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소집 사흘째에 이르러서야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이 시작됐다. 회복훈련 정도에서 그쳤던 첫날과 오전에 가벼운 포지셔닝 훈련을 실시한 뒤 오후에 외출을 보냈던 3일과 달리 4일 파주NFC의 공기는 자못 진지했다.
전날 “선수들이 많이 피곤한 상태다. 재충전을 위해 바깥공기를 쐬고 오라고 했다”던 홍 감독의 말 속에는 이제부터 팽팽하게 조여질 것이니 그 전에 몸도 마음도 충분하게 이완시켜 놓으라는 보이지 않는 지시가 포함돼 있었다. 폭풍전야 같은 고요함이었다. 그리고, 고요함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치열한 경쟁의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4일 훈련에서 홍명보 감독은 별다른 지시 없이 소집 인원을 두 팀으로 나눠 연습경기를 진행시켰다. 한쪽은 원톱 지동원을 필두로 손흥민-이근호-고요한이 공격진을 이뤘고 하대성과 이명주가 중앙 미드필더로 허리를 잡았다. 포백라인은 왼쪽부터 박주호 김영권 홍정호 김창수가 배치됐으며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조끼를 입었던 반대쪽은 조동건 원톱에 김보경(윤일록) 구자철 이청용이 뒤를 받쳤으며 박종우와 한국영이 연결고리 역할을 맡았다. 수비진은 윤석영 황석호 곽태휘 이용이 호흡을 맞췄으며 골키퍼로는 김진현이 나섰다.
애초 호출했던 25명에서 허벅지 근육 부상으로 소속팀으로 돌아간 이승기를 뺀 24명 중 정성룡 골키퍼를 제외한 모두가 출전했다. 와중 ‘조끼팀’은 후반부에 조동건을 빼고 구자철을 원톱으로 전진배치 시키면서 김보경을 중앙MF로 돌리고 윤일록을 왼쪽 날개로 투입하는 변화도 꾀했다. ‘구자철의 전진’에 많은 언론이 관심을 가졌던 변화다.
두 팀 중 어느 팀이 그대로 경기에 출전한다 해도 수긍이 갈 수 있는 멤버 구성이었다. 어느 쪽이 주전이고 어느 쪽이 비주전인지 전혀 구분할 수 없었고 이는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알 수가 없기에 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자신의 포지션 경쟁자가 상대팀에 있는 것이니 실전을 방불케 했다.
연습경기였으나 너무도 뜨거웠다. 연습경기답지 않게 치열했다. 훈련임에도 불구하고 홍명보 감독은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잠시잠깐 손흥민에게 다가가 위치를 잡아준 것 정도를 제외하고는 필드 밖에서 팔짱을 끼고 ‘매의 눈’만 굴렸을 뿐이다. 선수들은 그 눈에 낚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
어찌나 진지하게 임했는지 양 팀 모두 변변한 슈팅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공의 움직임은 대부분 허리라인 근처에서 나왔다. 그만큼 팽팽한 대결이 펼쳐졌다는 방증이다. 분명 훈련이었는데 감독은 도무지 말이 없었고, 선수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실전처럼 뛰었다. 같은 포지션 선수와 마주한, 내부의 경쟁은 그렇게 불타올랐다.
연습경기는 실전을 넘어 전쟁 같았으나 마지막은 훈훈했다. 세트피스 등 부분전술 훈련까지 끝난 뒤 이케다 피지컬 코치의 주도 하에 정리운동에 들어갔을 때 흥미로운 장면이 나왔다. 정리운동이 마무리될 때 쯤, 이케다 코치는 선수들을 필드에 눕게 한 뒤 눈을 감고 명상의 시간을 지시했다. 좋은 것을 떠올리라는 주문과 함께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이때, 홍명보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홍 감독과 코치들은 일부 선수들을 조용히 깨워 무리에서 이탈하게 했다. 눈치 빠른 선수들도 낌새를 차리고 살금살금 밖으로 나왔다. 결국 마지막은, 몇몇 이들만 덩그러니 필드에 누워있고 이를 다른 선수들이 지켜보는 그림이었다. 최후의 희생양은 김영권. 홀로 누워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챈 김영권은 “알고도 속아줬다”며 ‘앙탈’을 부렸고, 언제 치열했었냐는 듯 훈훈하게 일과는 마무리됐다.
훈련은 자못 진지했으나 그 치열함이 끝난 뒤에는 마치 소풍 나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무리처럼 여유로웠다. 긴장이 지나쳐 경직으로 흐르지는 않고, 화기애애함이 넘쳐 나태로 벗어나지 않는 ‘경계’ 안에서 잘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홍명보호다.
[lastuncle@maekyung.com]
전날 “선수들이 많이 피곤한 상태다. 재충전을 위해 바깥공기를 쐬고 오라고 했다”던 홍 감독의 말 속에는 이제부터 팽팽하게 조여질 것이니 그 전에 몸도 마음도 충분하게 이완시켜 놓으라는 보이지 않는 지시가 포함돼 있었다. 폭풍전야 같은 고요함이었다. 그리고, 고요함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치열한 경쟁의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실전처럼 시작됐던 훈련은 소풍처럼 마무리됐다. 긴장이 경직으로 흐르지는 않고, 화기애애함이 나태로 벗어나지 않은 경계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홍명보호다. 사진= MK스포츠 DB |
조끼를 입었던 반대쪽은 조동건 원톱에 김보경(윤일록) 구자철 이청용이 뒤를 받쳤으며 박종우와 한국영이 연결고리 역할을 맡았다. 수비진은 윤석영 황석호 곽태휘 이용이 호흡을 맞췄으며 골키퍼로는 김진현이 나섰다.
애초 호출했던 25명에서 허벅지 근육 부상으로 소속팀으로 돌아간 이승기를 뺀 24명 중 정성룡 골키퍼를 제외한 모두가 출전했다. 와중 ‘조끼팀’은 후반부에 조동건을 빼고 구자철을 원톱으로 전진배치 시키면서 김보경을 중앙MF로 돌리고 윤일록을 왼쪽 날개로 투입하는 변화도 꾀했다. ‘구자철의 전진’에 많은 언론이 관심을 가졌던 변화다.
두 팀 중 어느 팀이 그대로 경기에 출전한다 해도 수긍이 갈 수 있는 멤버 구성이었다. 어느 쪽이 주전이고 어느 쪽이 비주전인지 전혀 구분할 수 없었고 이는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알 수가 없기에 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자신의 포지션 경쟁자가 상대팀에 있는 것이니 실전을 방불케 했다.
연습경기였으나 너무도 뜨거웠다. 연습경기답지 않게 치열했다. 훈련임에도 불구하고 홍명보 감독은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잠시잠깐 손흥민에게 다가가 위치를 잡아준 것 정도를 제외하고는 필드 밖에서 팔짱을 끼고 ‘매의 눈’만 굴렸을 뿐이다. 선수들은 그 눈에 낚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
어찌나 진지하게 임했는지 양 팀 모두 변변한 슈팅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공의 움직임은 대부분 허리라인 근처에서 나왔다. 그만큼 팽팽한 대결이 펼쳐졌다는 방증이다. 분명 훈련이었는데 감독은 도무지 말이 없었고, 선수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실전처럼 뛰었다. 같은 포지션 선수와 마주한, 내부의 경쟁은 그렇게 불타올랐다.
연습경기는 실전을 넘어 전쟁 같았으나 마지막은 훈훈했다. 세트피스 등 부분전술 훈련까지 끝난 뒤 이케다 피지컬 코치의 주도 하에 정리운동에 들어갔을 때 흥미로운 장면이 나왔다. 정리운동이 마무리될 때 쯤, 이케다 코치는 선수들을 필드에 눕게 한 뒤 눈을 감고 명상의 시간을 지시했다. 좋은 것을 떠올리라는 주문과 함께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이때, 홍명보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홍 감독과 코치들은 일부 선수들을 조용히 깨워 무리에서 이탈하게 했다. 눈치 빠른 선수들도 낌새를 차리고 살금살금 밖으로 나왔다. 결국 마지막은, 몇몇 이들만 덩그러니 필드에 누워있고 이를 다른 선수들이 지켜보는 그림이었다. 최후의 희생양은 김영권. 홀로 누워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챈 김영권은 “알고도 속아줬다”며 ‘앙탈’을 부렸고, 언제 치열했었냐는 듯 훈훈하게 일과는 마무리됐다.
훈련은 자못 진지했으나 그 치열함이 끝난 뒤에는 마치 소풍 나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무리처럼 여유로웠다. 긴장이 지나쳐 경직으로 흐르지는 않고, 화기애애함이 넘쳐 나태로 벗어나지 않는 ‘경계’ 안에서 잘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홍명보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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