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쉽지 않을 것 같다”던 이충희 원주 동부 감독의 말이 현실이 되고 있다. 동부가 구단 최다 불명예 기록인 11연패를 당했다. 동부산성이 완전히 붕괴됐다. 다시 세우기 쉽지 않다.
동부는 10월22일 서울 삼성전부터 11월19일 인천 전자랜드전까지 한 달 가량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11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4승12패 최하위 추락은 당연한 성적이었다. 이충희 감독은 지난 2007년 지휘봉을 잡았던 대구 오리온스 시절 11연패의 악몽을 재현했다. 당시 이 감독은 4승22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뒤로 하고 물러났다.
이 감독은 분위기 쇄신을 위한 동부의 선택이었다. 강동희 전 감독이 불명예 사퇴를 한 뒤 중앙대 출신을 배제했고,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지명도 높은 이 감독을 전격 감독 자리에 올렸다. 이 감독은 동부의 강점인 수비 농구를 강조했고, 외국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신인 드래프트 전체 3순위 지명권을 얻으며 침체된 동부의 희망찬 반전을 꿈꿨다.
시작부터 꼬였다. 첫 단추가 틀어진 것은 외국선수 허버트 힐이었다. 한국농구연맹(KBL) 경력자로 공‧수에서 이미 기량을 입증받은 힐을 보험으로 뽑고 박수를 쳤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반전이 시작됐다.
힐은 동부의 지명을 받는 순간부터 마음이 떠나 있었다. 코트에서는 성의가 없었고, 코트 밖에서는 구단 및 코칭스태프와 마찰을 일으켰다. 힐은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를 시켜달라는 제의까지 할 정도로 안하무인 격이었다.
이충희 감독은 “뛰기 싫다는 선수를 어떻게 해야 하나? 그렇다고 1순위 선수를 바꿀 수도 없었다”고 하소연 했다. 결국 동부는 힐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놨지만 아무도 원하는 구단이 없었다. 힐에게도 이 사실을 전달했다. 이후 힐은 비골 골절 부상으로 전치 8주 진단을 받고 교체됐다. 이 감독은 “외국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중심을 잡아줘야 할 힐부터 꼬이면서 조직력이 흐트러졌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힐을 둘러싼 태업설이 뜬 소문만은 아니었다.
동부의 악재는 끊이지 않았다. 동부의 또 다른 기둥인 김주성마저 무릎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제외됐다. 극강의 높이를 자랑했던 동부의 강점이 사라졌다. 시즌 전 구상이 완전히 틀어진 것. 이 감독은 “김주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공격과 수비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전력의 핵심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김주성이 빨리 돌아오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감독이 더 우려하는 것은 선수들의 정신적 붕괴다. 동부는 긴 연패의 터널에 갇히면서 패배 의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경기 막판 접전 상황에서 상대에 분위기를 한 번 빼앗기면 그대로 무너지고 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계속 지다보니까 시소 싸움을 하다가도 포기를 해버린다. 패배 의식이 생긴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감독인 나도 멘붕 상태가 올 정도니까…”라고 축 처진 어깨를 감추지 못했다.
동부의 위기는 곧 이 감독의 위기이기도 하다. 팀 성적의 책임은 감독에게 최우선으로 물을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오리온스 시절 중도 사퇴의 쓰라린 기억이 있다.
그러나 지금 동부의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무조건 감독 교체가 해결 방안은 아니다. 선수들 스스로 자각해야 한다. 동부산성을 다시 세우기 위한 주춧돌부터 새로 끼어 맞춰야 할 때다.
[min@maekyung.com]
동부는 10월22일 서울 삼성전부터 11월19일 인천 전자랜드전까지 한 달 가량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11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4승12패 최하위 추락은 당연한 성적이었다. 이충희 감독은 지난 2007년 지휘봉을 잡았던 대구 오리온스 시절 11연패의 악몽을 재현했다. 당시 이 감독은 4승22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뒤로 하고 물러났다.
지난 19일 원주 종합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와 원주 동부의 경기에서 11연패를 기록한 이충희 동부 감독이 표정 없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시작부터 꼬였다. 첫 단추가 틀어진 것은 외국선수 허버트 힐이었다. 한국농구연맹(KBL) 경력자로 공‧수에서 이미 기량을 입증받은 힐을 보험으로 뽑고 박수를 쳤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반전이 시작됐다.
힐은 동부의 지명을 받는 순간부터 마음이 떠나 있었다. 코트에서는 성의가 없었고, 코트 밖에서는 구단 및 코칭스태프와 마찰을 일으켰다. 힐은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를 시켜달라는 제의까지 할 정도로 안하무인 격이었다.
이충희 감독은 “뛰기 싫다는 선수를 어떻게 해야 하나? 그렇다고 1순위 선수를 바꿀 수도 없었다”고 하소연 했다. 결국 동부는 힐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놨지만 아무도 원하는 구단이 없었다. 힐에게도 이 사실을 전달했다. 이후 힐은 비골 골절 부상으로 전치 8주 진단을 받고 교체됐다. 이 감독은 “외국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중심을 잡아줘야 할 힐부터 꼬이면서 조직력이 흐트러졌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힐을 둘러싼 태업설이 뜬 소문만은 아니었다.
동부의 악재는 끊이지 않았다. 동부의 또 다른 기둥인 김주성마저 무릎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제외됐다. 극강의 높이를 자랑했던 동부의 강점이 사라졌다. 시즌 전 구상이 완전히 틀어진 것. 이 감독은 “김주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공격과 수비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전력의 핵심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김주성이 빨리 돌아오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치욕적인 11연패를 기록한 동부 선수들이 경기에 패한 후 허탈해 하며 코트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동부의 위기는 곧 이 감독의 위기이기도 하다. 팀 성적의 책임은 감독에게 최우선으로 물을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오리온스 시절 중도 사퇴의 쓰라린 기억이 있다.
그러나 지금 동부의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무조건 감독 교체가 해결 방안은 아니다. 선수들 스스로 자각해야 한다. 동부산성을 다시 세우기 위한 주춧돌부터 새로 끼어 맞춰야 할 때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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