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100번 넘게 발생한 화재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화재가 몇 번이나 발생했을까요? 불이 난 장면을 본 적도 없고 기사를 봐도 화재 기사는 정치나 경제 기사와 비교해서 그렇게 많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후하게 잡아도 1만 건 정도 불이 났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겠죠. 하지만 화재는 생각보다 자주 발생했습니다.
2023년 전국에서는 38,857건의 불이 났습니다. 하루에 106건꼴로 화재가 발생한 겁니다. 이게 그나마 줄어든 건데, 2022년에는 4만 건이 넘게 발생했습니다. 정확히 40,113건이죠.
수만 건의 화재는 아픈 상처를 남겼습니다. 1년간 284명이 목숨을 잃었고, 2,204명이 다쳤습니다. 30시간마다 1명이 화재로 목숨을 잃은 건데, 화재는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재난입니다.
방심이 가장 큰 적
지난해 발생한 화재의 원인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불을 가장 많이 낸 주범은 바로 방심이었습니다. 담배꽁초를 버리다가, 음식을 만들거나 쓰레기를 태우다가 기타 등등. '사람의 부주의' 때문에 발생한 화재가 전체 화재의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18,185건, 46.8%)
다음으로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가 26.6%를 차지했는데, 요즘 같은 겨울철 전기장판이나 전기난로를 사용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3번째는 기계적 요인(10.1%)이고, 4번째 원인이 조금 놀랍습니다. 바로 방화입니다. 지난해 770번이나 누군가 고의로 불을 질렀고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담배꽁초 때문에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되는 방학동 화재 (MBN)
작은 불이 커다란 불로
앞서 화재가 가장 큰 원인이 '부주의'라고 했죠. 이 중에서도 가장 지독한 원인이 있습니다. 바로 담배꽁초입니다. 부주의로 인한 화재 3건 중 1건은 바로 담배꽁초 때문에 난 불이었습니다. 지난해에만 무려 5,809건이 불이 담배꽁초 때문에 났습니다.
담배꽁초의 불씨는 작지만 맵습니다. 온도는 무려 500도에 달하고 그냥 두면 잘 꺼지지 않고 잘 탑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2명이 숨진 서울 방학동 아파트 화재도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담배꽁초가 발견됐습니다.
이렇게 사고가 이어지다 보니 정부도 오래전에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2015년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담배에 안전장치를 만들게 한 겁니다. 일명 저발화성 담배라고 하는데, 이 담배는 담배를 피우지 않고 일정 시간을 두면 스스로 꺼집니다.
하지만 법이 강화된 이후에도 담배로 인한 화재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담배꽁초 화재 건수 (소방청)
2014년 : 6,9522015년 : 6,842
2016년 : 6,573
2017년 : 6,991
2018년 : 5,983
2019년 : 5,989
2020년 : 6,140
2021년 : 5,235
2022년 : 6,365
2023년 : 5,809
2015년 저발화성 담배가 판매되고 나서도 담배꽁초 화재는 이전과 별 차이 없이 6천 건을 훌쩍 넘깁니다. 그러다 2018년 큰 폭으로 감소한 뒤 현재는 5천 건에서 6천 건 사이에 머물러 있습니다. 저발화성 담배라 해도 불이 바로 꺼지진 않습니다. 다른 곳에 불을 붙이기에 충분한 시간 동안 불이 유지기 때문에 화재를 막는 완벽한 해답이 아닙니다.
지난해 4월 발생한 강릉산불 (산림청, 연합뉴스)
자연재해가 만든 불
지난해는 자연재해가 만든 화재도 많았습니다. 자연재해로 인한 화재는 태풍이나 지진, 번개와 같은 재해 때문에 발생한 불을 뜻합니다. 지난해 발생한 강릉 산불은 강풍으로 전신주가 쓰러지며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게 바로 재해 때문에 발생한 화재입니다.
자연재해가 만든 화재는 2022년에는 79건이 집계됐지만, 지난해는 136건이나 발생했습니다. 좀 더 이전의 기록도 찾아보면 2021년 91건, 2020년 123건, 2019년 63건이 발생했습니다. 줄었다 늘었다 반복하고 있으면서도 점차 우상향을 하고 있습니다.
기후가 변하면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자연재해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자연재해는 갈수록 가혹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커다란 재해는 화재와 같은 2차 피해로 이어지기도 하죠. 이제는 사람 뿐만 아니라 자연이 만든 화재도 조심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 강세현 기자 / accent@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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