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특급에이스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지난해부터 17연승을 달리고 있는 다나카 마사히로(라쿠텐 골든이글스)의 존재가 마냥 부럽기만 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특급 에이스들의 존재가 좀처럼 나타나고 있지않은 가운데 일본에서는 한 명의 투수가 찬란한 빛을 발하며 호투를 펼치고 있다.
한국 야구를 이끌었던 에이스 트로이카는 이제 없다. 사진=MK스포츠 DB |
공인구 교체로 투고타저의 흐름이 급격히 완화된 올해 일본 프로야구서 ‘폭군’의 면모를 과시하며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다나카는 지난 16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오릭스 버팔로스와 원정경기에서 9이닝 5피안타 1볼넷 8탈삼진 1실점 역투로 시즌 13승째를 거뒀다. 지난해부터는 17연승 행진. 3회 실점을 하면서 연속 이닝 무실점은 42이닝에서 마감됐지만 다승(13), 평균자책점(1.22) 전체 1위, 탈삼진(98개) 리그 1위를 지키며 각종 신기록 경신을 앞두고 있다.
개막 연승 신기록(15연승)에는 2승, 일본 야구 역대 최다인 20연승 신기록 경신에는 불과 3승만을 남겨뒀다. 20연승 기록은 일본에서 현대야구가 정착되기 전인 1957년 이나오 가즈히사(35승6패, 평균자책점 1.37)가 세운 기록이다. 50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대기록 탄생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나카의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0.95로 단연 1위다. 올 시즌 125이닝을 소화하면서 허용한 피홈런은 단 3개, 사사구도 21개에 불과하다. 평균자책점 1.22는 세이부의 기쿠치 유세이의 1.58과 함께 양대리그 유이(唯二)한 1점대 수치다. 3위 한신 타이거즈의 제이슨 스탠드릿지가 평균자책점 2.37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압도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다나카는 고속 포크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투심 패스트볼 등 다양한 구질을 섞어가며 타자를 완벽하게 봉쇄하고 있다.
▲ 특급 에이스 없는 한국
반면 한국에는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 있는 특급 에이스가 없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총 4명의 투수가 전반기 평균자책점 2점대를 기록하고 있다. 17일 오전 현재 평균자책점 1위는 2.30을 기록 중인 KIA타이거즈의 좌완투수 양현종. 그 뒤를 유희관(두산, 2.33), 크리스 세든(SK, 2.45), 찰리 쉬렉(NC, 2.45)이 바짝 따라붙고 있다. 이 네 명의 투수를 제외하면 평균자책점 2점대를 기록하고 있는 투수가 없다. 에이스의 상징성을 감안하면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이들을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볼 수 없다.
하지만 이들조차 압도적이라는 표현과는 거리가 있다. 양현종은 부상으로 14경기를 치렀다. 82이닝을 소화했는데,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투구는 7회에 불과하다. 같은 평균자책점 1위 투수인 일본의 다나카가 18번의 등판서 모두 QS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양 리그 최고 투수의 차이는 두드러지는 셈이다. 등판 이닝과 횟수에서 나란히 17경기 110⅓이닝을 소화하고 있는 세든과 찰리도 QS는 12회, 13회다. 리그 최고의 투수가 상반기서 QS를 실패한 경기가 4~5경기에 달하는 것이다.
완봉과 무실점 기록을 따져보면 더욱 압도적인 에이스의 존재가 아쉽다. 다나카가 2번의 완봉승과 2번의 완투승을 기록하며 5번의 무실점 경기를 치른데 비해, 한국은 찰리와 양현종이 각각 1번씩의 완투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들 3명의 무실점 경기는 도합 11번이다.
다나카의 차이만 그런 것은 아니다. 일본은 양대 리그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투수가 18명에 달한다. 전반기 30홈런 이상 타자가 1명, 20홈런 이상 타자가 5명인 상황에서, 일본 투수들의 힘은 여전하다. 특히 일본에서 야마이 다이스케의 일본프로통산 88번째 노히트노런이라는 대기록이 나온 것을 비롯해, 완봉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전반기 도합 완봉 5회에 그치고 있다.
▲ 특급 에이스 3인 없다면, 이후는?
지난 5년간 국제 대회의 영광을 이끌었던 특급 에이스 3인방, 윤석민(KIA), 김광현(SK), 류현진(LA 다저스) 에이스 트로이카는 올해 해체됐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로 이적했고, 윤석민과 김광현은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김광현은 지난 몇 년간의 부상에서 벗어나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5승5패 평균자책점 4.15로 제 모습이 아니고, 윤석민은 1승3패 평균자책점 4.29의 지독한 부진에 빠져있다. 이들의 뒤를 이을 투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야구계의 몇 년 간의 한숨이 특급 에이스 기근이라는 가뭄으로 나타난 셈이다.
에이스 부재는 결국 제 3회 WBC 본선 탈락이라는 국제 대회 부진의 명징한 현실로 나타났다. 단순히 특정 선수 비교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리그를 이끌어가는 최고 수준 투수의 질적 하락은 리그 전체의 마운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함의도 있다. 다나카는 올 시즌 종료 후 포스팅시스템(공개입찰제도)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벌써부터 다르빗슈 유(텍사스 레인저스)의 2012년 총액 1억 1170만달러(약 1250억원, 포스팅 5170만3411달러+6년 6000만달러)에 육박하는 계약을 따낼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메이저리그에 선발 투수로 진출할 수 있을 만한 투수들이 보이지 않는다. 진정한 특급 에이스를 원하는 팬들의 갈증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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