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전부터 직좌 신호 점등 안돼…8분간 신호대기
법원, 가해 운전자에 집유 선고
법원, 가해 운전자에 집유 선고
1년여 전 강원 원주 광터교차로에서 엄마를 돕던 중학생이 신호 위반 차량과 충돌해 숨진 사고와 관련해 해당 신호기가 제때 수리됐다면 피할 수도 있었다는 안타까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오늘(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사건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단독 박현진 부장판사는 운전자 C씨에게 금고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면서 "신호와 제한 속도를 위반한 과실로 너무나 중대하고 회복 불가능한 사고가 났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당시 피해 차량인 B씨의 화물차 진행 방향 신호기의 고장이 아니었다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고는 지난해 6월 5일 오전 6시 39분 강원 원주시 흥업면 사제리 광터교차로에서 발생했습니다.
당시 A(16)군은 재량휴업일에 어머니 B씨의 택배 배달일을 도우려고 B씨가 운전하는 봉고 1t 화물차 조수석에 타고 있었습니다.
교차로에서 광터 방면으로 좌회전하던 B씨의 화물차는 황색신호임에도 제한속도를 18㎞나 초과한 시속 98㎞로 문막 방면으로 직진하는 C(65·여)씨의 아반떼 승용차와 충돌했습니다.
이 사고로 화물차 조수석에 타고 있던 A군이 숨지고 어머니 B씨는 32주간 치료를 해야 하는 상해를 입었습니다.
검경 등 수사 기관은 황색신호로 변경됐음에도 제한속도를 위반한 채 그대로 교차로에 진입하고 전방 주시 의무를 게을리한 과실로 충돌사고를 일으킨 승용차 운전자 C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치사·상)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습니다.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경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폐쇄회로(CC)TV를 비롯한 영상 감식 결과를 통해 안타까운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사고 교차로에 설치된 4색 신호등 중 직진 신호 이후 직좌 동시 신호 때 정작 좌회전 신호(←)는 점등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좌회전 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B씨의 화물차는 직좌 동시 신호를 두 차례 거르며 8분가량 정차해 있었고, 세 번째 시도 끝에 정상적으로 좌회전하다 C씨의 신호 위반 차량과 충돌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당시 경찰은 사고가 나기 사흘 전 관리 주체인 원주시청에 해당 신호등이 고장 났다는 신고가 접수된 사실을 확인했고, 시 역시 곧바로 교통신호기 유지 보수업체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러나 해당 업체가 점검할 당시에는 고장이라고 판단할 수 없어서 별다른 후속 조치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교롭게 사고가 난 셈입니다.
검찰은 1심에 앞서 C씨에게 금고 2년을 구형했습니다.
피고인과 검찰 모두 항소하지 않은 이 사건은 1심으로 종결됐습니다.
광터교차로 황색신호 이후 진입한 차량/사진=연합뉴스
이 사건 발생 1년이 흘렀지만 사고가 난 광터교차로는 여전히 황색 신호에서 무리하게 교차로에 진입하는 차들이 여러 차례 목격됐습니다.
주민들은 "당시 안타까운 사고 이후에도 크고 작은 충돌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며 "마치 '마의 교차로'와 같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정민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ma11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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