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다른 남성 정자로 시술 의심
병원 상대로 소송하자 "부인 외도"
병원 상대로 소송하자 "부인 외도"
한 대학병원에서 시험관 시술로 낳아 26년간 키운 아들이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부부가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아내의 외도 가능성을 시사하며 자연임신을 주장했습니다.
오늘(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박상규 대표는 지난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같은 사연을 전했습니다.
박 대표에 따르면 난임으로 고통받던 A씨(50대·여) 부부는 지난 1996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시험관 시술을 받아 이듬해 아들을 얻었습니다.
아들이 다섯 살이 되던 2002년, 부부는 소아과에 갔다가 아들 혈액형이 자신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부부는 모두 B형이었는데, 아들은 A형이었습니다. B형 부부 사이에서 A형 자녀는 나올 수 없습니다.
이에 A씨 부부는 시험관 시술을 진행한 대학병원의 B교수에게 찾아가 물었습니다. B교수는 관련 자료를 보여주며 “시험관 시술을 하면 종종 돌연변이로 부모와 다른 혈액형을 가진 아이가 태어난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부부는 당시 그 말을 믿었다고 합니다.
시간이 흘러 아들은 성인이 됐고, A씨 부부는 아들에게 혈액형에 관해 설명해주려고 B교수에게 다시 연락해 과거 보여줬던 자료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B교수는 돌연 연락을 끊고 잠적했습니다. 병원 측에서도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 “관련 의료 기록이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습니다.
부부는 결국 유전자 검사를 받았고, 아들의 유전자가 친부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이들은 시험관 시술 과정에서 남편이 아닌 다른 남성의 정자로 임신이 됐을 가능성을 의심했습니다.
반면 병원 측은 오히려 A씨가 자연임신 했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A씨의 외도 가능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시술을 진행한 B교수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기억이 안 난다” “모르겠다” 등 입장만 밝혔습니다.
병원 측은 또 부부에 위로금 1000만원을 제안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씨 부부는 B교수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소송 진행 중입니다.
박 대표는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라며 "사건 발생한 날로부터 10년, 피해 사실을 인지한 지 3년 이내에 제기해야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런 의료 사고 같은 경우는 소멸시효에서 예외로 적용하자는 일각의 목소리가 있다. 이들 부부도 이에 기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sugykk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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