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지난 16일부터 2014년 월드컵 개최지 브라질에서 진행되고 있는 컨페더레이션스컵은 일종의 리허설 같은 대회다. 월드컵이라는 지구촌 최대 이벤트를 앞두고 개최국은 대회를 잘 소화해낼 수 있을지, 참가국은 그 무대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가늠해볼 수 있는 무대가 바로 컨페더레이션스컵이다.
이번 대회의 총 상금은 2000만 달러로 지난 2009년 대회에 비해 14% 정도 인상됐다. 우승팀은 410만 달러, 약 45억원 정도를 받는다. 적잖은 상금이 걸려있다. 이 자체도 크지만, 실상 컨페더레이션스컵의 가장 큰 매력은 월드컵을 대비한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컨페더레이션스컵의 가장 큰 매력은 월드컵을 대비한 훈련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높은 곳을 지향해야할 한국도 반드시 나가야할 대회다. 사진= MK스포츠 DB |
아시아가 가장 빠른 2011년 2월 아시안컵 챔피언 일본을 대표로 정했고 2011년 북중미 골드컵 패자 멕시코, 2011 코파아메리카 챔피언 우루과이가 표를 따냈다. 수준이 크게 떨어지는 오세아니아는 약체 타이티가 첫 대표로 선발됐고 유로2012 우승팀 스페인이 이미 월드컵 디펜딩 챔프 자격으로 나가기 때문에 준우승팀 이탈리아가 어부지리 티켓을 받았다. 그리고 올 2월 아프리카네이션스컵에서 정상을 차지한 나이지리아가 8번째 진출국가로 결정됐다.
FIFA 138위의 타이티를 제외하고는 월드컵 본선무대 단골손님과 같은 국가들이다. 타이티를 빼고 모두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오를 공산이 높은 국가들이다. 이런 국가들과 월드컵 1년을 앞두고 실전 같은 모의고사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은 큰 메리트를 지닌다.
월드컵이 열리는 바로 그 땅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같은 기간 내의 같은 기후 속에서, 월드컵에 참가할 수 있는 수준의 팀과 몇 차례의 경기를 진검승부로 펼칠 수 있다는 것은 돈 주고도 성사시키기 어려운 훈련이다. 월드컵 개최국과 지난 대회 우승팀 그리고 각 대륙의 챔피언들만 귀중한 맛을 볼 수 있다. 굉장한 특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한국은 이 뜻 깊은 대회에 지금껏 딱 1번 참가했을 뿐이다. 한국이 컨페더레이션스컵에 나갈 수 있는 방법은 3가지다. 월드컵을 개최하거나, 월드컵에서 우승하거나, 아시안컵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첫 번째 조건 덕분에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참가할 수 있었다. 그때가 유일하다. 월드컵 우승은 아직 언감생심이고, 아쉬운 것은 번번이 아시안컵 정상에 오르지 못해 소중한 기회를 다른 나라에게 넘겨주고 있다는 것이다.
2009년 남아공에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에는 이라크가 혜택을 받았다. 그 전의 내리 3번 대회(2005, 2003, 2001)에 참가한 아시아 대표는 모두 일본이었다. 2000년 아시안컵 우승팀 자격으로 2001년과 2003년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참가했고 2004년에도 아시안컵을 거머쥐면서 2005년 독일 대회에 출전했다. 일본은 지난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또 다시 정상에 오르면서 이번 2013 브라질 컨페더레이션스컵에도 출전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일 ‘카테나치오’로 유명한 이탈리아를 상대로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비록 패하기는 했으나 이탈리아 못지않은 경기력과 결정력으로 3-4 명승부를 연출했다. 이탈리아가 이겼으나 세계의 시선은 일본에 집중됐고, 패했어도 일본이 얻은 자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년에 브라질월드컵에 나가는 일본은 엄청난 경험을 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배가 보통 아픈 게 아니다. 이제 한국도 이 실전 같은 리허설에 나가야한다. 방법은 결국 아시안컵 우승이다. 아시아 정상이라는 상징적 자존심도 자존심이지만, 컨페더레이션스컵 출전권을 위해서라도 아시안컵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필요가 있다.
한국 축구가 바라보는 곳은 더 높아야한다. 더 높은 곳을 지향하려면 가능한 높은 수준의 무대를 자주 경험해야한다. 월드컵을 앞두고 아시아 국가들과의 예선과 급히 조성된 평가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브라질에서 소중한 경험을 얻은 일본이 부러운 한국 축구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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