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둘러싼 문제 왜 계속 생기는지 모르겠다"…'건국절 논란' 비판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잊히지 않도록 바쁘게 살 것"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잊히지 않도록 바쁘게 살 것"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6) 할머니는 오늘(14일) "이제 남은 피해 생존자는 9명뿐인데, 이들이 있을 때 (위안부 피해 보상 문제를) 빨리 매듭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할머니는 '제7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2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지 8개월이 지났다"며 "한국 정부가 일본으로부터 배상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8월 14일인 기림의 날은 1991년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 것을 기념해 2017년 지정됐습니다.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 생존자 중 유일하게 이날 여가부가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개최한 기림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습니다.
이 할머니는 "생존자들 대부분이 암 투병 등으로 병실에 있어 거동이 힘든 상태"라며 "함께 활동하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지난해 12월 서울고등법원은 이 할머니와 고(故)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유족 등 16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배소 2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의 청구 금액을 전부 인정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1차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마찬가지로 상고장을 내지 않아 항소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이 할머니는 일본이 항소를 포기한 것을 두고 "무언(無言)의 사과라고 판단하고 나 역시 무언으로 답하려 한다"며 "이제 남은 것은 손해 배상에 대한 집행인데, 우리 정부가 후속 조치를 위해 일본과 협의를 가져야 한다"고 힘을 줬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오늘(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그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수년 전 해산한 '화해치유재단'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꼬집으며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화해치유재단은 2015년 12월 한일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이 10억 엔(당시 환율로 약 108억 원)을 출연하고, 양국이 협력해 위안부와 그 유족에 대한 치유 사업을 벌이는 것을 목적으로 2016년 7월 출범했습니다.
2018년 11월 여성가족부가 재단을 해산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약 60억 원의 잔여 재산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할머니는 시간이 흐를수록 위안부 피해 사실과 광복 등 여러 과거사가 시간이 지날수록 잊히는 사실을 안타까워했습니다.
100세를 바라보는 나이고, 예전만큼 거동하기도 힘들어도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이유입니다.
그는 "나 말고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열심히 움직이는 이들이 많은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있나"며 "바쁘게 살다 보니 오늘이 말복인지도 몰랐다"고 웃었습니다.
어제 대구에서 상경해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 할머니는 행사가 끝나자마자 또 다른 기림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다시 대구로 내려갔습니다.
그는 "70여 년 전 이맘때도 지금처럼 엄청 더웠다"면서 "날씨는 비슷하지만 광복절을 대하는 모습은 달라졌고, 이를 둘러싼 문제는 왜 계속 생기는지 모르겠다"고 재점화되고 있는 '건국절 논란'을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건강관리 하면서 내년 기림의 날에도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정민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ma1177@naver.com]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