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이제 슬슬 ‘캡틴’의 합류 효과가 나타나는가.
올 시즌 초반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이적생 효과는 대단했다. 불펜 특급 정현욱의 합류로 마운드가 탄탄해졌다. 정현욱은 줄무늬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군기반장’이 아닌 형님으로 다가가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했다. 지난 7일 잠실 넥센전 ⅓이닝 3실점 충격, 그러나 바로 다음날 “마음만 좀 아프고 괜찮다”며 훌훌 털어버렸다. 베테랑의 힘이다.
결국 주장 이병규(9번)가 나섰다. 지난 7일 1군에 합류한 뒤 대타→지명타자 선발→우익수 선발로 서서히 팀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야수 최고참 이병규의 역할은 팀 내에서 말 그대로 ‘멀티’. 이진영의 부상 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박용택의 햄스트링 부상 대체를 위해 수비도 맡았다. 아직 컨디션 회복 단계다. 3경기서 9타수 2안타 타율 0.222를 기록하며 도루 1개를 올렸을 뿐이다.
하지만 더그아웃에서 이병규의 존재감은 크다. 어린 선수들은 타격 전후로 이병규를 찾는 것이 일이다. 정주현은 타격 이후 이병규 옆에 딱 붙어 앉아 한참 동안 조언을 들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상황별 타격에 대한 세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서다. 이병규는 어슬렁거리듯 더그아웃을 다니며 후배들을 다독이고 있다. 그 자체만으로도 침체된 LG 선수들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4연패에 빠졌던 LG는 결국 롯데를 잡았다. 4-2 역전승. 베테랑 중심타선이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정성훈(5타수 3안타 2타점)과 박용택(3타수 2안타 1타점)이 펄펄 날았다. 뒤를 받친 이병규는 4타수 1안타에 그쳤지만, 어깨의 짐을 나눈 결과였다. 모처럼 정현욱과 봉중근도 각각 1이닝을 퍼펙트로 완벽하게 틀어막고 승리를 지켰다.
김기태 LG 감독은 롯데와의 3연전에서 1승을 목표로 했다. 침체된 선수들의 부담을 덜기 위한 작은 시작점이었다. 선수들은 이미 목표를 달성했다. 그 뒤에는 선수들에게 든든한 정신적 지주로 나타난 이병규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LG는 연패 탈출의 여세를 몰아 11일 레다메스 리즈, 12일 벤자민 주키치를 선발로 내보내 두 외국인투수의 원투펀치를 앞세워 연승 사냥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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