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시작된 육상 도핑 스캔들이 점차 커지고 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지난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반도핑 조사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러시아 육상선수들의 도핑설이 사실이라고 폭로했다. 세계반도핑기구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에 러시아 육상선수들의 국제경기 출전 잠정 금지 조치를 권고했다. 아울러 2012년 런던 올림픽 육상 800m 챔피언 마리야 사비노바를 비롯한 5명의 러시아 육상선수들에게 영구 출전금지 명령을 내릴 것을 주문하는 동시에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에 대한 허가 취소도 권고했다. 러시아반도핑기구 회장 그리고리 로드첸코프가 조사단의 방문을 앞두고 1417건의 도핑 테스트 자료를 파기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세계반도핑기구는 이번 도핑 사건을 러시아의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과 체육부장관까지 개입된 조직적인 행위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일단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도핑에 참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비탈리 무트코 러시아 체육부장관은 “우리의 잘못을 인정하고, 논쟁할 건 논쟁하고, 바로 잡을 건 바로 잡겠다”며 “러시아는 올림픽 출전 금지라는 극단적인 조치에 반대한다.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항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나서 “자체 수사를 철저하게 하되 억울한 누명을 쓰는 선수가 나오지 않게 하라”고 지시하며 육상선수 전원이 올림픽 출전 금지당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도핑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또 다른 육상 강국인 케냐도 마찬가지다. 지난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도핑 테스트 양성 반응을 보인 여자 400m 조이스 자카리(29)와 여자 400m허들 코키 마눈가(24)는 모두 케냐 선수였다. 케냐에서는 ‘마라톤 여제’ 리타 젭투가 2011년 금지약물 양성 반응을 보이는 등 도핑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세계반도핑기구는 케냐에 지속적으로 ‘국가가 반도핑기구를 설립하고 운영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라’고 요청해온 바 있으나 케냐 반도핑기구는 아직 사무실조차 갖추지 못한 수준이다. 케냐육상경기연맹의 아이작 음왕기 회장은 “케냐 육상이 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을 권하고 도핑 테스트를 돕는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며 조직적인 도핑설을 부인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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