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폭력으로 딸 잃은 엄마에 "가해자 인생도 생각하라"는 경찰

'거제 살인사건' 관련 국민동의청원 올라와
"11번 신고했는데 번번히 '쌍방폭행' 판단"

남자친구의 폭력으로 딸을 잃은 엄마에게 경찰이 "가해자 인생을 생각하라"며 훈계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는 '교제폭력 관련 제도 개선 요청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자신을 '거제 교제폭력 사건' 피해자의 엄마라고 소개한 청원인 A 씨는 "행복한 일상이 4월 1일 아침 9시 스토킹 폭행을 당했다는 딸의 전화 한 통으로 무너졌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A 씨는 "건장한 가해자는 술을 먹고 딸의 방으로 뛰어와 동의도 없이 문을 열고 무방비 상태로 자고 있던 딸아이 위에 올라타 잔혹하게 폭행을 가했다"면서 "(딸이) 응급실을 간 사이 가해자는 피해자 집에서 태평하게 잠을 자는가 하면, 딸 사망 후 긴급체포에서 풀려나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며 '더 좋은 대학 가서 더 좋은 여자친구를 만나겠다'고 하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심지어 사흘간 장례가 치러지는 동안에도 조문도, 용서를 구한ㄴ 통화도 없었다"면서 "이제 21세밖에 안 된 앳된 딸이 폭행에 의한 다발성 장기 부전 및 패혈증으로 병원에서 사망 선고를 받았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사진 =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캡처

담당 경찰의 태도도 문제 삼았습니다.

A 씨의 주장에 따르면, 해당 사건을 맡은 지역 경찰은 11번에 달하는 신고에도 번번이 '쌍방폭행' 판단을 내리며 가해자를 훈방했습니다.

심지어 가해자가 구속될 때 경찰이 "가해자 인생도 생각해 달라"면서 A 씨에 훈계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 씨는 "경찰이 가해자의 폭력을 방관하고 부추긴 거나 다름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해당 청원은 6만여 명의 동의를 얻어 소관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와 관련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된 상태입니다.

'거제 교제폭력 사건'은 지난 4월 20대 여성이 전 애인의 폭행으로 병원에서 치료받다 사망한 사건입니다.

가해 남성은 피해자가 자신과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취방에 침입해 잠 자고 있던 피해자를 폭행해 숨지게 했습니다.

뇌출혈 등 전치 6주의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한 피해자는 결국 숨졌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