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이천수가 드디어 터졌다. 복귀 후 9경기 만에 자신도 기다렸고 김봉길 감독도 기다렸고 동료들도 모두 기다렸을 시즌 첫 골을 뽑아냈다.
이천수는 25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부산아이파크와의 원정 경기에서 전반 12분 한교원의 패스를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하면서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 8경기에서 3개의 도움을 올리며 잠자던 세포를 서서히 깨워가던 이천수가 드디어 마수걸이 득점을 신고했다.
승리 자체가 반갑지만 이천수가 골을 넣어 거둔 승리라는 것이 더 기쁠 인천이다. 김봉길 감독은 3~4경기 전부터 “도움은 기록했으니 이제 천수가 골을 좀 터뜨려서 부담을 덜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해왔다. 그의 말처럼, 부담을 덜기 위해서 이천수의 빠른 득점은 중요했다.
가뜩이나 축구적 욕심, 승부근성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천수다. 그런 이천수의 골 침묵이 길어지면 개인적으로도 팀적으로도 좋을 것 없는 일이다. 선배로서 전체적인 팀워크에 신경 써야할 이천수가 알게 모르게 욕심을 내게 되면 이것이 또 팀워크를 헤치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
이천수의 골 그리고 원정에서의 승리 외에도 이날 인천은 의미 있는 선물을 또 받았다. 바로 설기현의 시즌 첫 공격포인트다. 이천수의 골에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으나 이석현의 두 번째 골을 도운 설기현의 어시스트 역시 올 시즌 첫 포인트였다.
설기현은 후반 7분 역습 상황에서 일대 일 돌파를 시도하다는 과정에서 이석현의 골을 도왔다. 수비에게 막히는 듯 했으나 쓰러지면서 중앙으로 쇄도하던 이석현에게 패스를 내주면서 손쉬운 득점을 가능케 했다. 설기현만 지켜보던 수비수 3명이 먼저 지적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분명 설기현의 집중력도 돋보인 장면이다. 값진 도움이었다.
올 시즌 개막전에 나선 뒤 설기현은 10경기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로 보내야했다. 한 두 경기만 쉬면 낫겠지 싶었던 부상은 좀처럼 회복이 더뎠다. 3월 초 필드를 떠났던 설기현은 두 달이 지난 5월 초 FA컵을 통해서야 되돌아 올 수 있었다. 때문에 부산전 이전까지 설기현의 정규리그 기록은 3경기 출전이 고작이었고 골도 도움도 없었다.
김남일에 이어 팀 내 고참으로서 설기현이 가졌을 미안함은 본인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선배 김남일이 대표팀에 들어갈 정도로 중심을 잘 잡아주고, 반신반의했던 이천수가 돌아와서 기대 이상으로 빨리 적응하고, 다른 후배들 모두 예전의 인천과 다른 모습을 선보이면서 비상하고 있는데 자신만 도움이 되지 않고 있었으니 어지간히 답답했을 것이다.
때문에 부산전 포인트는, 크게 빛나는 골은 아니었지만 의미 있는 단초였다. 궁극적으로 인천의 공격은 설기현이 이끌어줘야 한다는 점에서 필요했던 첫 테이프다. 이천수 이석현 한교원 문상윤 등 2선 공격수들이 잘 풀어주고는 있으나 결국은 전방에 무게감 있는 스트라이커가 있어야한다. 디오고가 나름 몫을 해줬으나 결국 시선은 설기현에게 향한다.
이천수 이상으로 알게 모르게 부담이 컷을 설기현도 어깨에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포인트다. 부산전에서 인천은 얻은 것이 꽤 많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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