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NEET 비율 증가와 상관관계 있어
이 교수 "노동시장 내 차별·여성 노동 주변화 문제 개선해야"
이 교수 "노동시장 내 차별·여성 노동 주변화 문제 개선해야"
젊은 층 여성의 자살률 증가 배경에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여성들의 심리적 고통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오늘(12일) 학계에 따르면,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여성학회의 '한국여성학' 최근호에 실린 '노동시장에서의 위기심화와 청년여성 자살률' 논문에서 이 같은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논문이 인용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5~29세 여성 자살률은 2011년 인구 10만명당 24.6명에서 2017년 13.4명으로 지속적으로 줄었습니다. 그러나 2018년 13.9명으로 오른 후 2019년 16.5명, 2020년 19.4명, 2021년 20.2명으로 꾸준히 늘었습니다.
이 교수는 실업률과 청년여성 자살률 간 일관된 관계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일자리의 질을 반영하는 비정규직, 시간제 근로 비중은 2018년을 기점으로 증가한 청년여성 자살률과 관련되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이들 연령대 여성 자살률과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이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25~29세 비정규직 비율은 2011년(22.99%)부터 2018년(23.34%)까지 정체되다 2019년 29.64%로 오르고, 2020년 27.69%로 잠깐 줄었다가 2021년에 다시 31.94%로 늘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30~34세에서도 유사하게 드러났습니다.
이는 많은 청년여성이 실업을 경험하거나 비정규직, 시간제 노동으로 흡수됐으며, 이는 여성의 노동시장 내 주변화가 심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이 교수는 평가했습니다.
이어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발생하며 더 많은 여성이 고용의 양적, 질적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습니다.
25세 이상, 30대 여성의 경우 니트(NEET·학업이나 일, 구직을 하지 않는 무직자) 비율이 자살률과 긴밀한 상관관계를 보인다고도 분석했습니다.
30∼34세 여성 실업자와 비경제활동 인구(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인구) 중 활동 상태를 '쉬었음'이라고 답한 비율은 2017년 4.63%에서 2021년 6.79%로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25세 이상, 30대의 경우 비경제활동의 이유로 취업, 진학 준비가 심리적 고통을 키울 수 있으며 구직 단념자도 경제적, 정신적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이 교수는 진단했습니다.
그는 청년여성의 니트 비율과 자살률 간 정(+)적의 관계는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청년여성이 생존 위기에 몰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연구결과에 대해 이 교수는 "2018년부터 더욱 심화된 노동시장 내 청년여성의 위기와 그로 인한 절망이 자살률을 설명하는 주요한 요인임을 함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여성의 노동시장 주변화와 배제는 결혼-출산 규범이 아닌 노동중심의 생애계획을 갖고 있는 여성에게 미래 전망을 어둡게 할 수밖에 없다"며 생활의 어려움과 미래 불확실성 등이 겹치는 상황이 자살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단 그는 "자살의 원인을 일자리, 노동시장에서만 찾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청년여성의 절망이 사회구조적, 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라고 짚었습니다.
이 교수는 "청년여성의 자살을 정신병리학적 문제로만 접근하면 개선이나 해결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며 "자살을 유발하는 사회적 원인에 대한 분석적 연구가 필요하며 노동시장 내 차별과 여성 노동의 주변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최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befavorite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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