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윤 기자] 마운드에 대한 두산베어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제까지는 선발진의 공백이 발목을 잡더니 이제는 그 여파가 불펜까지 이어지는 양상이다.
지난 8일, 두산은 인천 문학구장에서 진행된 SK와이번스와의 원정 대결에서 1회초 9득점하고도 12-13의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계투진의 불안함이 그대로 노출 되며 경기 후반 무섭게 몰아친 SK의 타격을 막아내지 못한 결과 였다.
5회까지 3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하며 SK타선을 기대 이상으로 누른 선발 이정호는 6회 들어 급격히 구위가 떨어지더니 6회에만 아웃 카운트 없이 4개의 안타와 1개의 볼넷으로 4실점 했고, 마운드를 이어받은 홍상삼은 8회 1사 이후 박재상에게 불의의 솔로 홈런을 맞은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후 두산의 불펜진은 그동안의 막강한 모습을 보인 것과 달리 한 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변진수가 연속안타에 이은 볼넷으로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싹쓸이 2루타까지 맞아 3점을 내줬고 자충수로 등판한 김상현 역시 박진만에게 안타를 맞아 마운드를 내려왔다. 새로운 마무리 후보로 급부상한 오현택도 9회말 한동민에게 홈런을 맞아 기어코 동점을 허용했고, 김성현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아 패전투수의 멍에를 썼다.
선발 공백으로 누적된 불펜의 부담이 고스란히 노출된 모습이다. 두산은 선발진의 전력 누수를 불펜진이 보완하는 방식으로 견뎌 왔다. 화수분 야구니, 새로운 시도니 하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었으나 실상은 선발이 소화해야 할 몫을 불펜이 떠안는 기형적인 형태를 이어 온 것이다.
이제까지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인 불펜진 덕에 불안함을 감출 수 있었다. 그러나 불펜진의 불안까지 고개를 든 현 상황에서 마운드에 대한 두산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김진욱 감독은 이 경기 전까지만 해도 “5월은 버티는 전략으로 임할 생각이다. 한 턴만 지나면 선발진이 안정을 찾을 것이다. 기대 이상으로 잘 해준 불펜들에게 고맙다”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는 결국 계투진의 부담으로 작용했고 이것이 누적된 결과 한 경기 최다 점수차의 역전패라는 불명예의 요인이 됐다.
선발에 이어 불펜의 불안함까지 감수해야 할 두산에게 올 시즌 5월은 그 어느 때보다 잔혹한 계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은 마땅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우울함을 부추기는 요소다. 자칫 이러한 불안함이 야수진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승을 노린다고 공헌해 온 두산이 이러한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신의 한 수’를 놓을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는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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