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이정호, `경험`에서 비롯된 엇갈린 결과

[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비 영향으로 인한 최악의 조건이었다. 진흙이 되버린 마운드 위에서는 집중력과 경험의 승부였다.
11일 잠실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는 악조건속에서의 경기운영능력을 시험하는 무대였다.

지난 주 5할 승률로 마무리 지은 SK는 이날 김광현을 선발 마운드에 올렸다. 반면 최근 5연패에 빠진 두산은 이날 1군 엔트리에 올라온 프로 3년 차 이정호를 선발로 내세웠다. 아직 완전한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두산이기에 이정호의 등판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이 때문에 두산은 내심 우천취소를 바랐던 것이 사실.
이날 오후 6시부터 예보된 비는 경기 전부터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기 진행에 지장이 없다는 판단 아래 예정대로 오후 6시30분에 시작됐다.

보슬비 속에 시작된 이날 경기는 이닝이 거듭될수록 빗줄기는 굵어졌다. 결국 3회 초 SK 공격 직전이던 오후 7시5분에 중단됐다. 12분 만에 속개됐지만 이후 선수들의 경기력은 뚝 떨어졌다. 집중력도 흐트러졌다.
투수들은 비에 젖은 마운드 때문에 투구 때 축족에 중심을 잡지 못했다.
선취점은 두산이 올렸다. 3회 말 질퍽한 마운드 사정으로 인해 김광현의 스파이크에 진흙이 잔뜩 끼었다. 투구 시 미끄러워 중심을 잡아야할 축이 흔들리면서 변화구의 제구가 불안했다.
질퍽한 마운드에 피해를 입은 건 이정호도 마찬가지였다. 진흙으로 뭉친 마운드는 경험이 부족한 이정호를 괴롭혔다. 3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치던 이정호는 4회 초 선두타자 조동화에게 중전안타를 맞았다.
수비들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4회 무사 1루에서 높게 뜬 최정의 타구를 중견수 이종욱이 낙하 위치를 놓치면서 2루타를 허용, 무사 2,3루 실점 위기에 닥쳤다. 이어 이재원을 볼넷으로 출루시켜 무사 만루가 된 상황, 이정호는 김상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김상현은 박정권과 김상현을 각각 2루수 앞 땅볼로 돌려 세웠으나 이때 두 명의 주자가 차례로 홈으로 들어왔다. 이어 박진만의 적시로 추가 1실점했고 이는 모두 이정호의 자책점으로 기록됐다.
경험의 차이가 이날의 결과를 가져왔다. 김광현은 4회 마운드에 오른 김광현은 스파이크 흙털이를 교체하는 등 경기 진행을 서두르지 않았다. 이후 김광현은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해 2실점했으나 7이닝까지 자신의 투구를 했다.
김광현은 7이닝 동안 8피안타 4볼넷 5탈삼진 3실점(2자책점)으로 힘든 투구를 펼쳤지만 시즌 2승을 챙겼다. 반면 이정호는 3이닝 4피안타 1볼넷 1탈삼진 3실점으로 일찌감치 마운드를 내려갔다. 악조건 속에서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의 차이에서 승패는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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