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올 시즌을 앞두고 중국으로 떠난 데얀은 고별 기자회견에서 인상적인 K리그 공격수를 언급해 달라는 말에 “2007년부터 계속해서 경쟁한 이동국의 퀄리티는 믿을 수 없을 정도다. 꾸준한 경기력은 정말 훌륭하다”는 말로 리그 최고의 토종공격수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2013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득점왕 경쟁을 펼쳤던 김신욱을 향해서는 “과거에 비해 200% 발전했다”고 극찬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시즌 내리 득점왕을 차지한 K리그 역대 최고의 골잡이가 바라본 김신욱은 그야말로 발전을 거듭하는 선수였다. 소위 말하는 ‘센스’가 타고난 유형은 아니다. 대신 타고난 ‘조건’이 있었다. 이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만약 축복받은 하드웨어에 안주하고 센스를 키우려는 노력이 없었다면 ‘200% 발전’은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것에만 집중해 장점을 잃어버렸어도 지금과 같은 위치는 힘들었을 것이다. 덕분에 김신욱은 귀한 공격수가 됐다.
지난 시즌 데얀과 똑같이 19골을 넣고도 출전경기가 많아 득점왕을 놓쳤던 김신욱의 2014시즌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29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5라운드 홈경기에서 시즌 4, 5호골을 연속으로 터뜨리며 2-1 승리의 주역이 됐다. 머리로 하나 발로 하나씩 골을 넣었다. 정규리그 5경기 5골로 득점선두에 올랐다. ACL까지 합치면 벌써 7호골을 터뜨렸으니 그야말로 물이 올랐다.
서울전에서 나온 김신욱의 첫 번째 득점은 K리그의 새 역사였다. 헤딩으로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지난 15일 수원전에서 통산 33번째 헤딩골을 넣으면서 은퇴한 우성용과 함께 최다 헤딩골 타이기록을 세웠던 김신욱은 서울전 득점으로 통산 34개의 헤딩골을 기록, 이 부문 기록 보유자가 됐다. 김신욱의 통산득점이 총 72골인데 47%를 웃도는 34골을 머리로 넣었다는 뜻이다. 우성용의 116골 중 33골과 비교하면 엄청난 비율이다.
이 지표를 보고 혹자는 “역시 김신욱은 머리를 잘 쓰는 공격수”라는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문장 자체는 참이지만 절대 ‘머리만 잘 쓰는 공격수’라 폄하할 수는 없다.
외려 최근 흐름은 머리보다는 발에 집중하는 인상이 강했다. 본의 아니게 가치가 평가절하 됐던 것에 대한 반발심도 있었고, 실제로 어느 정도 부족했던 발의 센스를 키우기 위해 노력했던 영향도 있다. 덕분에 지난해 중후반부터 올해까지 김신욱의 득점비율은 머리에서 발로 많이 이동했다. 하지만 이것이 마냥 좋은 흐름이라 볼 수는 없다.
시즌 초반 김신욱의 발에 의한 골이 많이 터지자 조민국 울산 감독은 흐뭇해하면서도 “김신욱이 머리로 골을 터뜨려주면 좋은데 답답하다”며 웃음을 보였다. 팀으로서나 김신욱 본인 모두, 확실한 무기가 녹슬어서는 좋을 것 없다는 뜻이었다. 장점은 살리면서 단점을 보완해야지, 단점을 보완하려다 장점마저 밋밋해지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는 충고였다.
그런데 다행히 김신욱의 머리는 건재했다. 15일 수원전에 이어 29일 서울전에서 모두 머리로 골을 만들어냈다. 그렇다고 발의 감각이 무뎌진 것도 아니다. 서울전에서 나온 김신욱의 두 번째 골은, 왜 그가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를 받는지 입증하는 장면이었다.
김신욱은 후반 12분, 박스 안 오른쪽에서 올린 낮은 크로스가 서울 수비수의 몸을 맞고 굴절돼 밖으로 나가는 것을 재빨리 뒤로 이동해 오른발 논스톱 터닝슈팅으로 연결, 다시금 골망을 흔들었다. 장신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기민한 움직임이 돋보였고 쉽지 않은 자세에서도 정확한 밸런스를 유지해 방향과 세기에 힘을 실었던 좋은 슈팅이었다.
결국 머리의 장점은 지키고 다리의 단점은 보완하면서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자신의 키만큼 능력도 커지고 있다. 이쯤이면, 현재 대한민국 축구계에 있어 ‘귀한 공격수’임에 틀림없다. 울산은 물론, 국가대표팀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비중이 됐다.
[lastuncle@maekyung.com]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시즌 내리 득점왕을 차지한 K리그 역대 최고의 골잡이가 바라본 김신욱은 그야말로 발전을 거듭하는 선수였다. 소위 말하는 ‘센스’가 타고난 유형은 아니다. 대신 타고난 ‘조건’이 있었다. 이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만약 축복받은 하드웨어에 안주하고 센스를 키우려는 노력이 없었다면 ‘200% 발전’은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것에만 집중해 장점을 잃어버렸어도 지금과 같은 위치는 힘들었을 것이다. 덕분에 김신욱은 귀한 공격수가 됐다.
지난 시즌 데얀과 똑같이 19골을 넣고도 출전경기가 많아 득점왕을 놓쳤던 김신욱의 2014시즌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29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5라운드 홈경기에서 시즌 4, 5호골을 연속으로 터뜨리며 2-1 승리의 주역이 됐다. 머리로 하나 발로 하나씩 골을 넣었다. 정규리그 5경기 5골로 득점선두에 올랐다. ACL까지 합치면 벌써 7호골을 터뜨렸으니 그야말로 물이 올랐다.
서울전에서 나온 김신욱의 첫 번째 득점은 K리그의 새 역사였다. 헤딩으로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지난 15일 수원전에서 통산 33번째 헤딩골을 넣으면서 은퇴한 우성용과 함께 최다 헤딩골 타이기록을 세웠던 김신욱은 서울전 득점으로 통산 34개의 헤딩골을 기록, 이 부문 기록 보유자가 됐다. 김신욱의 통산득점이 총 72골인데 47%를 웃도는 34골을 머리로 넣었다는 뜻이다. 우성용의 116골 중 33골과 비교하면 엄청난 비율이다.
이 지표를 보고 혹자는 “역시 김신욱은 머리를 잘 쓰는 공격수”라는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문장 자체는 참이지만 절대 ‘머리만 잘 쓰는 공격수’라 폄하할 수는 없다.
외려 최근 흐름은 머리보다는 발에 집중하는 인상이 강했다. 본의 아니게 가치가 평가절하 됐던 것에 대한 반발심도 있었고, 실제로 어느 정도 부족했던 발의 센스를 키우기 위해 노력했던 영향도 있다. 덕분에 지난해 중후반부터 올해까지 김신욱의 득점비율은 머리에서 발로 많이 이동했다. 하지만 이것이 마냥 좋은 흐름이라 볼 수는 없다.
시즌 초반 김신욱의 발에 의한 골이 많이 터지자 조민국 울산 감독은 흐뭇해하면서도 “김신욱이 머리로 골을 터뜨려주면 좋은데 답답하다”며 웃음을 보였다. 팀으로서나 김신욱 본인 모두, 확실한 무기가 녹슬어서는 좋을 것 없다는 뜻이었다. 장점은 살리면서 단점을 보완해야지, 단점을 보완하려다 장점마저 밋밋해지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는 충고였다.
그런데 다행히 김신욱의 머리는 건재했다. 15일 수원전에 이어 29일 서울전에서 모두 머리로 골을 만들어냈다. 그렇다고 발의 감각이 무뎌진 것도 아니다. 서울전에서 나온 김신욱의 두 번째 골은, 왜 그가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를 받는지 입증하는 장면이었다.
김신욱은 후반 12분, 박스 안 오른쪽에서 올린 낮은 크로스가 서울 수비수의 몸을 맞고 굴절돼 밖으로 나가는 것을 재빨리 뒤로 이동해 오른발 논스톱 터닝슈팅으로 연결, 다시금 골망을 흔들었다. 장신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기민한 움직임이 돋보였고 쉽지 않은 자세에서도 정확한 밸런스를 유지해 방향과 세기에 힘을 실었던 좋은 슈팅이었다.
결국 머리의 장점은 지키고 다리의 단점은 보완하면서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자신의 키만큼 능력도 커지고 있다. 이쯤이면, 현재 대한민국 축구계에 있어 ‘귀한 공격수’임에 틀림없다. 울산은 물론, 국가대표팀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비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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