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홍명보 감독이 호주와의 동아시안컵 1차전과 전혀 다른 멤버로 24일 중국전에 나선 것은 ‘실험’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한 대회에 출전하는 국가대표팀이 앞선 경기에 나선 베스트11 중 무려 9명을 바꿔서 다음 경기에 나선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실험 치고 과한 측면에 없지 않으나, 경기를 지켜본 신태용 해설위원의 말처럼 “두둑한 배짱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채우거나 더함이 아닌 비우거나 빼기를 말하고 있다. 미련 없이 심플하게, 차갑고 냉정한 홍명보의 ‘뺄셈론’에 주목해야한다. 사진= MK스포츠 DB |
이런 의지를 전하는 과정에서 홍명보 감독은 주목해야할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 대부분 “이대로 결정력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8월이나 9월이나 10월에는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할 것 같다”는 말로 어떤 공격수를 새로 뽑을까에 주목했으나 실상 전체적인 그림을 볼 때 더 중요한 것은 그의 ‘뺄셈론’이다.
홍 감독은 “지금은 새로 시작하는 단계다. 많은 것을 더하려는 것보다는 많은 것을 빼려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어 “다음에 어떤 것들을 준비할 수 있느냐에 대한 판단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 첫 승이나 첫 골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경기로 또 우리의 문제점을 보았다. 브라질월드컵까지 1년이란 길지 않은 시간을 유용하게 쓰기 위해 동아시안컵은 좋은 대회다”는 뜻을 덧붙였다.
뒤에 발언만 주목한다면 “드러난 문제점들을 앞으로 보완하겠다”는 정도의 해석에 그칠 수 있겠다. 하지만 ‘더하기가 아닌 빼기’라는 앞선 말과 엮을 필요가 있다. 보완이라는 것은 모자라거나 부족한 것을 보충해서 완전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하기의 개념이다. 하지만 홍명보는 빼기를 말하고 있다. 부족한 점은 아예 덜어버리고, 심플하게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힘을 주겠다는 뜻이다.
현명한 판단일 수 있다. 없는 것, 안 되는 것에 미련을 가진 채 채우기 위해 연연하다 월드컵 본선까지 11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시간을 허송세월로 보낼 수 있다. 현명하지만, 선수들 입장에서는 냉정한 판단임을 알아야한다.
시간이 부족하기에, 지금은 덧셈보다는 뺄셈이 중요한 단계이기에 홍명보 감독은 빠르게 결정을 내리고 있다. 중국전 이후 홍 감독은 “두 경기를 통해 (소집된)선수들에 대한 파악은 끝났다”는 뜻을 전했다. 출전 선수 면면이 거의 바뀌었기 때문에, 사실상 선수 당 실전 1경기를 통해 판단을 내렸다는 이야기가 된다. 과감한 작업이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
홍명보 감독은 부임 직후 “지금 당장보다 1년 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선수로 팀을 꾸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간 주목했던 선수들이기에 직접 보면 경쟁력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면서 “누군가는 몇 번의 확인작업이 필요하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이번(동아시안컵) 소집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당시는 그냥 흘려들었으나 중국전 이후 밝힌 ‘뺄셈론’과 결부시키면 꽤 차가운 발언이다.
홍명보 감독은 브라질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채우기보다는 비움을 택하고 있다. 미련을 버리고 심플하게, 주목해야할 홍명보 감독의 모토다. 선수들의 집중력은 더 가져야한다. 바로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에 놓인 선수일 수 있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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