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이만수(56) 감독이 이례적으로 구단을 향해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터뜨렸다.
사령탑의 의사와 무관하게 포수 조인성(39)의 트레이드를 감행했다며 "소통 없는 야구는 좋은 야구가 아니다"라고 분노를 표현했다.
4일 두산과의 경기를 앞두고 인천 문학구장 더그아웃에 들어선 이 감독은 울적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 조인성을 한화에 내주고 내야수 이대수(33)와 외야수 김강석(29)을 받는 2대 1트레이드를 한 것을 두고 선수들과 인사를 나눴는지 등의 질문이 나왔지만, 이 감독의 답변에는 힘이 없었다.
평소답지 않은 모습에 '그리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질문이 이어지자 그제서야 이 감독은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냈다.
이 감독은 "감독이 전혀 관여하지 못한 상태에서 구단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일이라 야구인으로서 기분이 안 좋다"면서 "늘 '소통하자'고 강조하며 좋은 야구를 하려 인내도 많이 했는데 이런 것은 좋은 야구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감독은 이번 트레이드에 대해 줄곧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고 했다.
그는 "끝까지 '무조건 안 된다'고 했는데 이미 다 결정된 상태라기에 혼란이 오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프로야구에서 있을 수 없는 치명적인 일"이라며 "한 번이라도 현장 이야기를 들어만 줬다면…"이라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SK는 이번 트레이드에 대해 정상호, 이재원 등이 있어 포수 자원은 넘치는 데 반해 경험이 짧은 내야진이 약점을 보여 이를 보강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주전에서 밀려나는 모양새이던 조인성과 이대수가 모두 새 기회를 얻고, 구단도 서로 약점을 보완하는 '윈-윈 트레이드'라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 감독은 이에 대해서도 견해를 달리했다.
그는 "지난 2년간 3명의 포수로 팀을 꾸려왔다"면서 "포수는 부상 위험이 크기 때문에 지명타자로도 돌려 가며 운영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야구의 '키'는 투수보다 포수에 있다는 점"이라며 "조인성이 한화로 간다는 것은 우리의 모든 살림을 가져가는 셈"이라고 구단의 결정을 비판했다.
그는 "좋은 포수가 있어야 좋은 팀이 만들어진다"면서 "좋은 선수를 데려간 한화에 좋은 일이 됐다"고 말하고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취재진과의 대화를 마쳤다.
감독이 트레이드를 주도한 구단을 향해 이례적으로 직격탄을 날리면서 SK는 현장과 프런트 사이의 불협화음을 드러낸 셈이 됐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한 차례 경질설에 시달린 바 있는 이 감독은 올해가 SK와의 계약 마지막 시즌이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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