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이주 노동자 의존도 갈수록 높아질 것…상생 방안 찾아야"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로 사망한 외국인 희생자와 유족들을 비하하는 등 '2차 가해'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늘(1일) 온라인상에서는 외국인 희생자와 유족을 비난하는 취지의 반응들이 곳곳에 올라와 있습니다.
어제 오후 이번 화재 사고 유족들이 개최한 기자회견 내용을 다룬 한 기사에 한 네티즌은 "세상 말세다, 중공족들아. 너희 나라에서 저런 사고 나도 시위하냐"며 댓글을 달았습니다. 다른 네티즌도 "중국 애들은 중국 법에 준해 (보상해) 주면 되고 한국인은 한국 법에 따라 주면 된다"며 반발했습니다.
가족을 잃은 유족의 사연을 담은 기사에도 "일본처럼 중국을 미워해라", "XX들 한국인 떼쓰면 돈 주는 거 알고 XX당이랑 손잡고 진상 규명 외칠 것" 등 힐난하는 반응이 잇따랐습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희생자들의 죽음을 조롱하는 게시글이나 댓글이 적지 않습니다.
중국인 근로자를 국내로 들였다가 사고가 날 경우 이를 위한 보상에 국가 재정이 투입되니, 입국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 여럿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한국 사회의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주장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저출생·고령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제조 산업 현장에서의 이주 노동자에 대한 의존도는 앞으로도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취업자는 사상 처음으로 90만명을 넘어선 92만3천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이주 노동자들은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저임금·고강도의 기피 직종 일자리에 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국 각지 공업 도시의 소규모 회사들과 농촌은 이러한 이주 노동자 없이는 돌아가기가 불가능할 정도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오늘날 이주 노동자들은 부족한 노동력을 채워줌으로써 한국 경제 발전에 분명한 도움을 주고 있다"며 "그럼에도 생활 양식이 다른 이들에 대한 경계, 자신의 '밥그릇'을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 등으로 인해 위협을 느끼고 이주 노동자들을 무작정 비난하는 반응이 일부 내국인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혐오 정서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이주 노동자뿐만 아닌 한국 사회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및 고려대 아시아 이주연구센터장은 "경제 활동을 하기 위해 한국에 온 외국인 다수가 사망하는 사고가 났는데도 국민 일부가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이는 한국의 국격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정 국가와의 외교적 문제로도 비화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번 사고를 기점으로 이주 노동자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 속도감 있게 이어져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윤 교수는 "이번 사고는 이주 노동자들이 가장 위험한 산업 현장의 최전선에서 근무하다가 변을 당하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현상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를 비롯한 관련 당국이 유사한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이주 노동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잘못된 것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해 이같은 행동이 부끄러운 것이라는 여론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민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ma11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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