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화성) 임성일 기자] 3년 전, 거짓말처럼 35M가 넘는 거리에서 쏘아 올렸던 호쾌한 프리킥은 우연이 아니었다. 여자선수의 임팩트라고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 3년 뒤 화성에서 재현됐다.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으나 두고두고 회자될 명장면이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24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중국과의 동아시안컵 2차전에서 1-2로 패했다. 역시 ‘선전했으나’라는 수식어를 써야하는 안타까운 패배였다. 잘 싸웠으나 2%가 부족했다.
고군분투였다. 여자축구에 대한 무관심으로 너무도 외로운 홈경기를 소화하고 있는 태극낭자들의 설움을 담았던 김나래의 캐넌포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사진(화성)= 옥영화 기자 |
객관적인 전력에서 가장 해볼 만한 상대는 중국이었다. 과거에는 일본이나 북한보다도 세를 떨쳤던 중국 여자축구지만 현재는 힘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FIFA 랭킹에 있어도 한국(16위)보다 1단계 아래인 17위에 그치고 있다. 일본에게 0-2로 패했던 1차전 플레이를 봤을 때도 크게 위협적이지 못했다.
패했으나 전력 면에서나 정신적인 면에서 크게 뒤처지지 않았던 북한전의 모습만 재현할 수 있다면 한국의 대회 첫 승리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체력이 따라주지 못했다. 사흘 전 북한과의 경기 여파를 숨길 수 없었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 혼신의 힘을 다했던 태극낭자들은, 마음과 달리 몸이 너무도 무거웠다.
경기 시작 2분 만에 어설픈 수비로 일찍 실점한 것은 찬물을 끼얹은 격이었다. 왼쪽에서 올라온 중국의 크로스를 제대로 걷어내지 못하면서 한국은 시작과 동시에 1점을 내주고 경기를 시작했다. 경기를 앞두고, 베스트일레븐과 후보 선수들이 모두 벤치 앞에 모여 어깨를 걸고 파이팅을 외쳤던 각오를 생각할 때 씁쓸한 장면이었다.
정신적인 힘이 뚝 떨어질 수 있었던 상황에서 김나래의 캐넌포가 사기를 끌어올렸다. 중앙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한 김나래는 전반 10분, 남자 선수의 슈팅이라해도 찬사가 아깝지 않을 오른발 중거리슈팅으로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지난 2010년 독일에서 열린 FIFA U-20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가나와의 경기에서 대포알 프리킥을 골로 연결시켰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발등에 얹힌 임팩트는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득점뿐이 아니다. 김나래는 동점골을 포함해 가장 활발하고 인상적인 플레이로 공수의 핵심 역할을 소화했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고군분투였다.
북한과의 1차전에서 후반 12분 교체 투입됐던 김나래는 상대적으로 체력적인 여유가 있었다. 전방의 지소연과 전가을, 차연희 등이 북한전과 달리 활발한 움직임이 나오지 못하자 김나래는 과감한 중거리 슈팅으로 활기를 불어넣었다. 중원에서 키를 잡고 큰 시야와 킥으로 적재적소 찔러주던 패스도 돋보였다. 수비면에서도 박수가 아깝지 않았다.
북한전에서 중원의 키플레이어로 활약했던 중앙미드필더이자 주장 심서연 역시 체력적인 부담이 느껴졌다. 그 빈자리도 김나래가 채웠다. 포백라인 앞까지 이동해 상대 수비를 차단했고, 후방으로 내려가 공을 받아 전개를 도모했다. 종횡무진이었다. 하지만 고군분투였다.
후반 22분, 중국에게 결승골을 얻어맞은 한국은 전세를 뒤집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강인한 정신력을 발휘, 기회를 만들어 냈던 한국이지만 끝내 중국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모든 선수들이 박수를 받아 마땅한 경기였다. 그중에서도 김나래의 투지는 특히 돋보였다. 마치 울분을 토하는 듯한 슈팅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여자축구에 대한 무관심으로 너무도 외로운 홈경기를 소화하고 있는 태극낭자들의 설움을 담았던 김나래의 캐넌포. 비록 패배로 빛이 바랬으나 한국 여자축구계에는 다양한 인재들이 있다는 것을 입증했던 한방이었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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