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행위 입증 어려워…21대 국회서 성매매처벌법 개정안 자동 폐기
허민숙 "아동 성매매 경각심 느끼지 못해…방관하면 확산될 것"
딥페이크 불법 합성물 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불거진 가운데,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해외 원정 성매매' 후기글이 쏟아지고 있습니다.허민숙 "아동 성매매 경각심 느끼지 못해…방관하면 확산될 것"
국내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중 하나인 디시인사이드의 한 갤러리에는 지난 1월 라오스의 한 성매매 업소를 방문한 후기가 올라왔습니다.
작성자는 "한국 돈으로 1만 4천 원짜리 철창에서 '숏 타임'을 즐기고 왔다. 자기 말로는 19살이라고 하는데 믿을 수가 없다"고 적었습니다. 이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입니다.
심지어 미성년 성매매를 암시하는 글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작성자는 "철창으로 된 시설의 작은 방에서 여자 5∼7명이 자고 있다. 가격은 50만∼70만킵(약 3만∼4만원)이고 대부분이 12∼19살인 것 같다"고 적으며 위치를 적기도 했습니다.
이들 커뮤니티에는 성매매 여성을 불법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같이 올린 후기 글도 여러 건 있습니다. 성관계 당시의 장면을 촬영해 올린 글들도 있는데 상대방 얼굴은 절반만 가린 채 노출돼 있는 것도 많습니다.
2020년부터 운영된 한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모두 1천 500여건의 글이 올라와 있습니다. 대부분이 태국과 베트남,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성매매 업소를 이용한 후기입니다.
한 작성자가 '변마'(마사지 숍으로 꾸민 성매매 업소) 등 현지 업소들을 나열하며 가격과 후기를 적자 또 다른 이용자는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싼 가격에 재미를 누릴 수 있다"고 댓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경찰이 수백 건의 성매매 후기를 게재해 업소를 홍보한 30대 남성(닉네임 '검은 부엉이')을 최근 구속 송치하는 등 꾸준히 단속하고 있음에도 해외 원정 성매매 후기 글들은 여전히 온라인에서 버젓이 게시되고 있습니다.
유튜브에서도 해외의 '밤 문화'를 소개한다며 성매매 업소를 방문한 영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들 영상에는 미성년자 시청 제한도 걸려있지 않았습니다.
한 유튜버는 "남자들끼리 술을 마시면 역시 재미가 없다"며 "얌전하게 노는 게 싫은 분들은 때를 기다리라"고 우즈베키스탄의 성매매 업소를 추천했습니다. 이 영상의 조회 수는 350만 건을 넘어섰습니다.
성매매 (PG). / 사진=연합뉴스
오늘(23일)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약칭 성매매처벌법) 시행 20주년을 맞지만 해외 원정 성매매는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강화된 국내 성매매 단속을 피해 죄의식 없이 해외로 나가는 '풍선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2022년 여성가족부의 '성매매 실태 및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년 간 성 구매 경험이 있는 이들 중 25.8%가 '해외에서 성매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해외에서 성매매할 경우 국내에서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43.3%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형법은 속인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 허용하는 성매매를 했더라도 처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 원정 성매매 후기를 올린 이들의 경우 범죄 행위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처벌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실제 성매매 행위 없이 허세를 부리기 위해 꾸며내 썼다고 한다면 증거가 없으니 처벌하기 어렵다"며 "특히 해외에서는 현금으로 성매매하는 경우가 많아 국내에서보다 입증이 더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이 같은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7월 성매매 후기 등 구체적 정보를 온라인에 게재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성매매처벌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21대 국회에서도 유사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습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연구관은 "국제적 중범죄인 아동 성매매 경험에 대해 두려움 없이 후기를 남기는 것은 경각심을 느낀 적이 없기 때문"이라며 "이런 현실을 방관하면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인식이 제고되기는커녕 잘못된 생각이 확산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조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uyeonjomai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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