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2차전)
행운은 우연히 오는 것일까. 아니 준비된 사람에게, 치밀하게 노력했던 순간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19일 NC와 두산의 플레이오프 2차전은 7회까지의 투수전과 8회의 날선 공방으로 짜릿한 명승부를 연출했다.
0-1로 2연패 위기에 몰렸던 NC의 8회말, 진짜 드라마가 시작됐다. 한점차 리드를 굳히기 위해 등판했던 ‘두산의 미래’ 함덕주에게 선두 손시헌이 안타를 때려내면서.
이 장면에서 발빠른 대주자 최재원을 1루에 세우고 타석의 8번 지석훈에게 낼 수 있는 벤치의 정석 작전은 보내기번트다. 실제로 지석훈은 초구에 번트 자세를 보였고 두산 내야는 번트 수비를 준비했다. 그러나 1볼 후 2구째, 주자는 힘차게 뛰었고 번트를 대는 듯 했던 지석훈이 배트를 휘둘렀다. 페이크번트 앤 슬래시. 대담무쌍한 타이밍에 나온 ‘런앤히트’ 사인이었다. 결과가 더 기막혔다. 타구는 그저 ‘내야의 키를 넘기는’ 수준이 아닌 좌익선상으로 멋지게 떨어졌고, 일찌감치 스타트를 끊었던 1루주자가 홈으로 뛰어들 수 있었던 1타점 동점 2루타가 됐다.
최고의 작전이 상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작전이라면, 김경문감독의 이 ‘런앤히트’가 그랬다. 희생번트 타이밍에서 불쑥 튀어나온 이 승부수는 두산의 대처를 힘들게 하고, 배터리와 야수진을 흔들고, NC의 기세를 반전시키는 절묘한 한 수가 됐다.
이후 김태군의 희생번트로 이어진 1사3루에서 타석의 김성욱이 2B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자 3구째 김감독은 스퀴즈번트 사인을 냈다. 이 공은 포수가 잡지 못한 폭투가 됐고, 3루주자 지석훈이 홈을 밟아 극적인 결승득점을 올렸다.
NC 벤치의 순발력 있는 작전이 휘몰아쳤던 8회, 작전은 번번이 성공하는 것을 넘어 넉넉한 ‘덤’까지 얻어냈다.
‘런앤히트’로 노렸던 상황은 1사 1,3루였을 테지만 동점 2루타가 터졌고, 스퀴즈번트를 지시했던 김성욱은 볼이 높게 들어오자 배트를 빼는 다소 황당한 플레이를 했으나 (스퀴즈번트 상황이면 타자는 어떤 볼이 들어오더라도 끝까지 번트를 대야한다) 폭투가 되면서 도리어 더 안전하게 결승득점을 뽑았으니까.
‘승리의 여신’이 NC를 향해 활짝 웃어준 이 ‘릴레이대박’을 행운이었다고만 말하고 싶지 않다.
당시 ‘정석’ 보내기번트로 1사 2루를 만들더라도 후속 타자는 김태군-김성욱이었다. 1패로 몰려있던 NC의 8회말 0-1의 열세, 경기 종료까지 남은 공격 아웃카운트는 고작 5개. 이 기회를 놓치면 스튜어트 최고의 호투를 무위로 돌리며 2연패하고 PO 자체가 완패 흐름으로 간다는 날카로운 위기의식이 ‘승부사’ 김감독을 깨웠던 것 같다. 그는 뒤가 없는 절박한 순간에서 실패의 무게가 엄청난 리스크에 베팅하는 과감한 결단성으로 결국 행운을 끌어당겼다.
떠올려보면 김감독은 2008베이징올림픽 일본전에서 9회 왼손투수 이와세를 상대로 좌타자 김현수를 대타로 내 결승점을 뽑았던 사령탑이다. 상대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을 찌르는 한 수, 결정적인 순간에 불확실성을 떠안는 배짱이 있다.
1차전은 1회 김태형감독의 런앤히트 작전에 이은 해커의 폭투로 선제 결승점이 났고, 2차전은 8회 김경문감독의 런앤히트 승부수에 이은 함덕주의 폭투로 역전 결승점이 났다. 이틀 연속 결승타 없는 명승부를 주고받은 두 팀의 플레이오프 3차전이 더욱 기다려진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행운은 우연히 오는 것일까. 아니 준비된 사람에게, 치밀하게 노력했던 순간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19일 NC와 두산의 플레이오프 2차전은 7회까지의 투수전과 8회의 날선 공방으로 짜릿한 명승부를 연출했다.
0-1로 2연패 위기에 몰렸던 NC의 8회말, 진짜 드라마가 시작됐다. 한점차 리드를 굳히기 위해 등판했던 ‘두산의 미래’ 함덕주에게 선두 손시헌이 안타를 때려내면서.
이 장면에서 발빠른 대주자 최재원을 1루에 세우고 타석의 8번 지석훈에게 낼 수 있는 벤치의 정석 작전은 보내기번트다. 실제로 지석훈은 초구에 번트 자세를 보였고 두산 내야는 번트 수비를 준비했다. 그러나 1볼 후 2구째, 주자는 힘차게 뛰었고 번트를 대는 듯 했던 지석훈이 배트를 휘둘렀다. 페이크번트 앤 슬래시. 대담무쌍한 타이밍에 나온 ‘런앤히트’ 사인이었다. 결과가 더 기막혔다. 타구는 그저 ‘내야의 키를 넘기는’ 수준이 아닌 좌익선상으로 멋지게 떨어졌고, 일찌감치 스타트를 끊었던 1루주자가 홈으로 뛰어들 수 있었던 1타점 동점 2루타가 됐다.
최고의 작전이 상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작전이라면, 김경문감독의 이 ‘런앤히트’가 그랬다. 희생번트 타이밍에서 불쑥 튀어나온 이 승부수는 두산의 대처를 힘들게 하고, 배터리와 야수진을 흔들고, NC의 기세를 반전시키는 절묘한 한 수가 됐다.
이후 김태군의 희생번트로 이어진 1사3루에서 타석의 김성욱이 2B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자 3구째 김감독은 스퀴즈번트 사인을 냈다. 이 공은 포수가 잡지 못한 폭투가 됐고, 3루주자 지석훈이 홈을 밟아 극적인 결승득점을 올렸다.
NC 벤치의 순발력 있는 작전이 휘몰아쳤던 8회, 작전은 번번이 성공하는 것을 넘어 넉넉한 ‘덤’까지 얻어냈다.
‘런앤히트’로 노렸던 상황은 1사 1,3루였을 테지만 동점 2루타가 터졌고, 스퀴즈번트를 지시했던 김성욱은 볼이 높게 들어오자 배트를 빼는 다소 황당한 플레이를 했으나 (스퀴즈번트 상황이면 타자는 어떤 볼이 들어오더라도 끝까지 번트를 대야한다) 폭투가 되면서 도리어 더 안전하게 결승득점을 뽑았으니까.
‘승리의 여신’이 NC를 향해 활짝 웃어준 이 ‘릴레이대박’을 행운이었다고만 말하고 싶지 않다.
당시 ‘정석’ 보내기번트로 1사 2루를 만들더라도 후속 타자는 김태군-김성욱이었다. 1패로 몰려있던 NC의 8회말 0-1의 열세, 경기 종료까지 남은 공격 아웃카운트는 고작 5개. 이 기회를 놓치면 스튜어트 최고의 호투를 무위로 돌리며 2연패하고 PO 자체가 완패 흐름으로 간다는 날카로운 위기의식이 ‘승부사’ 김감독을 깨웠던 것 같다. 그는 뒤가 없는 절박한 순간에서 실패의 무게가 엄청난 리스크에 베팅하는 과감한 결단성으로 결국 행운을 끌어당겼다.
떠올려보면 김감독은 2008베이징올림픽 일본전에서 9회 왼손투수 이와세를 상대로 좌타자 김현수를 대타로 내 결승점을 뽑았던 사령탑이다. 상대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을 찌르는 한 수, 결정적인 순간에 불확실성을 떠안는 배짱이 있다.
두산 함덕주는 19일 NC와의 PO 2차전에서 폭투로 역전 결승점을 내줬다. 그답게 승부하지 못했던 김성욱 타석 때의 결과가 아쉽다. 사진(창원)=김영구 기자
폭투의 ‘행운’은 두산 배터리가 헌납한 것도 같다. 김성욱과 맞섰던 함덕주가 2볼로 몰리면서 ‘스퀴즈번트 타이밍’을 내준 게 패착이다. 특히 3구째 폭투까지 공 세개를 모두 변화구로 선택한 것이 아쉬웠다. 함덕주는 지난 10일 넥센과의 준PO 2차전에서 한점차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홀드 투수다. 당시 8회 1사 2,3루에서 이택근을 풀카운트 끝에 내야플라이로 잡아냈던 승부가 참 인상적이었다. 3B로 몰린 후 연속 4개의 속구를 꽂아대던 스무살 투수의 담력에 혀를 내둘렀다. 어이없는 타이밍의 당찬 속구 승부여서 함덕주-양의지 배터리에 크게 감탄했었는데, 그만의 장기로 승부하지 못한 이날의 연속 변화구 선택에 의한 폭투 결승점은 그래서 좀 안타깝게 느껴진다.1차전은 1회 김태형감독의 런앤히트 작전에 이은 해커의 폭투로 선제 결승점이 났고, 2차전은 8회 김경문감독의 런앤히트 승부수에 이은 함덕주의 폭투로 역전 결승점이 났다. 이틀 연속 결승타 없는 명승부를 주고받은 두 팀의 플레이오프 3차전이 더욱 기다려진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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