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내외의 ‘입시비리’ 관련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차 전 감독의 배우자 오은미 씨가 논란에 대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밝혔습니다.
오 씨는 어제(31일) 페이스북에 “한 개를 알면 열을 말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 열을 알아도 한 개 말하기를 주저하는 사람도 있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나는 후자이고 싶다. 어림없지만”이라며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부끄러울 때가 많다. 어떤 날은 작은 부끄러움이 종일 나를 따라다니는 날도 있다. 노력해야지”라고 적었습니다.
차 전 감독을 향한 정치권 안팎 공세에 직접적인 설명 대신 말을 아끼는 듯한 모습입니다.
조국 전 장관은 차 전 감독에 대해 사적 인연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감사함을 표했습니다.
같은 날 조 전 장관은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차 전 감독과) 차 한 잔, 밥 한 끼 먹은 적 없다”며 “나나 내 가족하고는 사적 연이 하나도 없는데 탄원서를 써줬다고 들어 크게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탄원서를) 나나 변호인이 제출한 게 아니다”라며 “제출된 시기가 제법 시간이 흐르고 난 뒤인데, 어디선가 이 정보를 받은 사람이 기자에게 흘려준 게 아닌가 추측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차 전 감독이 굳이 나를 위해서 탄원서를 써줄 이유가 없는데, 지금도 기사가 나가니까 많은 사람이 (차 전 감독을) 공격하지 않나”라며 “이런 거까지 감수하게 만들어서 나로선 죄송스럽고, 탄원서를 제출해준 것에 깊이 감사할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조 전 장관은 차 전 감독을 향한 영상편지 요청을 받고 “존경하는 차범근 감독님, 저는 어릴 때부터 차 감독님의 축구 경기를 보고 자란 사람이다. 저와 아무런 사적 인연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저와 저희 가족을 위해서 탄원서를 써주셔서 깊이 감사드린다. 그 마음 잊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차 전 감독은 지난 29일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이 지난 22일 재판부에 제출한 ‘각계각층의 탄원서’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차 전 감독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성적이 좋지 않자 자녀 등 가족들까지 비난받았던 경험이 동병상련이 돼 탄원서를 낸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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