적으로 많이 강해졌다고 했다). 예전에는 통산 홈런, 안타, 도루 등 기록이 크게 와 닿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그런 기록이 매우 중요하다고 인식한다. 홈런 타자는 아니니 2000안타라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1325개의 안타인데)4년간 150개 이상의 안타를 치면 가능하지 않을까. 꼭 하고 싶다. 그렇게 한다면, 적어도 ‘영웅 군단의 전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 말을 한 번 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든다.”
우승에 대한 열망도 크다. 지난 2014년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으나 삼성에 패했던 아쉬움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다.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말이 들리면, 과감하게 유니폼을 벗겠다는 이택근이다. 2020년은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 떠나기 전까지 정상 등극은 앞으로 4년 동안 이뤄야 할 또 하나의 목표다.
넥센은 올 겨울에만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밴헤켄(세이부 라이온즈), 손승락(롯데 자이언츠), 유한준(kt 위즈) 등이 떠났다. 이 때문에 외부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다. 그러나 이택근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넥센의 잠재력을 그는 알고 있다. 앞으로의 4년간 기회도 주어질 것이라고 믿으며.
“전력이 약해졌지, 넥센이 약한 건 아니다. 결코 쉽게 밀리지 않을 것이다. 팀 내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 이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구단에서 최근 팜 시스템에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는데,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 가운데 선의의 경쟁이 펼쳐질 텐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생각보다 넓고 우천순연이 없을 고척돔도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택근이 우승 경험이 없는 건 아니다. 2003년과 2004년 현대 시절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유니콘 군단이 아닌 영웅 군단을 이끌고 다시 정상을 밟고 싶다. “늘 목표는 1등이었다. 그리고 해마다 1등을 목표로 시즌을 준비했다. (예전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으나)현역 은퇴 전 넥센에서 우승을 하고 싶다. 그래야 은퇴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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