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문희 씨, 마포복지재단에 4억여 원 기부 약정
가정 형편이 어려워 배고프고 힘든 이웃을 돕는 데 써달라며 마포복지재단에 전 재산인 집과 금융 자산 약 4억 2천만 원 기부를 약정한 80대 사연이 알려져, 주위에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와 마포복지재단은 최근 변문희 (80)씨 유산 기부식 행사를 가졌습니다.
변 씨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살면서 늘 배고팠고 원하는 만큼 공부하지 못했던 터라 한이 컸고 그런 젊은이가, 이웃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던 변 씨는 지난해 가을 어느 날 평소 의지하던 방문 사회복지사에게 '더 늦기 전에 기부하고 싶으니 도와달라'고 말했습니다.
변 씨의 뜻을 익히 들어 알고 있던 복지사가 기부 절차를 알아봐 줬고 그렇게 유산 기탁이 이뤄졌습니다.
이전에도 그는 주변의 어려운 이들을 위해 지갑과 냉장고를 자주 열었습니다. 어렸을 때 굶은 경험 때문에 다른 이들의 고통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변 씨가 다섯살이었던 1948년 여름 수마(水魔)가 변 씨의 고향인 충북 제천을 덮쳤습니다. 이에 11명이 숨졌고 45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집 48채가 피해를 입었는데 변 씨의 집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이에 변 씨는 "당일 아침에 먹을 쌀조차 건지지 못한 채 몸만 빠져나와 전 재산을 다 잃었다"며 "그 길로 생활고가 시작돼 한 달을 거의 맹물만 먹고 버텼던 때도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전재산 기부 약정한 변문희(80) 어르신 / 사진 = 연합뉴스
생활고는 변 씨가 국민학교에 들어간 이후로도 이어졌습니다. 어머니는 "여자애가 무슨 학교냐"며 통지서가 3차례 나올 때까지 변 씨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사정사정한 끝에 국민학교에 다닐 수 있었지만 배가 고파서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빈속으로 학교에 가면 2시간도 안 돼서 쓰러졌다"며 "그러면 선생님이 미국인이 가져온 가루우유를 도시락통에 넣고 쪄 줘 그걸 먹으며 버텼다"고 말했습니다.
변 씨는 17세의 나이에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상경해 수많은 직업을 거치다 30대 중반 고향으로 돌아가 파 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해 번 돈을 변 씨는 허투루 쓰지 않고 모았습니다. 50대 초반에는 다시 서울로 이사해 마포구 성산동에 자리 잡았습니다. 결혼 5년 차에 남편이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자식은 없습니다.
변 씨는 "솔직히 말하자면 자식이 있었어도 전 재산을 기부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긴 한다"면서도 "어려운 이웃이 없었으면 하는 건 내 오랜 생각이라 후회는 요만큼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유산 기부를 약정한 변 씨의 유산은 마포복지재단을 통해 마포구 주민 참여 효도 밥상 사업과 어려운 주민을 위한 복지 사업 후원금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마포구는 지난해 4월 만 75세 이상 지역의 독거 어르신을 대상으로 효도 밥상 사업을 시작했으며 현재 마포구에 거주하는 500여 명의 독거 어르신이 17개 급식 기관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또 변 씨는 유산 기부와 함께 얼마 전 고려대학교 의대에 사후 장기기증을 하기로 결정했고 이는 자신의 마지막 기부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지금처럼 친구들 배고프다고 하면 밥 사주고 먹는 반찬 나눠주고,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그대로 살다 가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하승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iuoooy3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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