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이들을 담아내기에는 그릇이 너무 작은 느낌이다. 입대와 함께 어울리지는 않는 옷을 입었으나 겉모습이 바뀌었을 뿐 알맹이는 그대로다. 클래스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처음 운영되고 있는 2부리그 K리그 챌린지의 초점은 아무래도 상주상무와 경찰축구단에 맞춰진다. ‘군경 더비’라는 신조어까지 만든 두 팀 스쿼드에는 워낙 스타급 선수들이 즐비해 2부리그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의 화려함을 내뿜고 있다. 덕분에 미디어와 팬들의 관심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2부리그의 한계를 보완해주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브라질월드컵 진출을 위해 아시아 최종예선을 치르고 있는 최강희호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이근호는 7일 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2013 K리그 챌린지 7라운드 MVP로 선정됐다. 챌린지리그의 역사적인 1호골을 기록했던 1라운드 MVP에 이어 두 번째 최우수선수 선정이다. 6골을 뽑아내면서 경찰축구단의 패트리어트 정조국과 함께 득점 공동선두도 달리고 있다. 이럴 때 쓰는 말이 명불허전이다.
이근호에게 확실히 챌린지리그라는 우물은 좁다. 본인도 속이 답답할 것이다. 그런 ‘이등병’ 이근호를 보면서 그래도 난 얼마 남지 않았다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을 또 다른 ‘대형 개구리’가 있으니 바로 경찰축구단의 염기훈이다.
‘왼발의 달인’으로 통하면서 한때 가장 ‘핫’했던 선수 중 하나가 염기훈이다. 부침과 기복이 있기는 했으나 2010남아공월드컵에 참가한 것을 비롯해 대표팀 입지도 단단했다. 수원삼성의 에이스로도 몫을 톡톡히 했다. 그랬던 염기훈이 한동안 시야에서 사라진 것은 군입대와 함께였다.
한창 때 선수에게는 아픈 공백이었다. 하지만 행운이 따랐다. 챌린지리그라는 무대가 마련되면서 염기훈의 왼발은 계속 기름칠을 할 수 있게 됐다.
7라운드까지 진행된 K리그 챌린지에서 염기훈은 무려 5번이나 라운드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3라운드부터 5라운드까지는 3주 연속 선정됐다. 이름값에 연연한 선정이란 오해가 생길 수도 있는 대상이지만 클래스가 다른 플레이니 뽑지 않을 수 없었다. 도움 3개는 이 부문 선두이고 전매특허인 왼발 프리킥 득점도 하나 있다.
경찰축구단이 6경기 5승1무(승점 16)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1위에 올라 있는 배경에 염기훈의 여전한 왼발이 있다. 8경기를 치른 상주상무(3승5무 승점 14)보다도 앞선다. 이근호와의 자존심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진짜 이근호보다 앞서는 것은, 제대날짜가 훨씬 빠르다는 것이다.
본인에게는 지독히도 멈춰있던 시간이었겠으나 어느덧 전역일이 성큼 다가왔다. 염기훈은 오는 9월이면 다시 민간인이 된다. 친정 수원으로 돌아가면서 자연스럽게 1부 승격도 맞이하게 될 염기훈. 이근호만큼 챌린지라는 무대가 좁은 염기훈이지만 머잖아 우물을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외려 그를 펄펄 날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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